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호수공원에서 즐기는 군산의 낮과 밤
도심 속 푸른 쉼터, 여름밤 야경의 진수
호수의 도시 군산에 빛이 내린다.
소설 《탁류》의 도시로 불리던 군산을 이제 호수의 도시라 불러도 좋다. 도심에 있는 은파호수공원은 은빛처럼 맑은 물이 바다처럼 넉넉하게 도심을 채우는 곳이다. 호수 둘레 따라 푸른 자연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다리 위 야경이 무지개처럼 밤하늘을 수놓는다. 시원한 바람이 오색 빛을 찰랑찰랑 흔들 때마다 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호수의 낭만이 차오른다.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도심 속 푸른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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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수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2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은파호수공원 3 호수를 즐기는 연인 |
군산은 예부터 물의 고향이라 했다. 바다와 강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진정한 물의 도시다. 위로는 금강이, 아래로는 만경강이 군산을 호위하듯 서해로 흐른다. ‘군산(群山)’이란 이름처럼 올망졸망한 산들이 크고 작은 호수를 품고 있다. 은파호수공원은 물의 도시 군산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넉넉한 호수다. 군산시 나운동과 지곡동에 있는 은파호수공원은 도심 속에 자리 잡은 녹색 쉼터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푸른 산들이 들쑥날쑥 감싸 안았다. 호수 면적은 175만 6,443㎡(약 53만 평), 주변 구릉을 포함한 유원지는 총 257만 8,524㎡(약 78만 평)에 이른다.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고, 수변산책로를 비롯해 음악분수, 수변무대, 연꽃자생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은파호수공원의 옛 이름은 미제지(米堤池)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나타나는데, 처음 등장한 곳은 1530년(중종 25)에 제작된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미제지는 옥구현 북쪽 10리에 있으며 둘레가 일만구백십 척(6.9km)”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미제지는 《신증동국여지승람》보다 앞선, 조선 왕조 이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올망졸망 구릉들 사이에 탄생한 거대 호수
미제저수지는 ‘쌀뭍방죽’이라는 이름 그대로 주변 평야에 농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농업용 저수지였다. 구릉들 사이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호수 같지만, 사실은 둑으로 막은 인공 저수지다. 길이 270m, 높이 약 10m, 너비 4m의 작은 둑이지만 군산의 오밀조밀한 지형을 이용해 거대한 저수지를 만들었다.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수변산책로는 전체 8.56km로 2시간 남짓 소요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책로는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그윽한 숲 향기가 어우러져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상쾌함을 선사한다. 햇살이 호수 위에 하얗게 부서지면 은파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수가 워낙 커서 한 바퀴를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호수 한가운데에 가로놓인 물빛다리를 건너 반 바퀴만 도는 코스를 선택해도 된다. 호수 산책은 장마철 비 오는 날도 문제 없다. 작은 우산 하나 나란히 쓰고 물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호수의 낭만이 더욱 짙어진다. 수변산책로는 군산을 대표하는 트레킹 코스인 구불길 5코스에 속한다. 호수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맛도 그만이다. 두세 명이 함께 걸어도 될 만큼 넓은 산책로는 자전거를 타기에도 안성맞춤. 전체적으로 평지에 가까워 초보자도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 타는 재미에 빠질 수 있다. 걷는 데 두어 시간이 걸리는 호수 한 바퀴도 자전거로 달리면 30분이면 충분하다. 관리사무소 옆에 무인 자전거대여소가 마련되어 있다. 공원 내에 있는 자전거문화센터에서는 ‘어린이 자전거 안전체험교실’, ‘자전거 초보교실’ 등을 무료로 진행한다. 타이어 펑크 수리나 체인 손질 등 간단한 정비도 배울 수 있다.
물빛, 불빛 찰랑대는 야경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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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빛다리 위에서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 2 어둠 속에 무지개처럼 불 밝힌 물빛다리 3 화려한 빛과 시원한 바람으로 여름밤을 즐긴다. |
은파호수공원 최고의 명물은 물빛다리다. 은파호를 가로지르는 보행자 다리인데, 총길이 370m로 호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다리 위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물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물빛다리의 백미는 해가 지면서부터다. 호수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하나둘 켜지고, 무지개처럼 화려한 불빛이 주변을 수놓는다. 눈부신 불빛은 수면을 고운 빛으로 물들이고, 바람 따라 아른아른 흔들리며 뭇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다리 중간에 있는 하트 모양 조명과 다리 끝에 있는 사랑체험봉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업고 건너는 사랑길은 연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야경은 일몰부터 밤 10시까지 즐길 수 있다. 산책로에도 밤늦도록 조명이 환히 켜져,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긴긴 여름밤 무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진다.
무지개가 걸린 음악분수와 물빛다리
음악분수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음악에 맞춰 최고 30m까지 치솟아 오르는 분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해가 쨍한 날에는 분수 옆으로 무지개가 생겨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밤이 되면 오색 조명과 어우러진 분수쇼가 물빛다리의 야경과 함께 화려한 밤을 수놓는다. 4월에서 10월 사이, 낮 12시에서 밤 10시까지 매시간 20분씩, 11월과 3월에는 2시간마다 가동된다. 봄이면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이면 연꽃자생지에 수십 종의 연꽃이 만개한다. 산책로를 따라 철마다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이 호수의 정취를 더해준다. 오리배를 타고 은빛 물결을 가르며 떠다니는 기쁨도 놓칠 수 없다.
철따라 만나는 꽃들도 정취를 더한다.
물빛다리 앞 광장에서는 토요일 밤마다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전통 국악 공연을 비롯해 댄스, 클래식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진다. 호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은 감동도 두 배다. 다만 여름밤에는 모기가 극성이다. 벌레퇴치제나 긴소매 옷을 챙기면 공연과 야경을 한결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출처:(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유은영)
2024-11-25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