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사랑하는 자, 붓다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 태어나심을 기뻐하는 날, 음력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입니다. 부처님이 출가하신 날은 음력 2월 8일이고, 깨달음을 이루신 날은 음력 12월 8일, 열반하신 날은 음력 2월 15일입니다.
그런데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과 깨달음을 이루신 날, 열반하신 날이 같습니다. 인도 달력은 3월에 새해가 시작되고 만월이 되는 날이 그 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초파일, 성도일, 열반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인도 달력으로는 2월 30일, 보름달이 뜨는 이 날이 부처님 탄신일이면서 성도절이면서 열반일입니다. 우리 달력으로는 음력 4월 15일입니다. 이것은 문화적인 차이인데, 어느 나라가 더 정확한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인도 북쪽 히말라야 산 아래 카필라바스투에서 샤카족의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숫도다나, 어머니는 마하마야부인입니다. 숫도다나 왕과 마야부인은 늦도록 아이가 없어서 늘 좋은 마음, 좋은 행실을 쌓으며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한 끝에 아기를 잉태했습니다.
산달이 되자 마야부인은 그 당시 풍습대로 아기를 낳기 위해 카필라바스투를 떠나 고향인 데바다하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정오쯤 되어 룸비니 숲에 이르렀을 때 아쇼카나무에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는 마야부인은 잠시 가마에서 내려 꽃구경을 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산기가 와서 아쇼카나무 가지를 잡고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 아이가 고타마 싯다르타, 석가모니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오른손으로 하늘을 왼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천상천하(天上天下) 유아독존(唯我獨尊) 삼계개고(三界皆苦) 아당안자(我當安之)’라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가장 존귀하네.
삼계가 다 괴로움에 빠져 있으니
내 이를 마땅히 구제하리라.’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렇게 태어나시기 전에는 어디에 계셨는가. 이에 대해서는 경전에 있는 부처님 전생 설화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과거 한없는 아승지겁(阿僧祗劫 헤아릴 수 없이 긴 시간) 전에 연등 부처님이 중생을 교화하던 때에 선혜라는 이름의 수행자였습니다. 고귀한 집 아들로 태어난 선혜 행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귀한 신분의 높은 지위와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그때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윗대로 7대 할아버지부터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재물을 이렇게 많이 모으고 지위도 높아졌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이 많은 재산 가운데 동전 한 닢도 가져가지 못하고, 그 높은 지위 가운데 털끝 하나도 가져가지 못했다. 나 역시 죽을 때 동전 한 닢, 지위 하나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재물도 이렇게 높은 지위도 참으로 내 것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선혜 행자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그 많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가문의 높은 지위도 반납하고는 숲속으로 들어가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내 것이 될 수 있는 게 뭘까. 나는 누구인가’ 이렇게 참 나를 찾기 위해 큰 의문을 가지고 용맹정진하다가 일주일 만에 다섯 가지 신통이 열렸습니다.
보지 않아도 저 멀리까지 보이는 천안통(天眼通)이 열리고, 먼 곳의 말까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천이통(天耳通)이 열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타심통(他心通)이 열리고, 나와 남의 전생 현생 내생을 알 수 있는 숙명통(宿命通)이 열리고, 몸을 여기저기 나타나게 하는 신족통(神足通)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다섯 가지 신통이 생겨도 처음 품은 의문은 풀리지 않고 번뇌가 다하지 않았습니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선혜 행자는 다시 마을로 내려와 스승을 찾아 헤매다가 연등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진흙탕 길에 흙을 덮어 메우고, 꽃을 뿌리는 등 연등 부처님 지나시는 길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본 선혜 행자는 생각했습니다.
‘부처라는 소리조차 이 세상에서는 듣기 어려운 일인데 부처님을 만나기란 하늘에서 떨어진 바늘이 겨자씨에 꽂히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눈앞에서 부처님을 뵙고 설법을 듣는 일이야 얼마나 어렵고도 귀중한 인연인가. 나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오시는 길을 닦아야겠다.’
선혜 행자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부처님이 오실 길을 닦았습니다. 선혜 행자는 신통력으로 그 길을 말끔히 닦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아니므로 직접 흙과 모래를 가져다가 물이 고인 곳을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길을 다 고치기도 전에 부처님과 제자들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선혜 행자는 진흙탕 가까이 걸어오시는 부처님을 보자 입었던 옷을 벗어 진흙탕에 깔고 그것도 부족하자 머리를 풀어헤쳐 진흙을 덮고 또 땅위에 온몸을 던지며 말했습니다.
“부처님, 진흙을 밟지 마시고 부디 제 머리털과 몸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그러자 연등 부처님이 선혜 행자를 보고 말씀하셨습니다.
“장하다. 선혜 행자여. 그대의 보리심은 참으로 갸륵하구나. 이같이 지극한 공덕으로 그대는 오는 세상에 기필코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 부르리라.”
그렇게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은 뒤로도 선혜 행자는 수없이 많은 보살행을 했습니다. 그리고 도솔천의 호명보살이 된 뒤, 온 중생이 괴로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중생계에 태어나 그들을 고통에서 건져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법륜스님의 신간 <날마다 새날> 중에서 '부처님 오신날' 이야기를 몇 번에 나누어 올려드립니다. 한번에 올리기는 분량이 많습니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다겁생의 공덕으로 부처를 이룹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드림니다
감사합니다 ...
부처님 오신날을 봉축합니다! 다만 올해가 불기 2561년이라 함은 인도의 부처님 기준이고,
전통의 불기 3044년은 중앙아시아의 부처님(동이족) 기준인데 역사 왜곡으로 바뀐겁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