[광주야구 대해부④―동전의 양면이다] 별들의 해외이동 스타공백 초래 (스포츠투데이)

세계화 시대다．야구도 마찬가지．한국선수들이 미국,일본으로 진출하고 있다．개방성이 특징 가운데 하나인 광주야구는 한국 야구에서 세계화의 선구자 구실을 했다．선동렬 이종범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그러나 그 못지 않게 한국야구에 부작용도 초래했다． 【최초라는 수식어】 광주 출신 선수들은 해외 진출에서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달고 있다．지난 96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뛴 선동렬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최초로 해외 무대에 진출한 선수였다．선동렬보다 박찬호(한양대 2년·LA다저스),조성민(고려대 졸·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먼저 나갔으나 모두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았다． 98년부터 주니치 유니폼을 입은 이종범(기아)은 한국 프로야구 타자로는 첫 번째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다．게다가 선동렬과 이종범은 지난 99년 일본시리즈에 올라 역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해외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그리고 올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이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의 마운드에 우뚝 섰다．동양인 사상 처음이다．모든 게 최초이기에 광주야구의 명예는 더욱 드높다． 【쓴맛 경험 보약되기도】 한국에 프로야구가 도입되기 전부터 한국야구에 일본야구 또는 미국야구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재일동포 출신들이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아마추어 지도자를 거쳐 현역 프로야구 코칭스태프로서 한국야구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지난 62년 경동고를 졸업한 뒤 일본 프로야구 도에이 플라이어스(현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 백인천 전 삼성 감독이 대표적인 케이스．75년 일본 태평양 시절 퍼시픽리그 타격왕(.319)을 차지했던 백감독은 82년 프로야구 원년에 MBC청룡 선수 겸 감독으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유일한 4할대(.412) 타율을 기록했고 MBC LG 삼성 감독을 지냈다． 그러나 세계화의 결정판은 역시 선동렬에게서 찾아야 할 듯하다．시드니올림픽 투수 인스트럭터 등을 맡으며 8개 구단에 고른 혜택을 주고 있는 선위원은 각팀의 감독 또는 코치 제의를 거절하고 있다．선동렬은 내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 홍보위원직을 맡은 뒤 미국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한·미·일 3개국의 야구에서 경험을 쌓아 한국 야구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일본에서 쓴맛을 겪은 이종범도 “나중에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일본에서 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평탄한 길만을 걸어왔기 때문에 어려움을 몰랐어요．일본에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밝히고 있다． 선동렬과 이종범은 지도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자신이 겪었던 것을 메모해 놓은 ‘X파일’을 갖고 있다． 【‘종이호랑이’전락】 세상사에는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있다．선동렬을 비롯한 박찬호 김병현 이종범 등의 해외 진출과 성공은 한국 프로야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슈퍼스타들이 모두 빠져나가 경기의 질이 떨어진 데다 해외야구의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됨으로써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는 시들해졌다．또 젊은 유망주들이 고교를 중퇴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한국 야구의 미래가 그만큼 어두워지는 것이다．특히 광주 연고의 해태나 기아는 선동렬 위원,이종범,김병현,서재응,최희섭 등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지난 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이 빠진 ‘종이 호랑이’로 전락해야 했다． 반면 투자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실한 개념이 도입된 것은 다행이다．‘돈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느꼈던 해태는 기아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광주 진흥고 졸업예정인 우완투수 김진우에게 7억2,000만원을 쏟아 부었다．올시즌 기아 강철민,현대 조용준,LG 서승화 등 5억원대 선수가 3명이나 탄생했다．이렇듯 신인 선수의 몸값이 오른 것은 더이상 우수 자원의 해외 유출을 묵과할 수 없다는 구단들의 의견이 결집된 것이다． 이종범의 복귀는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중흥을 가져왔다．내년에는 정민철이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는다．젊은 선수들이 반드시 해외 진출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할까,이제는 다시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