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기억
네가 다녀간 고국은 초록천지다
네가 대륙을 건널 때 가슴에 넣고 온 초록의 바다 때문이다
너를 아주 잠간 안았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설레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의 기억만으로 몇 년은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 질 것이고 너는 눈가의 주름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빠르게 어디론지 흘러가고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문장은 창백하다
창백한 문장을 만났다
설 명절 다음 날이었다 세상이 모두 비어 있는 시간이었다 묘지의 영혼들이 무덤에서 나와 혈육들을 기다리고 있는 추운 날이었다 약소하게 차려질 성묘 음식이 먹고 싶은 날이었다 장손이 따라주는 음복주에 취하고 싶은 날이기도 했다
묘지에서 내려다보면 정류장에 버스가 와서 멎고 사람들이 내린다
그 속에 기다리는 혈육은 없다
붉은 해가 기운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동하는 문장을 유택을 나온 조상은 일지 못 한다 문법이 달라진 탓이다
문법이 달라지며 문장이 창백해진 걸 눈치 채지 못한 탓이다
공간에서 공간을 이동하는 문장은 수천 년을 창백했다
야생의 영혼들이여
산사의 처마아래 들 고양이가 밤 새 운다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연못에 이는 물결이 왜 슬픈지 모르겠다
슬픔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밤에 사랑을 고백했다 내 사랑은 곧 시들고 사랑의 말만 남아 후회가 뼈아프다
영혼 위에 눈은 내릴까 그 때 영혼은 어떤 빛깔로 환희로울까
영혼이 장미 위에 내리면 흰 색일까 붉은 색일까
죽음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영혼의 거처를 알 수 있다면 죽음은 두렵지 않겠다 죽음은 축복일 수도 있겠다
왈칵 쏟아지는 푸른 바다, 해변에 죽은 자의 모자가 뒤집혀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문장은 창백하다
제자들은 그윽한 저녁 풍경을 온몸으로 품었던 노시인의 따스한 의자도 볼 수 없다
수몰은 수문에 수많은 통곡의 피 흐르는 문양을 새기며 다음 세대의 떨리는 눈빛을 수장했다
당신 홀로 부르는 슬픈 노래를 내가 감히 비가로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무반주로 연주하고 싶은 나의 비가는 어느 무덤을 일으켜 세울지 나도 모른다
나비의 영혼이 내게 왔다 영혼은 아름다운 문양을 입고 왔다 별무리가 영혼 주위를 맴돌았다
영생을 믿느냐고 물었다 영생 말고 오늘을 믿는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모든 풍경들이 어두워지고 너는 나를 잊었다
풍경이 홀로 울고 있는 산사의 처마 아래 들 고양기가 밤새 갸릉거리고 있다
통곡하는 나무들, 바람들, 구름들에 얹혀 하염없이 흘러가는 청춘, 늙은 청춘
누구도 다스릴 수 없는 한 치 내 마음의 분노를, 흥건한 눈물을 혹 너는 알아볼 수 있을까? 알아볼 수 있다면 나를 모두 훔쳐라
죽음이 모든 방정식의 해법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움을 앓다 죽었다 한들 그리움 뒤켠의 쓸쓸한 노후를 무엇으로 위로할 것인지 너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무심할 수 있었다
지니야 죽도록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밤의 적막과 쓸쓸함을 기억 한다√
지니야 너의 대륙은 어둡고 축축하고 서럽다고 거대한 바오밥나무 뿌리에 오줌을 누며 올려다 본 별들
모든 이별에서는 나프탈린 냄새가 난다 이별 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너를 안았던 근육을 파고드는 불후의 냄새
우리들은 건강하기 어려운 나이들, 건강하라고 주문처럼 외우지만 먼저 천국으로 떠난 친구들 있다√
문맥을 알 수 없는 대지를 가르는 강줄기의 미친 사랑이 바다에 닿아 질척이던 음부가 스르르 풀리는 밤이다
너와 나 사이를 흐르는 내연의 강물은 더럽고 검다 그 강을 건너 너의 미소를 만나 뒹굴고 올라타고 촉촉한 작은 삼각주를 더렵혔다
너를 잃어버렸을 뿐 단추 하나 잃은 일 없다
그렇게 시간을 주름 잡았고 사과가 냉장고에서 썩고 있었다
네 마지막 공간은 송진 냄새가 살아 있는 좁고 긴 관이다 공간은 너무 좁아 사랑하는 사람의 희고 작은 손이 들어올 틈이 없다 새로 주문할 수 없는 목관은 홀로 저문다
눈썹 창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빛이 절망이다 눈썹 창을 눈썹 창으로 그려내는 빛은 내 가슴을 찌르는 칼날이다 세상이 어둡기를 기도했다 내 기도는 나를 세웠다
산국 독한 향이 몸에 머문다 몸은 한동안 산국으로 몸살을 것이지만 산국을 돌아가지 못 한다 산국에는 헐벗은 내 생애가 있거나 더나간 내 사랑이 있거나 할 것이었다
나는 내 가슴을 지긋이 밟아 순을 죽이며 산맥을 넘고 있다 산맥을 넘으면 동해다 왈칵 쏟아지는 푸른 파도다 왈칵 쏟아지는 내 죽은 꿈이다
바람과 내 생을 올라타던 너를 어찌 기억할까
유예되지 않는 먹구름의 폭언을 견딘다
네가 다녀간 고국은 초록천지다 네가 대륙을 건널 대 뒷주머니에 넣고 온 초록의 바다
너의 지형을 누가 넓혀줄까
안개비가 강물을 지우고 비린 사랑을지우고 이제는 노년의 회한을 지운다
밤의 숲을 간다 밤새가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앉으며 잠투정을 한다 한줄기 별빛이밤이 숲을 깊숙히 긋는다 슬픔이그어져 쏟아지는 눈물 하지 지나며 아무 때나 폭우가 쏟아진다
사라지는 것들의 웃음을 혹은 울음을 암각화 속에 밀어넣어 천년이고 만년이고 울음으로 웃음으로 꽃피우면 그때 너는 내 사랑으로 불붙겠다
배꽃 피면 너를 모두 내려놓겠다는 언약은 알약처럼 목구멍에서 천천히 녹는다
언약이 핏덩이가 되는 과정은 참 슬프고도 아팠다
구두를 맡겨놓고 수선공 옆에 앉는다 수선공은 눈대중으로 칫수를 재고 넓은 칼로 가죽을 자르고 붙이고 못을 박는다 못 박힌 구두는 발에 통증으로 왔다 극빈의 세월은 낡은 구두로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나는 먼저 떠나고 훗날 네가 나보다 먼저 떠났다 내가 건넌 골목은 네가 지키고 있었고 네가 사라진 강물을 내가 따라 내려갔다
연암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이명은 병인데도 남이 안 알아준다고 난리고, 코골기는 병이 아닌데도 남이 먼저 안 것에 화를 낸다. 그러니 정말 좋은 것을 지녔는데 남이 안 알아주면 그 성냄이 어떠할까? 진짜 치명적 약점을 남이 지적하면 그 분노를 어찌 감당할까? 문제는 코와 귀에만 이런 병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별것 아닌 제 것만 대단한 줄 안다. 이명증에 걸린 꼬마다. 남 잘한 것은 못 보고 제 잘못은 질끈 눈감는다. 언제 코를 골았느냐고 성내는 시골 사람이다.
연암은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얻고 잃음은 내게 달려 있고, 기리고 헐뜯음은 남에게 달려 있다(得失在我, 毁譽在人)." 내가 성취가 있는데 남이 칭찬해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해서, 헐뜯고 비방하기 일쑤다. 내가 아무 잘한 것이 없는데 뜬금없이 붕 띄워 대단하다고 하면 그 자리가 참 불편하다. 그러니 변덕 심한 세상 사람들의 기리고 헐뜯음에는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것이 못 된다. 나 자신에게 떳떳한지 돌아보는 일이 먼저다.
좋은 글을 쓰고, 본이 되는 삶을 살려면 어찌해야 하나? 제 이명에 현혹되지 않고, 내 코 고는 습관을 인정하면 된다. 남을 헐고 비방하는 것은 일종의 못된 버릇이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 못하는 것은 딱한 습성이다. 내 득실이 있을 뿐, 남의 훼예(毁譽)에 휘둘리면 못쓴다.
‘..
지니야 너의 대륙은 어둡고 축축하고 서럽다고 거대한 바오밥나무 뿌리에 오줌을 누며 올려다 본 별들
모든 이별에서는 나프탈린 냄새가 난다 이별 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너를 안았던 근육을 파고드는 불후의 냄새
우리들은 건강하기 어려운 나이들, 건강하라고 주문처럼 외우지만 먼저 천국으로 떠난 친구들 있다√
문맥을 알 수 없는 대지를 가르는 강줄기의 미친 사랑이 바다에 닿아 질척이던 음부가 스르르 풀리는 밤이다
야생의 영혼들이여 그대들 어느 육신에 깃들 것인가
영혼 위에 눈이 내려 길이 흐려진다 흐린 길 위에 영혼이 떨고 있다
모든 풍경들이 어두워지고 너는 나를 잊었다
산사의 처마아래 들 고양이가 밤 새 운다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운 연못에 이는 물결이 왜 슬픈지 모르겠다
슬픔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밤에 사랑을 고백했다 내 사랑은 곧 시들고 사랑의 말만 남아 후회가 뼈아프다
영혼 위에 눈은 내릴까 그 때 영혼은 어떤 빛깔로 환희로울까
영혼이 장미 위에 내리면 흰 색일까 붉은 색일까
죽음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영혼의 거처를 알 수 있다면 죽음은 두렵지 않겠다 죽음은 축복일 수도 있겠다
왈칵 쏟아지는 푸른 바다, 해변에 죽은 자의 모자가 뒤집혀 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문장은 창백하다
제자들은 그윽한 저녁 풍경을 온몸으로 품었던 노시인의 따스한 의자도 볼 수 없다
수몰은 대청댐의 수문에 수많은 통곡의 피 흐르는 문양을 새기며 다음 세대의 떨리는 눈빛을 수장했다
당신 홀로 부르는 슬픈 노래를 내가 감히 비가로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무반주로 연주하고 싶은 나의 비가는 어느 무덤을 일으켜 세울지 나도 모른다
나비의 영혼이 내게 왔다 영혼은 아름다운 문양을 입고 왔다 별무리가 영혼 주위를 맴돌았다
모든 풍경들이 어두워지고 너는 나를 잊었다
풍경이 홀로 울고 있는 산사의 처마 아래 들 고양기가 밤새 갸릉거리고 있다
영혼 위에 눈이 내려 갈 길이 흐려진다 흐린 길 위에 영혼이 떨고 있다
영생의 영혼들이여, 그대들 어느 육신에 깃들 것인가
통곡하는 나무들, 바름들, 구름들에 얹혀 하염없이 흘러가는 청춘, 늙은 청춘
누구도 다스릴 수 없는 한 치 내 마음의 분노를, 흥건한 눈물을 혹 너는 알아볼 수 있을까? 알아볼 수 있다면 나를 모두 훔쳐라
죽음이 모든 방정식의 해법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움을 앓다 죽었다 한들 그리움 뒤켠의 쓸쓸한 노후를 무엇으로 위로할 것인지 너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무심할 수 있었다
지니야 죽도록 사랑한다고 고백하던 밤의 적막과 쓸쓸함을 기억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