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종주 1구간(산줄기 151일째)
일 자 : 2003년 2월 11일
구 간 : 매리2교 ~ 동신어산 ~ 신어산 ~ 영운리고개
날 씨 : 흐리다가 맑음
도상거리 : 12.9km
매리2교 - 2.1km - 동신어산 - 5.8km - 생명고개 - 1.5km - 신어산 - 1.4km - 신어산서봉 - 2.1km - 영운리고개
산행시간 : 5시간 35분(휴식시간 포함)
새로운 시작
낙남정맥은 낙동강 남쪽의 산줄기로 백두대간의 지리산 영신봉에서 분기되어 하동, 진주, 마산, 창원을 거쳐 김해 낙동강 하류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232km의 산줄기다.
일찍이 삼한시대를 전후하여 이 산줄기를 끼고 변한 12국 또는 가야 6국이 결성되어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곳이다. 수로왕이 서기 42년 가락국을 건설하면서 약 491년 간 가야국으로 통합하여 신라에 항복 할 때까지 찬란한 문화와 유물을 남긴 역사의 터전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발목을 붙잡던 인원구성이 완료됐다. 지난번 낙동정맥 종주길을 열어주신 하나님이 낙남정맥도 열어주신다. 밤새도록 봄을 재촉하는 비가 소리 없이 내리더니 어느새 남녘에는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양산~서부산간고속국도 대동나들목을 빠져나와 북으로 69번 지방도로를 달려 낙남정맥의 출발점인 김해시 상동면 매리에 위치한 매리2교 다리 앞 삼거리에 도착한다. 상동면 일대에 수많은 공장들이 있음을 알리는 입간판이 즐비하고, 문이 굳게 닫힌 자율 방법초소도 눈길을 끈다. 낙남정맥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13시 15분 바람에 날리는 수많은 리본들을 보며 열심히 산줄기를 이어갔을 선답자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며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기어올라 능선에 붙는다. 참나무와 소나무숲길을 따라 연이어 올라서며 만나는 묘지 옆으로 No,153번 측량점이 있다.
7분 정도 올랐을 때 착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대구~대동간 고속국도 현장이 나타난다. 황토길을 가로지르며 고도를 높인다. 시야가 트이더니 발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내려다보인다. 드디어 내가 낙남정맥 마루금에 섰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여유를 느끼며 우리의 산줄기를 찾을 수 있는 건강을 주셨음을 감사하며 걷는다. 정맥길은 제법 선명한 등산로가 되어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 묘지가 있는 날등에 올랐다가 다시 연이어 가팔라지더니 바위길을 통과하며 올라선 곳이 PVC 파이프가 묻혀 있는 능선분기점(13:45)이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늘 정맥길의 안내자가 되어주던 준과 희의 리본하나가 정맥꾼들은 반갑다.
2분 정도 내려선 안부에는 낙엽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고, 참나무숲의 오르막길을 따라 좁은 날등의 암릉에 올라서니 시야가 탁 트이며 백양산에서 금정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능선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발 아래로 낙동강을 끼고 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지고, 삶의 현장인 반듯하게 정리된 농경지며 군데군데 아파트단지가 정겹게 다가온다. 뒤돌아보니 오봉산(533m)도 우뚝하다.
능선길이 바위 벼랑 위로 나있다. 암릉길의 오르내림을 가슴까지 탁 트이는 조망을 즐기며 걷는다. 시작부터 훌륭한 선물을 가득 안겨주는 낙남정맥, 모두가 연신 감탄사를 터 들인다. 바람도 알맞게 불어주니 바쁘게 달려온 보람을 느낄 수가 있다. 시작이 너무나 좋아... 14시 15분 바윗길을 올라 459.6m의 동신어산에 오른다. 대우L.C산악회에서 세운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곳, 동신어산이란 검은 대리석의 표지석과 그 옆으로 삼각점(밀양 320, 1998년 복구)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휘둘러보는 조망이 뛰어나 걸어온 정맥과 앞으로 가야할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동쪽으로 낙동강 건너 물금리...
암릉길을 따라 솔밭길로 한동안 내려서다 왼쪽으로 틀며 내려서는 길이 가팔라진다. 안부에서 흔적이 여러 곳으로 난 미로를 만나게 된다. 오른쪽 길로 그리고 곧바로 넓은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선다. 여기가 감천재(?) 우측(북)은 김해시 상동면 선무동, 좌측(남)은 덕산리로 하산하는 길이다. 정맥길은 한차례 가파른 오르막길이 되더니 바위지대를 통과하며 올라선 봉우리가 능선분기점인 490봉이다.
14시 43분 정맥은 여기서 오른쪽으로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우리의 발걸음에 놀란 까마귀 한 마리가 울며 날아간다. 바위봉을 통과하며 다시 뚝 떨어지는 정맥길, 국제신문 취재팀의 노란색 리본,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른다. 오름길은 진달래가 유난히 거치적거린다. 낯익은 리본들 신원기, 부부 팀의 빛 바랜 리본도 반갑다. 땀흘리며 이 길을 걸어갔을 님들을 생각하며 밋밋한 봉우리를 넘어 내려서는 길은 장송 숲이다. 완만한 오름길, 언제나 어디서나 정맥길에서 반갑게 다가오는 건건산악회의 노란색 리본, 삼거리 갈림길에서 진행방향은 오른쪽이다. 다시 1분 뒤 정맥길은 왼쪽길을 선택한다. 한결 푸르러 보이는 소나무 숲을 만나고, 고개를 숙이는 듯하더니 다시 오름길이 점점 급해진다.
15시 18분 470봉에 오른다. 남동쪽으로 남한의 작은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분기점이다. 353m의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과 똑같은 표지석이 서 있는데 북의 백두산처럼 웅장함은 없지만 조망만큼은 더없이 좋다고 한다. 정맥이 서남쪽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서북)으로 방향을 바꾸는 지점이다.
소산님의 부산백두산산악회 노란색 리본이 여기가 정맥길이라 부른다. 급경사의 진흙길을 내려서며 보는 지나온 동신어산과 490봉, 그리고 가야할 펑퍼짐한 정맥의 능선도 한눈에 보인다. 연이어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키를 훌쩍 넘는 진달래나무가 소나무숲길로 바뀐다. 십자로 안부(15:24)를 가로지른다.
15시 35분 능선분기점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평탄하고 넓은 길이 정맥꾼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잠시 허기를 메우고 왼쪽인 서남쪽으로 방향을 팍 꺾으면서 이어지는 정맥은 신어산이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다음 목표인 522.2봉을 향해 발동을 건다. 억새밭을 가르며 간다.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 연이어 바위지대를 통과한다. 바윗길을 벗어나고 여유로운 소나무숲길, 우측으로 붉고 푸른 지붕들, 그리고 희미한 십자로안부...
16시 03분 한차례 가파르게 올라선 봉우리가 522.2봉이다. 왼쪽으로 조금 벗어난 곳에 삼각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맥은 오른쪽(서북)으로 꺾으면서 6분 정도 내려섰다 올라선 곳엔 지도상에 없는 장척산 표지판과 등산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우측으로 자연발생 유원지인 장척계곡이 매우 깊고 수려한 경관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찾는 이가 많다나...
능선분기점인 장척산(550m)에서 왼쪽(서남)으로 고속도로 같은 정맥길을 신나게 내려선다. 십자로안부를 가로지르고 잠시 올라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밋밋한 묘지를 연이어 통과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정맥길엔 아름드리 소나무가 외롭게 보인다. 한차례 떨어지다 임도(16:22)를 가로지른다. 다시 올라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연이어 임도를 가로지른다..
16시 33분 1차선 콘크리트포장길이 나있는 높이 290m의 생명고개(세명고개)에 내려선다. 좌측으로 신어사가 자리잡고 있는 김해시 주동리와 우측으로 묵방리의 경계가 된다. 우측으로 내려서면 지나온 장착산과 이름을 같이한 장착교를 지나 대감마을로 내려설 수 있다. 정맥꾼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주민, “이 고개를 동네에서는 무슨 고개라 합니까?” 하고 물으니, “똥바람 고개요”한다. 똥바람고개?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하도 바람이 불어대 자기는 똥바람고개라 부른다나...
똥바람고개를 뒤로 오름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름길이 되면서 힘이 무척 많이 든다. 백두대간 두타산 오름길 보다도, 호남정맥 갓꼬리봉 오름길 보다도 더 힘에 겹다. 허기를 채우려고 꾸역꾸역 아내가 준비해준 떡 덩어리를 입이 집어넣는다. 이 짓을 무엇 때문에 또 시작했지 후회하면서도 지금까지 이어온 날들이 너무나 아까워 금방 고개를 흔들어 버린다.
노자의 도덕경에서 勝人者(승인자)는 有力(유력)이요, 自勝者(자승자)는 强(강)이니라. 했다. 즉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는 자요, 자기를 이기는 자는 강한 자라. 풀이할 수가 있다. 남하고 싸워 이기기보다 자기하고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진짜로 강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그래 외손녀 서연이가 늘 사용하는 말처럼 꾹 참고 오르자...
15시 10분 먼저 바위봉에 올라서는 엄선배를 한없이 부러워하며 다시 5분간을 더 허덕이며 돌탑봉(동봉)에 올라선다. 우측으로 누런 억새밭의 민둥봉인 신어산이 손에 잡힐 듯하다. 김해시가지와 얼마 전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돛대산이 남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왼쪽길로 큰 나무는 자취를 감추고 누런 억새풀로 뒤덮인 신어산을 향해 조금은 가볍게 내려서지만 이정표(천불사:3.8km, 상동매리:11.1km)가 서있는 안부에서 오름길로 바뀌며 넓은 등산로에 완만한 길이지만 다시 힘겨워진다.
17시 20분 홈통처럼 넓게 파여진 오름길을 따라 연이어 돌탑을 지난다. 철쭉광장 조성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확인하며 올라선 넓은 공터 정상에는 이정표(영운리고개:4.4km, 상동매리:11.4km, 선암다리:6.4km, 천불사:4.1km)와 표지석이 서있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삼각점(밀양 25. 1992년 재설)이 있다.
김해시 삼방동과 대동면, 상동면에 걸쳐 있는 신어산은 고기 어(魚) 자가 들어 있다. 김수로왕이 창건한 본가야의 진산으로, 인도의 아유타국과 김수로왕릉, 그리고 은하사에 있는 쌍 물고기를 허황후의 도래와 불교를 연관짓는 문화의 상징으로 지어진 이름일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낙동강 큰물이 북과 동을 감돌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휘둘러보는 조망이 막힘이 없다. 지나온 정맥의 능선들 그리고 동신어산, 남쪽 아래로 김해 시가지와 드넓은 김해평야가 확 트여서 시원스럽다. 낙동강 하구와 바다가 조망되며 서남쪽으로 대암산과 불모산 그리고 가야할 정맥능선,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이정표의 남은 거리가 4.4km라면 해지기전에 빨리 서둘러야 한다. 그림 몇 장을 남기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왼쪽능선에 들어서니 서봉이 빨리 오라 손짓을 한다. 뻔뻔한 등산로를 따라 나무의자가 있는 쉼터, 119조난 안내판이 서있는 갈림길에서 정맥은 직진한다. 출렁다리를 통과하며 좌측으로 우뚝 솟은 기암괴봉과 소나무의 어울림을 한 폭의 그림 같다. 깊은 계곡과 아름다운 산세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16시 39분 계단길을 올라서니 이정표(영운리고개:3.4km, 신어산정상:1km)가 서있는 널따란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어 경사가 급해지면서 암릉길이 되더니 능선분기점인 돌탑이 서있는 서봉(630m)이다.
16시 46분 능선분기점인 서봉에 서니 어느새 해는 서산을 걸쳐버린다. 발아래 우리가 통과해야 할 김해골프장의 골프코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뒤돌아보는 신어산에는 주홍빛이 물들고 있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특공대원의 수가 모자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능선분기점에서 정맥길은 능선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뚝 떨어진다. 수직의 바윗길은 나무와 돌부리 할 것 없이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내려서야 한다. 순간 지는 해를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겨놓는다. 그리고 많은 댓가를 지불하고야 바윗길을 벗어날 수가 있었는데 이미 어둠이 둘러싸고 있다. 희미한 산길을 더듬어 가면 한동안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18시 24분 김해골프장 8번 홀 그린에 내려선다. 이어 왼쪽으로 조금 떨어져있는 9번 홀의 티 표지석을 확인하고, 관리도로를 따라 클럽하우스를 향해 간다. 좌측 계곡사이로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은 김해시가지, 클럽하우스에서 어둠 속의 정맥 능선을 가늠하며 왼쪽으로 진입로를 따라 정문을 나선다.
19시 50분 김해시 김해읍 영운리와 생림면 나전리의 경계가 되는 높이 270m의 영운리고갯마루에 선다. 우측 나전리 여관촌의 불빛이 화려하다. 어천장 모텔에 짐을 내린다. 힘겨웠던 하루, 눈을 감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춥다는 핑계로 아침운동을 하지 않고 보낸 긴 겨울방학,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직도 미답지인데 2003년에 다녀오셨군요
자료 감사드립니다^-^
참 오래된 이야기지요, 지금은 둘레길들을 많이들 찾지만 우리의 산줄기를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명산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많은 비가 내리는 아침이네요
건강과 함께 즐거운 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요즘은 정맥, 지맥을 대체로 분기점에서 말단 방향으로 종주하던데 예전에는 말단에서 분기점 방향으로 많이 했지요. 낙남도 마찬가지인데...오래된 산행기, 매리에서 지리산 방향으로 종주하신 산행기를 보니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