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아 시인
<문학예술> 등단
대구 수성구 수성동4가 대림e편한세상 106동 1802로
3월의 편지
- 허선아
날마다 조금 더 그리웠습니다
어릴 적 키 재기 눈금마냥 차오른 3월은
바람 한 점에도 넘칠 듯 출렁이는데,
물기 빠진 몸은 부서질 듯 야위었습니다.
유난하던 겨울 지나
애기 젖꼭지 같은 매화 몽우리 조르르 흘러도
몸은 멀었습니다.
그곳의 낮과 이곳의 밤이 엇갈리기에
눈썹달이 뜨면 나를 실어 종이배로 띄우렵니다.
당신 하늘에 낮달이 되어 보이지 않더라도……
그대 미소와 봄 마중 가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삼월도 이른 꽃샘추위,
차라리 눈이라도 내리면 덜 그립겠습니다.
길 위에서
- 허선아
안개 자욱한 날
늘 거기 있을 거라 믿어 손 뻗어도 잡히지 않던 날
그래서 무작정 달리던 젊은 날
헛디딘 다음에야 벼랑임을 알 수 있던 날
백 번 주문 외워도 캄캄한 동굴 더 깊어지던 날
되감기를 눌러도 첫 곡을 들 을 수 없던 날
회오리 마냥 어지럽게 달려도 중심이 없던 날
내용인 줄 알았는데 껍데기뿐인 날
온 몸 탄력으로 질주하지만 넋은 빠져있던 날
용광로 불꽃 속인데도
검은 매연 가득한 날
그렇게 하루는 마무리 되고
실없는 미소도 지으며
때로 실성한 듯 흥얼거리며
지나온 길 뒤 돌아본다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또 가야할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