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 늘면서 창업 수요 늘어
- 맛과 다양성이 성공의 관건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50㎡(15평) 남짓한 작은 퍼블리크 베이커리. 퍼블리크는 프랑스 국립제빵제과학교(I.N.B.P) 출신인 장은철 셰프가 운영한다. 문을 연 지 1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꽤 많은 단골 고객을 확보했다. 이곳은 밀가루를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하는 등 현지의 맛을 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방이 빵 진열대 바로 앞에 있어 빵을 만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 대중적인 시골 빵인 루스틱(밀로 만든 바게트)과 빵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슈게트는 이곳의 대표적인 빵이다. 퍼블리크는 개인 베이커리지만 빵 매니어 사이에선 유명하다. 비결은 이곳 특유의 맛이다.
장 셰프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버터를 포기하고 진짜 프랑스 빵처럼 기본 재료만 쓰고 있다”며 “다소 투박할 수 있지만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빵”이라고 말했다. 베이커리 창업은 그동안 프랜차이즈가 주류였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수는 2007년 3489개에서 지난해 말 5290개로 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에서 공부한 후 한국에서 개인 베이커리를 차리거나 은퇴 후 제빵 자격증을 취득해 창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창업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12년 유망 창업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커리 창업이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베이비붐세대(1955∼1965년생)가 2018년까지 매년 30만∼40만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빵집 창업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상권·유동인구 꼼꼼히 살펴야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상담부터 매장 위치, 인테리어, 노하우, 인력 관리 등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창업 초보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49.5㎡(15평)의 규모로 문을 열려면 임대료를 빼고도 기계설비와 인테리어, 간판 등을 포함해 약 1억 5000만원이 든다. 뚜레쥬르도 약 1억2000만원 가량 든다. 그러나 인지도가 있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라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FC창업코리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며 “창업자가 스스로 주변 상권과 유동인구 등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경기도 이천 터미널점을 운영하는 이재광(48) 사장은 프랜차이즈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 사장 이천 반도체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창업 아이템을 놓고 고심하던 차에 2005년 파티셰를 주제를 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본 후 2009년 베이커리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제빵학원에 등록해 개인 빵집을 열까도 생각해봤지만 평생을 컴퓨터만 써온 회사원으로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프랜차이즈를 선택했다. 이씨는 베이커리 창업을 위해 직접 빵집을 찾아가 점주들을 만나 운영 경험을 들어보고 손님들의 평가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상권인 이천 터미널을 첫 매장 입지로 선정했다.
프랜차이즈이지만 차별화가 필요했다. 그는 단골과 미래고객을 유치하는데 역점을 뒀다. ‘사업을 하려면 너무 계산을 많이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시식행사 등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이 사장은 틈틈이 본사가 마련한 ‘가맹대표 MBA’에도 다니면서 이론을 익히고 경영마인드를 키워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이 사장은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2010년 10월 서울 방배역 앞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기존 이천터미널점도 카페형 매장으로 넓혀 손님이 20% 늘었다. 개인 베이커리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달리 빵 개발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준비해야 한다. 대신 소규모 베이커리도 가능하고 인테리어나 부대 시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문을 연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헨느 베이커리는 50㎡(15평) 남짓한 작은 베이커리다. 원래 헨느는 베이커리 강좌를 열던 빵집이었다. 이곳을 현재 사장이 넘겨받아 오븐을 새로 구입하고 전기 공사를 다시 했다.
서울 황학동 중고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냉장고 같은 설비를 알아봤다. 창업 투자비는 5000만원 정도 들었다. 원래 디자이너였던 임씨는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간단한 물건을 손수 만들어 비용을 줄였다.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파티셰도 고용했다.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베이커리도 있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김진환 제과점이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이곳은 낡고 어두운 초록색의 간판이 눈에 띈다. 이곳은 흔한 빵 진열대도 없다. 김 사장은 16년 동안 3000원짜리 우유식빵 하나로 승부했다. 그런데도 이 식빵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김 사장의 성공 비결은 비싸도 제일 좋은 우유를 쓰고, 손수 키운 천연 효모로 오랜 시간 숙성시키고, 버터와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씨는 “빵종류가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제대로 된빵 하나만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유수기관 제휴 맺은 학원도 생겨
베이커리 창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빵 전문가가 돼야한다. FC창업코리아 관계자는 “창업은 본인이 얼마만큼 아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자신이 해보지 못한 부분을 남에게 무조건 맡기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에서 임원생활을 마치고 2년 전 정년퇴임을 한 이성태(58)씨는 요즘 제빵기술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평생 사무실에서 일했던 이씨는 퇴직 후 일거리를 찾던 중 친구의 권유로 제빵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3개월 정도 배운 이씨는 현재 빵 케익과 식빵을 만들 정도다. 그는 “시니어 창업이 유행이라지만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없어 제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격증을 따고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서 창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 제과제빵학원들도 많지만 유수 기관과 제휴를 맺은 학원도생겼다.
SPC그룹에서 운영하는 한불제과제빵학원은 프랑스 유명 제과학교인 ‘에꼴 르노뜨르’와 제휴를 맺어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현재 85명이 수강 중이며 6개월간 제과 기초 수업을 받는 데 21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불제과제빵학원 관계자는 “정규 과정을 이수하면 100가지 메뉴의 제빵을 할 수 있어 빵집을 차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