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빗자루
배우식
1
아버지는 꿈꾸기를 좋아한다. 빗자루를 타고 출근하는 아버지는 죽현마을 중앙공원이 일터이자 꿈 터이다. 아버지는 빗자루로 공원의 낙엽을 쓸어 담는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비닐봉지와 깨진 유리병 조각을 쓸어 담는다. 빗자루는 모래 위에 찍혀있는 새 발자국을 지우듯 쓸어 담는다. 그러자 공원의 한쪽부터 지워지고 쓸려나가면서 꿈속으로 빗자루가 빨려 들어간다.
2
찰카닥, 하고 문 열리는 소리를 밀고 꿈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가 보인다. 빗자루의 꿈속은 유리병처럼 맑고 투명하여 속이 다 보인다. 빗자루는 취업 때문에 고통 받는 젊은이의 불안을 쓸어 담는다. 빗자루는 아이의 등록금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부부의 한숨과 소녀가장의 막막한 슬픔, 그리고 시각 장애인 흰 지팡이의 공포를 쓸어 담는다. 빗자루는 늙고 병들고 아픈 사람들의 어둠을 쓸어 담는다.
3
유리병 같은 꿈속에서 죽현마을 중앙공원으로 색색의 환한 꿈들이 쏟아져 나온다. 늦은 밤 환하게 웃고 있는 늙은 아버지의 눈에는 외로움이 켜져 있다. 공원의 가로등이 문득 일어나 아이들처럼 뛰어간다. 나도 함께 뛰어가 아버지의 적막을 쓸어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