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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대로 만든 전통적인 배 토토라를 타고 우로스 섬들을 통과하고 있는 여인. |
해발 3,810m 위에 위치한 티티카카 호수는 배가 항해할 수 있는 규모의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5,000㎢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은 또한 전설과도 같은 잉카 문명이 발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늘 높이 솟아 오른 봉우리들과 주변에 맞닿아있는 호수는 마치 이곳의 하늘처럼 푸르기 그지없다. 갈대를 엮어 만든 우로스(Uros) 섬을 포함해 40여 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티티카카 호수를 방문하며 얻은 감동과 그 이미지는 당신의 기억 속에 평생 남아 있을 것이다.
푸노(Puno)는 페루의 작은 마을이며 동시에 티티카카 호수 북쪽에 위치한 가장 큰 항구 역할을 한다. 티티카카 호수의 한 가운데에는 비록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선이 그어져 있어 이 호수를 페루와 볼리비아로 나누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어리석은 인간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작은 별 지구에 수많은 선을 그어 놓고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인간들은 이를 국경선이라 부르며 난공불락의 선으로 생각하겠지만, 하늘의 신은 우리를 내려다보며 이러한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을 것임에 분명하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섬 우로스
이곳의 작은 항구 곳곳에는 많은 모터보트들이 우로스라는 신비한 섬을 여행하고자 하는 호기심 가득 찬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날 우로스 섬은 태양의 신 비라코차(Viracocha)의 자손이 되고자 하는 오랜 전통을 지닌 인디오들과, 전설적인 티와나쿠(Tiwanacu) 문명의 후손들이라고 알려진 아이마라(Aymara) 인디오들이 섞여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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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左) 고대 도시 티와나쿠의 한 가운데 서있는 신비한 모습의 석상. (右)티와나쿠의 고대 신전 벽에서 솟아나온 듯한 돌로 된 두상. |
그들의 삶의 터전인 호수 위에 떠있는 섬들은 마치 바람이나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축축한 풀로 된 매트리스와도 같다. 우로스족 여인들은 옷에 정교하고 아름다운 수를 놓아 관광객들에게 팔아 생계를 꾸려나간다. 하나같이 꼬질꼬질한 얼굴을 한 귀여운 아이들은 관광객들에게 다가와 우스꽝스럽게 생긴 모자를 권하며 대신 사탕이나 펜을 달라고 한다.
이들 모두 이렇게 떠다니는 섬에서 평생을 살아가며 집을 짓고 심지어 교회나 학교마저 세운다. 이곳에서 긴긴 겨울 밤을 보내게 된다면 차가운 바람은 살을 에는 듯 가혹하고, 습한 냉기가 뼈를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한편 여름의 더위 또한 대단해서 이 섬 전체를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팬케익처럼 달구어 놓는다. 이런 가혹한 환경으로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죽는 경우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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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볼리비아의 포토시는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은광들이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
우로스족들은 감자와 야채를 재배하며,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의 자랑거리는 무엇보다도 소박한 디자인으로 수놓은 직물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그들의 솜씨에 매료되어 구입하는 바람에 생계에 큰 도움을 준다. 이렇게 관광객들에게서 벌어들인 돈으로 그들은 혹한 기후를 견딜 수 있도록 집을 꾸미는 데 사용한다. 이곳 사람들은 감자, 퀴노아(조나 기장과 비슷한 곡물), 그리고 몇 마리의 라마만 있으면 4,000m 위에 떠있는 고산지대에서 험한 생활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푸노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잉카 시대부터 사용되어 온 갈대로 만든 배 '토토라'를 타고 호수를 건넌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토토라에 탄 인디오들은 아직도 조상들이 수세기 동안 써온 전통적인 판초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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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티카카 호숫가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알파카들은 가장 두껍고 부드러운 양모를 제공한다. |
호수 저 멀리 보이는 태양과 달의 섬으로서 신성시 되는 섬은 아직도 고대의 예언처럼 비라코차가 돌아와 아이마라 인디오들과 케추아 인디오들에게 과거의 부귀영화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항상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동물 라마와 알파카는 이 습한 공기 속에서도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태양의 신 비라코차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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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에 사는 인디오 축제는 남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다. |
그들의 눈에 보이는 우리들은 저 위대한 잉카제국을 파괴시켜버린 스페인 정복자들의 불명예스러운 후손이겠지만, 그들 주변을 맴돌며 성가시게 하면 녹색의 침을 뱉는데, 냄새가 너무나도 고약해 며칠간 악몽 같은 날을 보내야할 것이다.
알파카의 부드러운 털은 최고급 스웨터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종종 안데스 산맥을 지나가는 기차를 타면 인디오들이 다가와 알파카 털을 팔기도 한다.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쿠스코를 출발하는 이 기차는 비옥한 계곡들을 지나 해발 4,300m의 라라야(La Laya)를 지나고, 마침내 푸노를 지나 티티카카 호숫가에 이른다. 푸노에서 수중익선을 타고 건너는 호수는 너무나도 거대해 마치 바다를 건너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티티카카 호수 주변에는 잉카인들이 어마어마한 금은 보석들을 호수 물속에 감추어 놓았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곳의 식물과 동물들을 연구한다는 명목 하에 프랑스 출신의 정복자이자 항해자 쿠스토(Cousteau)는 작은 잠수함으로 호수의 깊이를 알아냈고, 숨겨진 보물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거대한 금 대신 그가 호수 아래서 발견한 것은 거대한 개구리들이었다. 프랑스 인들이 개구리 다리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탐사를 후원한 미국인들은 꽤 실망했음에 틀림없다(그들은 개구리 다리보다는 햄버거를 선호하니까).
선사 시대의 도시 티와나쿠는 티티카카 호수의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가 황금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때는 500년에서 850년 사이로, 이 도시문명의 영향이 안데스 산맥 너머까지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15세기 중반 잉카문명을 정복하고자 스페인 군대가 침입했을 때, 이 도시 사람들은 홀연히 사라진 채 도시는 버려지고 말았다. 이러한 일들이 잉카 신화에 녹아들어 이곳은 인류 발상지로서 묘사되어 있다.
대지의 신에게 바치는 푸시라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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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케추아 여인이 볼리비아 국경 근처에 주마다 한 번씩 서는 장에서 돌아오고 있다.(下)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은 아이마라 여인이 티티카카 호수의 섬 위에서 수놓은 옷들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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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티와나쿠 문화는 안데스에 사는 사람들의 종교적 유산에 남아 전해내려 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 몇 세기간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티와나쿠의 비밀을 풀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것은 티와나쿠에서 사용된 대리석들과 그것을 건축에 이용했던 사람들에 관한 파편적인 사실들뿐이다.
산 페드로 데 몬탈반 데 트라부코(San Pedro de Montalvan de Trabuco)는 볼리비아의 예전 수도 수크레(Sucre)에서 60km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안데스 산맥 4,100m 지점에 위치해 있는 라파즈의 국제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국제공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뛰어난 경관을 내려다보며 얼마 간 가면 수크레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 사는 인디오들은 전통 복장을 입기를 고집하며, 모든 일에 조상들이 해온 방식 그대로를 따라 살아가고 있다. 남자들이 입는 이상하게 생긴 가죽 모자는 스페인 병사들이 썼던 헬멧과 비슷하고, 여자들이 쓰는 화려한 색상의 모자는 마치 모로코의 베르베르족의 모자와 유사하다.
트라부코 또한 전통 직물과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며, 이것들을 파는 시장은 매우 인기 있는 관광 코스다. 시장이 서는 동안 이 마을의 거리 구석구석과 주요 광장에는 근처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로 생기가 넘치고 물물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볼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민속 축제 중 하나인 푸시라이(Pujlay)라는 이름의 축제가 매년 이곳에서 벌어진다. 이 축제에는 적어도 60개의 다른 부족들이 참여하며, 부족을 대표하는 전통 복장들을 입는다. 이 축제에서는 줌바티(Jumbati) 전투에서 스페인 병사들과 싸우며 피를 흘렸던 인디오들을 기리는 시간도 갖는다.
이 축제는 매년 3월 세번째 일요일에 열린다. 푸시라이에서는 섬세한 드레스를 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대지의 신에게 공을 바치는 푸카라(Pucara)는 모든 참가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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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즈 계곡의 바위들. |
수크레는 의심할 여지없이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임에 틀림없다. 이 도시의 매력적인 거리를 걷는 일은 기분 좋은 소일거리이며, 거리 구석구석에 위치한 식민지 풍의 교회들과 네오클래식풍의 건물들은 매우 이국적이다. '하얀 도시'를 의미하는 '시우다드 블랑카(Ciudad Blanca)'로 알려진 수크레는 이곳이 지닌 역사적인 깊이와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건물을 관리하고 새로 짓는 데 엄한 규율을 내세우고 있다. 안데스 산맥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면 모두 다 그렇듯이 온화한 기후와 상쾌한 바람을 자랑하는 이곳은 일년 내내 이상적인 기후를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포토시(Potosi)로 가는 길을 멀지만 가는 내내 경치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과거에 풍요로운 은광으로 유명했던 포토시는 스페인이 이곳을 지배하던 시절 내내 스페인 왕들의 가장 귀중한 재산이었다. 은의 세계적 중심지였던 이곳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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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심이 강한 라마는 마치 이곳 고산지대의 왕처럼 행세한다. |
이곳에는 식민지풍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수 세기 전의 문화적 민속적 가치들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어느 유명한 역사학자가 포토시를 가리켜 말하기를 "포토시에서 250여 년 전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 이곳에 온다면 그는 쉽사리 그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포토시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도시의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누구나 과거 포토시의 풍요로움과 강력한 세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이곳은 여전히 은을 캐는 광산촌이며 광부들이 광산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파는 시장 또한 활기차다. 은광을 방문해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면 은 캐는 경험을 해볼 수도 있는데, 그 일하는 방식은 지난 500여 년 동안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 듯하다. 곳곳에는 이곳에서 일하던 인디오들이 '광산의 신'에게 축복을 빌며 바친 제물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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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의 역사적 도시 수크레에 위치한 식민지풍 건물. |
안데스 산맥의 별미 중 하나인 돼지쥐(일명 모르모트) 구이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스페인제국 왕실의 조폐국으로 사용된 카사 데 라 모네다(Casa de la Moneda)를 방문했다. 이곳은 남미 대륙에서 가장 큰 식민지풍 건물로도 유명하다. 만약 포토시가 너무나도 좋다면 정착해서 새로운 은광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만약 당신이 은광 하나를 찾는다면 이런 정보를 준 필자를 기억해서 꼭 초대해 주길 바란다. 당신이 이곳을 방문해서 얻은 인상이 어떤 것이든지 티티카카 호수와 볼리비아가 가진 독특한 분위기는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글·사진 알랭 베르디에
번역 최재희
|여행 정보l
기후 페루와 볼리비아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0월에서 3월이다. 5월에서 9월까지의 겨울 밤은 혹독하게 춥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언제나 일교차가 큰 편이다.
시차 한국보다 14시간 느리다.
가는 법 서울에서 페루나 볼리비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일단 로스엔젤레스까지 가서 리마로 가는 방법이 가장 용이하다. 그곳에서 다시 국내선을 타고 푸노까지 가면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입구에 이르게 된다. 라파즈에서는 수크레까지 매일 항공편이 있으며 라파즈에서 로스엔젤레스나 리마까지 다양한 항공편이 있기 때문에 여러 모로 편리하다.
통화와 환율 볼리비아는 볼리비아노를 사용. 1 달러=4.74 볼리비아노. 페루는 누에보솔을 사용. 1 달러=3.23 누에보솔.
음식 송어 요리나 돼지쥐 요리, 혹은 라마 요리가 이 지역 별미로 꼽히며, 그 외 많은 관광객들 덕에 다양한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언어 스페인어, 케추아어, 아이마라어. 관광지에서는 영어도 쓰인다.
건강 고산병에 대비하기 위해 코카 잎으로 알려진 마테데코카를 가급적 많이 마시는 게 좋다.
비자 페루는 3개월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며, 볼리비아의 경우 비자가 필요한데 리마에서 신청하면 하루 후 발급 가능하다.
첫댓글 티티카카...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티티카카.
무엇이 나를 이렇게 외롭게 하는가 지구의 반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도다. 지금부터 땅을 파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