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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보다 못한 승리는 없습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간에요. 이기면 1승 지면 1패가 순위표에 더해질 뿐입니다. 다만 오늘은 '이겼다'는 사실 외에는 남는게 전혀 없는, 바툼 말마따나 기억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경기였습니다.
팁오프 3분만에 턴오버 4개가 나오면서 졸전의 전조가 나타났습니다. 앞경기 골스전 패배의 여파 때문인지, 리그 최하위인 밀워키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나선건지, 아님 둘 다였을지도..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에너지는 바닥이었습니다. 바툼, 모윌, 로빈슨의 개별적인 분전이 전반에 팀을 지탱했습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겠죠.
후반에도 지지부진한 양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세한 전력에도 포틀랜드는 밀워키를 밀어내지 못했고, 앞선 수비가 안되면서 3쿼터 막판에는 오히려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양팀의 최대 리드가 4점을 넘기지 않는 공방전이 이후 벌어졌습니다만, 점수차가 안나는거 치고는 정말 지루했습니다. 밀워키는 노력과 에너지는 충분했으되 재능이 모자랐고, 포틀랜드는 재능은 충분했으나 그걸 전혀 살리지 못했거든요.
4쿼터 막판까지 접전(이라 쓰고 졸전이라 읽는다)을 펼치긴 했어도 설마 이걸 질까 싶었지만, 리바운드를 털리고 자유투를 계속 헌납하는 바람에 재앙이 현실화되기 직전에 이르렀습니다. 그나마 4쿼터에 포틀랜드 수비를 박살낸 세션스가 마지막에 자비를 베풀어준 덕분에 동앗줄을 부여잡고(그나마도 첫번째는 놓쳤..) 간신히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수 있었죠.
릴라드가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렸으니 그래도 연장은 쉽게 가겠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 4점차 리드를 허무하게 날린걸 다시 매튜스의 스텝업으로 승기를 잡았고 그걸로 끝난줄 알았지만, 밀워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파울작전으로 얻은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켰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상황이 이상해질뻔 했습니다. 밤새도록 끝나지 않을거 같던 경기는 그제서야 끝이 났습니다. 연장 5분간의 스코어는 22-17.
[보라, 마이어스의 힘찬 비상을.gif]
- 포틀랜드는 동부 상대로 20승 4패인데 이는 서부팀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입니다. 밀워키전을 시작으로 포틀랜드는 동부팀과 7연전을 치릅니다. 밀워키-워싱턴(홈) // 샬럿-마이애미-올랜도-애틀랜타-시카고(원정)
- 반대로 밀워키는 서부 상대로 2승 24패고, 2승은 레이커스와 유타 상대로 거뒀습니다. 오늘 이겼으면 서부 플옵권팀 상대로 시즌 첫 승리를 거둘뻔 했습니다.
- 릴라드는 막판 몰아넣기에 힘입어 커리어 150번째 경기에서 통산 3000점을 넘겼습니다. 이로써 02년 이후로 nba에서 커리어 첫 150경기 동안 3000득점을 넘긴 7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어빙, 그리핀, 듀란트, 르브론, 웨이드, 멜로)
- 바툼은 21-9-9로 아쉽게 트리플더블을 놓쳤지만 알드리지가 빠진 최근 3경기에서 연속으로 21득점-9리바운드-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오늘 경기도 밥상은 바툼이 다 차린거나 마찬가집니다.
- 알드리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습니다. 다음 워싱턴전 출전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questionable)
올시즌 5할 이하 상대로 성적은 사실 양호합니다만(29-5), 한번씩 생각지도 않은 일격을 맞는데 오늘이 그럴뻔 했네요. 스토츠 감독도 인정했지만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정신이 바짝 들었을테니 다음 경기는 잘 하겠...죠?
* 경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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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부팀들 상대로 후덜덜하네요. 확실히 올시즌은 동부와 서부의 트렌드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그 트렌드간의 대결에서 서부가 완승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포틀랜드와 썬더, 워리어스같은 팀들이 있는 것 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