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동네에선...
우산을 들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지난밤 폭우는 여름 장마 시발점의 위력을 한차례 보이고 잠시 물러섰다. 문득 그 동네가 생각났다.
지금 그 동네에선 이즈음의 농사일은 그렇다치고, 주민들은 패가 나뉘어져 서로를 탓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니 도랑을 자기쪽으로 잘못 내었다며 불만들이다
한때는 면내에서도 영농이 활성화되고, 소득이 높다는 평가를 받던 동네의 대표인 이장이란 직위가 필요악이 되어 가는 듯했다.
제시한 안건마다 제대로 시행 평가되지 못하고, 시큰둥해진 주민들 일부는 이장의 사생활마져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아댔다.
동네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상징적으로 반드시 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 제사상에 탕수국 빠진다고 제사 못지내냐?며 차리리 없는 것이 낫다는 극단적 여론까지 쏟아졌다.
때론 이장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양치기 소년 취급을 당하고 만다. 그럴때일수록 돈키호테나 사오정 같이 남의 눈밖이나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는 언행을 하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처음의 선택엔 분명히 다수에 의한 올바른 선택이라 여겨졌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다수라는건 숫자 1이 많아도 상대를 압도하고, 공격할 수있는 때론 무소불위의 포악한 위력이 된다.
그나라 헌법 제66조는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위에서 명시된 대통령이 아닌 동네 이장이라도 비슷한 범주에서 공적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아야 하겠다.
그러나 그 나라 사람들은 '그깟거 이장선거 한번 더하면 되지뭐!' 하고 임기 못채워도 문제 안생긴다는 소위 말그대로의 동네 이장 선거쯤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문제는 재선거라는 불편한 기회비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위험요소를 배제 하드라도 다른 동네가 그 동네를 바라보는 시각이 차가울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장의 임기초엔 일정기간은 기다려주고, 잘되기를 마음 도와야 하는게 관례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문제는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거친 동네환경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문제가 있지만 그걸 탓하기엔 너무 멀고 범위가 넓다.
그걸 넘어서려면, 이장 스스로 진정성을 가지며 사익을 배제하고, 주민의 봉사에 우선하겠다는 굳은 결의가 있어야 한다.
동네를 이끄는 것은 동아리 활동이 아니다. 그의 행위에 동네의 앞날과 주민의 행.불행이 달렸다.
참 큰일이다. 그 동네의 경제는 면내 여느 마을과 다름없이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금리및 물가가 불안하듯, 농촌은 기후와 노동력 문제가 난제이다.
농산물 가격은 오르지 않고, 종자대며 비료값, 농기구 값은 오르니 그것 또한 이장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간다.
주민들의 눈엔 이장의 노력도 보이지도 않는듯,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하였지만 예민해진 민심은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일이었다.
이제 주민들은 아무 것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소득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각자도생이란 삭막한 단어를 들고 나섰다.
내가 등산을 갔었던 케냐라는 동네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는 엉망인데 이장이 부담금만 더걷는다고 이장더러 그만 두라고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단다.
조심해야 할점은 각오없이 주민을 위한다고 무작정 나서는 것은 악취미(?)이고, 가학적 행위이다. 왜냐면 주민들의 삶이 무모한 만큼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관직이니 관직에 올랐다하여 가문의 영광이 아니다. 그 자리를 잘 지켜내고, 역활을 다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그걸 잘안다.
모름지기 높고 낮은 공적 자리라함은 알고보면 두려움의 위치이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누가 보아도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소임을 마치고, 정해진 시기에 내려와야 비로소 박수를 받는다.
여름장마, 태평양 고기압과 북대서양의 열대성 저기압의 싸움이다. 폭우로 도랑물 넘치는 저기압(저기앞)을 보면 기분이 착찹하고, 한잔 꺽는 식육식당 불판 고기압(고기앞)은 그나마 까실하다. 그래서 인터넷 상에선 저기압인 기분전환 하려면 고기앞(고기압)으로 가라고 하였다.
살기 힘들다며 고기먹을 돈은 있나? 아무튼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며, 힘든세상에서 살아 남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