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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방돔 광장 주얼리 하우스들의 ‘프레스 데이’ |
매년 1월과 7월, 파리 오트꾸뛰르 패션쇼 기간에 맞춰 전세계 미디어에 새 주얼리 컬렉션 소개 | |
귀경/등록일 : 2012.0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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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리프 앤 아펠, 카르티에, 부쉐롱, 미키모토, 레포시, 샤넬, 쇼메, 디올, 부첼라티, 모부생, 프레드, 로렌스 보머 등 주얼리 브랜드는 물론 로렉스, 제제 르 쿠트르, 휴블로, 피아제, 스와치 등의 세계 유명 주얼리 브랜드들의 매장이 자리잡고 있는 방돔 광장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하이 주얼리의 세계다. 미처 입점하지 못한 나머지 최고의 주얼리 하우스들은 방돔 광장에 자리가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 광장 주변에 매장을 열고 있다.
이 주얼리 하우스들은 매년 1월과 7월, 파리 오트 꾸뛰르 패션쇼 기간에 맞춰 전 세계에서 온 패션 잡지와 TV 등 주요 미디어를 자신들의 매장으로 초대해 새 주얼리 컬렉션을 소개한다. 이 날을 위해 각 브랜드들은 방돔광장의 매장과 쇼윈도우를 사용해 신제품을 전시하고 새롭게 출시된 주얼리의 테마에 맞춰 특별히 디스플레이를 만들기도 한다. 금년에도 패션 미디어의 유명인사들이 방돔 광장을 찾았다. 홍보 담당자들은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주얼리를 설명하면서 수천만원, 수억원대의 주얼리를 자유롭게 만져보고 착용해보게 하기도 한다. 평소에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이 주얼리는 귀금속 가공에 관련된 장인정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분야다. 귀금속과 귀보석이 사용되고 제작에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높지만 인내와 노력, 재능과 노하우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분야다. 거기에 제작자의 개성이 담긴 창의적인 디자인이 가미되어 역사적으로 남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된다.
방돔광장의 주얼리 하우스들은 프레스데이가 있기 약 한 달 전부터 주요 패션잡지와 일간지 등 주요 언론계의 담당기자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방문 날짜와 시간약속을 미리 잡는다. 어찌나 엄격한지 초대자 명단에 이름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꼭 보고 싶다면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고 함께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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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얼리 하우스들은 나름대로의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지닌다. 스타 디자이너 로렌스 보머는 자신의 디자인과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방을 마련해 스케치에서 3D 렌더링, 샘플제작에 사용된 모든 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보고 이해하도록 한다. 방돔 광장 3층에 있는 쇼룸에서 이루어지는 샤넬의 프레젠테이션은 철저한 관리와 감독 하에 신제품 하나 하나의 의미와 제작과정, 그리고 영감 등을 개인별, 혹은 그룹별로 설명한다. 이 때 이 멋진 주얼리들을 만져보고 착용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
디올도 마찬가지다. 디올의 제품들은 만져보거나 껴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멋진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정도다.
쇼메는 매장 2층에 분리되어 있는 쇼룸에서 프레스데이를 진행한다. 귀족적인 18세기의 오리지널 인테리어가 된 방에 들어가는 것부터 감동은 시작된다. 이 곳에 새 컬렉션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따로 만들어 신제품을 전시한다. 제품 소개는 회사의 홍보담당자들이 주로 진행하지만 기회가 좋으면 쇼메의 디자이너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어떻게 컬렉션 이름을 짓게 되었고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얼마동안의 제작 기간과 준비 기간이 걸렸는지를 디자이너로부터 직접 듣는다는 것은 영광이다.
반 클리프 아펠은 해마다 그 때 그 때 맞는 장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갖는다. 2011년에는 방돔광장 매장의 2층에서 하이주얼리 지퍼 컬렉션을 발표했지만 금년에는 방돔광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또 다른 매장을 새 컬렉션과 잘 맞는 하늘색으로 단장하고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부쉐롱의 경우 그들이 소유한 장서와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있는 2층을 자연스럽게 지나 박물관처럼 만든 3층 쇼룸에서 독특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사방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주얼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멋진 디스플레이가 입장객들을 압도한다. 금년에는 1월 프레젠테이션을 건너뛰었지만 3월 바젤과 5월의 대형 이벤트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약속을 했다.
각 주얼리 하우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턱시도를 입은 멋진 젊은이들이 다과와 칵테일을 제공한다. 눈과 입이 함께 즐겁다. 여기에도 트랜드가 있다.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샴페인이나 주스 등 음료와 동반하는 것은 쵸콜렛 케익이나 작은 과일 등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쵸콜렛이나 과일보다 마카롱(가운데 크림이 들어있는 바삭한 과자)을 선호하는 것이 두드러진다. 더 비싸지만 더 시크하다.
세계 최고의 주얼리 하우스들은 아름다운 제품에 못지 않게 그들을 최대한 설명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제품을 잘 만들고 광고만 해서는 어필하기 힘들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챈 것 같다. 이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다음 달에는 동시에 전 세계의 패션 잡지에 이들의 기사가 실리고 소비자들은 실물을 보기 위해 매장으로 향한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높은 퀄리티의 제품, 그런 제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독립 매장, 멋진 광고와 제품사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잘 설명하는 홍보. 이 모든것이 조화를 이룰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배신하지 않고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가 하는 성대한 프레젠테이션일 필요는 없다. 규모가 작아도 얼마든지 홍보의 방법은 있다.
훌륭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을 자랑하고 싶지 않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예쁜 아이에게 더 예쁜 옷을 입히고 그들을 자랑하는 것과 내 손으로 만든 제품에 멋진 케이스와 광고를 통해 이들을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 글: 김성희 본지 객원기자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주얼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