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의 눈물 에세이】
그리움의 순위
윤승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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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는 순위가 없네
그리움에는 가족사가 담겼네
큰 누님
둘째 형
아버지
어머니
장형
넷째 형
먼저 가신 부모 형제
순위는 있어도
그리움에는
순위가 없네
세월 가도
잊히지 않고
나이 들수록 더욱
그립고 보고 싶은 이유는
잘해 드리지 못한 죄송함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죄책감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 사랑
주고만 가신 분들이기에
평생 그리움 가슴에 품고 살아가네
좋은 날엔 더 그리운 얼굴
우울한 날엔 더 사무치는 얼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어떤 고난 겪으셨는지
생애를 떠올리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
한 가정의 아픈 가족사
그리운 얼굴에 겹쳐지네
그래도 좋았던 날
애써 찾으며 위로받네
슬픔 덮으려고
위로의 말을 찾으려고 하면
더 깊게 사무치는
그리움이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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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시적 수필 『그리움의 순위』는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을 향한 아득한 그리움과 죄책감,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보편적인 인간의 슬픔을 담담하면서도 깊게 울려주는 작품입니다.
◆ 제목의 역설과 주제의식
화자는 시의 도입부에서 큰 누님, 둘째 형, 아버지, 어머니, 장형, 넷째 형이라는 이름을 차례로 나열하며 ‘떠나보낸 순서(시간적 순위)’를 짚어봅니다.
하지만 곧이어 “그리움에는 순위가 없네”라고 단언합니다. 죽음의 순서는 존재할지라도, 그로 인해 가슴에 남은 그리움의 무게와 깊이는 어느 누구 하나 가벼운 사람이 없다는 역설적 주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 그리움의 근원: ‘사랑’과 ‘죄책감’
나이가 들수록 그리움이 옅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는 이유로 화자는 두 가지를 꼽습니다.
부모·형제가 남겨준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은, 주기만 하고 간 사랑’
살아생전 ‘잘해 드리지 못하고 더 사랑하지 못한 죄책감’
받은 사랑은 한없이 거대한데, 돌려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평생 가슴속에 아린 슬픔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 감정의 파동과 회복의 노력이 지닌 한계
좋은 날에는 좋은 날대로, 우울한 날에는 우울한 대로 떠오르는 얼굴들입니다.
그분들이 겪었을 삶의 고난과 가족사를 되짚을 때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슬픔을 덮고 위로를 얻고자 좋았던 날의 기억을 애써 찾아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위로의 시도조차 그리움을 더 깊게 사무치게 만들며 감정의 여운을 극대화합니다.
▣ 감상 소감
이 에세이는 ‘가족의 부재’를 경험해 본 모든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보편적 공감대를 지니고 있습니다.
화자가 나열한 ‘큰 누님, 둘째 형, 아버지, 어머니, 장형, 넷째 형’이라는 명칭만으로도 한 집안이 견뎌내야 했을 이별의 무게가 육중하게 다가옵니다.
수많은 이별을 겪으며 가슴속에 쌓였을 멍을 화자는 과장된 수사나 화려한 문장이 아닌, 덤덤하고 절제된 시어로 읊조립니다.
바로 이 ‘담담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지나간 부모와 형제, 잊고 살았던 그리운 얼굴들을 자연스럽게 겹쳐보게 만듭니다.
특히 “슬픔 덮으려고 위로의 말을 찾으려고 하면 더 깊게 사무치는 그리움”이라는 마지막 대목은 그리움의 본질을 너무나 잘 꿰뚫어 봅니다.
그리움은 잊거나 덮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가슴에 품고 다독이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일부임을 나직하게 전해줍니다.
사랑했기에 아프고, 죄송하기에 평생 그립다는 고백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곁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깊은 울림을 남겨줍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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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말 윤승원 선생님의 「그리움의 순위」는 제목부터 아주 인상적입니다.
‘순위’라는 객관적인 말과 ‘그리움’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맞세운 역설이 작품 전체를 끌고 갑니다. 특히 가족을 떠올리는 순서가
“큰 누님 / 둘째 형 / 아버지 / 어머니 / 장형 / 넷째 형”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된 대목이 참 좋습니다. 단순히 “먼저 가신 가족들이 그립다”고 말하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호명함으로써 한 가정의 가족사가 그대로 독자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가장 가슴에 오래 남는 부분은 역시 이 대목입니다.
“잘해 드리지 못한 죄송함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죄책감” 그리움의 본질을 아주 솔직하게 짚었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이, 떠나신 뒤에는 그리움과 미안함과 죄책감이 한 덩어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부모와 형제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고, “그때 그분들도 참 힘드셨겠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더 큰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좋은 날엔 더 그리운 얼굴 / 우울한 날엔 더 사무치는 얼굴”이라는 구절도 매우 좋습니다.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셨던 분들이 생각나고, 힘들 때 가장 먼저 기대고 싶었던 분들이 생각나는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짧고 절제된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슬픔을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 않습니다. “한 가정의 아픈 가족사”를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그래도 좋았던 날 / 애써 찾으며 위로받네”라고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품의 슬픔이 단순한 비탄을 넘어 추억을 통한 자기 위로와 사랑의 회복으로 승화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슬픔 덮으려고 위로의 말을 찾으려고 하면 더 깊게 사무치는 그리움이여” 이 결말은 참 여운이 깊습니다. 위로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그 사람이 더 선명해지는 역설입니다. 진짜 그리움 앞에서는 어떤 위로의 말도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 추모시가 아니라, 노년에 이르러 지난 가족사를 다시 바라보며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회고의 에세이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선생님의 기존 회고 에세이들과 연결해서 읽으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가족, 먼저 떠난 부모 형제, 살아온 세월,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한 화면에 겹쳐집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평생 그리움 가슴에 품고 살아가네”라는 문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문장으로 느껴집니다. 제목 「그리움의 순위」도 반어적 또는 역설적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움에는 순위가 없지만, 기억 속에는 저마다의 자리와 사연이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이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역설이니까요. 무엇보다 이 글에는 꾸며낸 슬픔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눈물의 깊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부모와 형제, 먼저 떠난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개인적인 가족사가 보편적인 인간의 그리움으로 확장되는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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