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목요일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비가 오고 날씨가 스산했었는데 오늘은 화창하고
바람도 없는 좋은 날씨다. 모이는 장소에 나온 친구들은 모두 열두 명이다. 특히 운공네는
서울에서 '에니'에 출연하는 손녀딸의 공연을 보고 새벽에 택시와 비행기를 타고 시간에
맞춰 나왔다. 실로 놀라운 오름사랑이 아닐 수 없다. 단연 우리의 최우수 회원으로 추천해
야겠다.
선덕사 경내를 지나 자동차를 타고 500m 가서 차를 길가에 세우고 걸어서 선돌을 향했다.
선돌은 한라산의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영실에서 파견나왔음직한 커다란 바위가
서있어서 선돌이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주변 경치가 아주 좋다. 바위 밑에 초가를 지어 스님들의
정진도량으로 쓰고 있다. 뜰에서는 차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었다.
선돌암자 경내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독새기와 순대를 나누어 먹는다. 곡차도 빠질
수 없다. 작년에 보았던 개가 안 보인다하자 어느새 컹컹 지으며 나타난다. 그것도
세 마리 씩이나. 작년에 보았던 놈이 새끼를 낳아 새끼들이 어미보다 더 커졌다.
따스한 햇볕과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묵상하던 스님이 방해가 되었나보다. 멀찌감치 다가와 훈계를 한다. 우리 일행은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넨 것이 스님이 심사를 건드렸나보다. 표정을 보아하니
화를 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스님, 우리는 스님을 놀리려는 것이 아니라 1년만에 보는 스님이 반가워서 인사를
한 것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뒤돌아서 나오는데 작년에 보았던 어미개가 따라오며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바라본다.
아마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자기는 안다는 듯이. 부처님이 따로 없다.
"안녕. 내년에 다시 보자."
12시 경에 선달네 과수원에 도착했다. 선달네는 점심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창고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여학생들은 삼겹살을 굽는다. 누렇게 익은 감귤나무
속에서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는다.
과수원에서 삼겹살 파티, 정말 신난다. 우리 이렇게 즐겁게 "희수까지 good짝!"
더구나 은하수부인이 친구들을 데리고 파티장에 들려서 우리의 은하수와 앞장이
입이 귀에 걸렸다.
드디어 감귤 따기가 시작되었다. 극조생이어서 맛이 좋은 부분을 지정해주었다.
감귤따기에 지겹게 이력이 난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별로 경험이 없는 생소한
체험이다. 작년에도 이맘때 초대를 받아 처음 경험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부부가
사이좋게 조심스럽게 감귤을 딴다. 이번에 딴 감귤은 마음대로 가져가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큰아들, 족은아들, 딸에게도 보내야 되고, 동생들은 또 어떻고......
아이들 생각에 욕심이 솟는다.
과수원 주인인 선달부부의 모습이다. 맨주먹으로 일군 과수원이다. 선달보다 그
부인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이렇게 피땀으로 일군 과수원에서 이제는 친구들에게
베풀지 못해 안달이다. 선달을 보면 그것을 느낀다. 뭔가 친구들에게 주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모처럼 과수원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두 부부 언제까지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작별의 시간이다. 점심대접에다 미깡까지 서너 푸대씩 가득 차에 실으니
인사를 90도로 해도 성이 안 찬다. 산남의 인정을 담뿍 안고 행복한 마음으로 귀로에
오른다.
선돌에서의 수려한 풍광과 선달과수원에서 산남의 따뜻한 인정을 맛 본 행복한 하루였다.
첫댓글 사진과 곁들인 산행보고, 햇살 리포터의 현장 취재 기사문이 돋보인다. 진시기 내외 3주만에 나와 반가웠고, 운공 내외가 서울서 조조 비행기를 타 일행과 합류했으니 목요사랑이 놀랍다.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에 취하고, 귤향에 취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