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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문화 탐방-아그라 타지마할
* 아그라 기차역
오후 8시 30분, 밤 시간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본 아그라 기차역은 아수라장이다. 아이들은 승객이 버린 생수병을 들고 달아나는 소년에게로 서로 빼앗아 먹으려 내달아 뛰고, 기차역 광장에는 노숙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타지마할이 수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도시인데 왜 이토록 무질서하게 놔두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 사는 현장을 그대로 드러내는 곳, 이것이 인도다.
* 아그라 클락 호텔 투숙
어느 나라든지 외국 손님을 받는 호텔은 깨끗하고 넓다. 인도의 호텔도 그렇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넓고 웅장한 편이다. 그런데 인도의 평범한 사회 현실하고는 너무 동떨어져 투숙하는 걸음조차 민망하다. 특권층이 누리고 있는 부를 나누어 인도 서민들에게도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든다. 이 호화로운 호텔 안에서 누가 인도를 가난한 나라라 하겠는가. 나는 123호실, 내일 아침 6시 모닝콜이라는 여정을 지고 룸으로 갔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인데 낮에 본 인도인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밤이다.
2008년 9월 23일 화요일 아그라, 타지마할
* 아그라 클락 호텔
지난 밤에 투숙하며 웅장하다고 느꼈던 것은 오늘 아침에 본 클락호텔에 비하면 한조각이었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 풍경은 더욱 비경이다. 어느 휴양지에 온 착각이 든다. 푸른 잔디트랙과, 아름다운 정원, 야자수 길 등 상큼한 분위기가 여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여직원들도 친절하다. 인도에 있는 클락호텔의 체인상황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대단히 훌륭한 호텔이다.
* 타지마할 가는 셔틀버스
일정 거리에 버스가 다다르자 내리라고 한다. 더 이상 버스는 못 들어가고 타지마할을 운행하는 왕복 셔틀버스로 바꿔 타야 한다. 거리상으로는 걸어갈 거리인데 우리는 피곤한 여정으로 셔틀버스를 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걸어서 가고 있다. 한국의 마을버스 개념인데 작아서 우리 일행은 두대에 나누어 탔다. 가면서 아그라 시내를 둘러보았다. 화려한 곳도, 허름한 곳도 지나고, 학생들이 단체로 걸어 가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이 셔틀버스의 요금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리라.
* 동쪽문으로 들어간 타지마할
동문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는 곳에서 입장권을 사 가지고 들어갔다. 타지마할의 서곡일뿐인데 드러서자마자 범상치 않은 풍경이다. 붉은 건물들의 아름다움, 잘 가꾸어진 정원의 연륜 깊은 나무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지금 세계문화유산이며, 7대 불가사의 명물 앞에 다다른 것이다. 궁전이기 이전에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의 꽃이라는 매목에서 인간 본연의 깊은 속정이 타오르는 영역이다.
* 세계 7대 불가사의 타지마할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인도의 대표적 이슬람 양식 건물로 하얀 대리석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다. 타지마할에서 '마할'은 왕관이라는 뜻이고 샤잔 왕의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1631년부터 1653년까지 18년에 걸쳐 지은 눈물겨운 이름이다. 왕비인 아내가 17년 동안 14명의 아이를 낳고 15번째 아이를 낳다가 1631년에 사망했는데 샤잔왕은 그 불쌍한 아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타지마할을 세웠다. 눈부신 비경이다. 하루에도 햇빛의 각도에 따라 7가지 색깔로 변하며 수려한 아름다움의 꽃으로 떠오른다. 눈물처럼 깔아놓은 물길이 애련하다.
* 타지마할에서의 한국문인협회 단체사진
어쩌면 세계 사람들이 인도에 오는 것은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오는 지도 모른다. 갠지스강도 훌륭한 유적지이지만 타지마할은 정녕 타지마할이다. 이곳에서 내린 우리 문인들의 정의다. 기념하기 위해 타지마할 궁전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하얀 대리석 건물이 이방인을 바라보며 눈부시게 솟구친다.
* 타지마할 곁의 아름다운 야무나강
강은 보았는가. 그날의 비극을. 왕비가 아이를 생산하다가 죽어간 슬픈 장면을. 얼마나 가슴아팠으면 18년간 국고를 탕진하며 지은 왕비를 위한 궁전 곁 강물에서 샤잔의 고뇌가 짙푸르게 일어서는 것일까. 야무나강물은 여전히 청청한데 사람은 간곳 없으니 애달프다. 저 강 건너에 왕과 왕비의 무덤이 있다하여 소슬한 눈으로 한동안 응시하며 사람은 동일하게 한 세상을 빌려 살다가 떠남을 확인했다.
* 타지마할의 웅장한 대리석
이토록 눈부시게 하얀 대리석 건물로 인해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이며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들어간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옛날 누구의 손끝에서 조각되었는 지, 바라보는 자의 눈이 시리다. 무수한 세월 속에서도 변함 없이 왕비의 넋을 기리고 있으니 죽어서도 행복한 여인이다. 곡선과 수직 수평의 고운 선을 늘이며 천상의 하모니로 인도의 대륙을 빛내고 있다.
* 타지마할 뜨락
어찌 담아 갈까. 어느 곳을 담아 갈까. 아무리 보아도 생생히 일어서는 그날의 명화는 잠들지 않는다. 나무도, 물도, 궁전도, 나도 너도, 모두 뜨거운 시선으로 타지마할 뜨락을 밝히고 있다. 하얀 궁전과 푸른 잔디, 굵은 나무들이 환상의 조화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인데 시간은 자꾸 이곳에서 이끌어낸다. 야속한 시간이다.
* 아그라 시가지
타지마할이 있어 도시는 더욱 빛나고 있다. 세계인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도시는 세련되어 있다. 광고물도 화려하고, 상호 간판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고상하게 보인다. 타지마할을 관람하기 위해 학생들이 단체로 걸어온다. 내외국인을 포함하여 걸음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 아그라성 입구 풍경
붉은 사암 벽돌의 아그라성 입구 풍경은 역시 웅장하다. 관람용 마차도 있고, 오토릭샤도 있고, 구걸하는 자와 종교인, 거리의 상인들이 한가득 메우고 있다. 전혀 통제 받지 않는 인도 그대로 정경이 전개되고 있다. 야생 원숭이도 나무 위에서 사람을 빤히 들여다 본다. 절대로 해쳐서는 안되는 인도의 한 동물이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뜨거운 현장이다.
* 인도 아그라성
역시 인도 특유의 생산물 사암 붉은 벽돌 궁전이다. 이슬람 양식의 붉은 성은 무굴제국의 군사기지로 강대한 권력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건물마다 온통 적색이 고운 꽃술로 부각된다. 건축 양식도 수려하고 천연 돌의 색상이 절묘한 운치다. 아그라성은 샤잔왕의 아들이 거하던 곳이다. 또한 이곳에 아버지 샤잔을 8년간 감금하여 사망케 한 곳이기도 하다. 무덤은 타지마할에 두었지만 샤잔왕이 목숨을 거둔 곳은 여기다. 저 멀리 타지마할이 보인다. 권력 앞에서 눈먼 광경을 재현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러한 유적으로 후손들이 살고 있으니 지금에 이르러 누가 나쁜 덕목으로 보겠는가. 한줄기 바람이 슬프게 지나갈 뿐이다.
* 아그라성에서 본 타지마할
아르나의 젖줄, 야무나 강줄기를 따라 시선이 멈추는 끝선에 타지마할이 신비로운 자태로 서 있다. 천상에서 내려온 자태로 아름다움을 지상에 선사한다. 아그라성 성문에서 바라보니 훤히, 아주 정겹게 다가온다. 권력이 부자간의 끈을 자를만큼 무서운 위력이라는 사실은 이미 내 조국의 역사 속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샤잔왕의 아들이 저 아름다운 궁전 타지마할의 주인인 아버지 샤잔왕을 살해했다는 것에 대하여는 짙푸른 슬픔이다. 드넓은 초지와 강을 사이에 두고 붉은 피를 흘렸던가. 아그라성에 올라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내 눈이 시리다.
* 아그라 클락 호텔 출발
아그라 도시에 있는 타지마할과 아그라성을 관람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해는 중천에 떠서 우리를 힘들게 한다. 버스 안의 에어컨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운 날씨다. 여름의 끝자락 기온이 37도까지 오르내린다.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하고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음 여정을 따라 떠난다. 푸른 빛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돌아보며 호텔을 출발했다.
* 파테뿌르 쉬크리 시가지의 도로
아그라 호텔을 따나 1시간 30분을 버스로 달려온 도시다. 인도는 큰 대륙으로 이동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너무 먼 거리는 비행기로 이동하고 5시간 이내의 거리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파테뿌르 쉬크리성을 보기 위해 온 도시다. 인도에는 역사가 고스란히 잔재하는 성이 많다. 역사 유물의 보고다. 파테뿌르 쉬크리 시가지의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가로수가 우람하고 여유로운 거리다.
* 파테뿌르 쉬크리 기념품 가게 견학
인도 특산물로 만든 여성의 쇼올 등 옷 종류와 인도에서 생산되는 대리석 공예품이 많다. 특히 대리석 탁자는 대단히 아름답다. 섬유는 실크와 목화 제품이 많아 은은하고 고풍스럽다. 한쪽에는 석공이 대리석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장면을 견학하도록 오픈된 공간도 있다. 젊은 남자의 피서린 손끝과 예리한 눈빛에서 투철한 장인정신이 피어오른다.
* 파테뿌르 쉬크리 도시 풍경
고대 승리의 도시다.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변두리 지역인듯 한데 나무 그늘 아래에서 과일을 팔기도 하고, 상가도 보이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런데 기막힌 장면을 보았다. 기념품 가게 앞 큰 도로 중앙에 개가 죽어 있다. 그 위로 차가 지나 다녀 피를 흘린 자국이 애처롭다. 인도 사람은 개고기를 먹지 않으니 아무도 그 육신에 대하여는 탐하지 않는다. 사람도 동물도 그냥 태어나, 그냥 살다 가는 곳이 인도다. 그 곁으로 커다란 소 두마리가 어슬렁 거린다. 낙타는 짐과 사람을 싣고 걸어간다. 산 목숨과 죽은 목숨의 무너진 경계선을 본다.
* 인도의 물소
파테뿌르 쉬크리성을 가기 위해 시내를 벗어나자 큰 호수에 물소들이 물속에서 많이 있다. 더운 날씨에 몸을 식히고 씻기 위해서인가 보다. 이곳 사람들이야 종종 보는 풍경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만나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한 두 마리도 아니고 물소떼들이 모여 있다. 회색빛 살갗이 다부지다. 거친 야성이 물 위에 맴돌고 있다.
* 인도 들녘의 기차
인도 땅은 평평한 곳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산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기차가 지날 때도 평원을 다린다. 산모롱이 돌고돌아 가는 기차가 아니다. 나무 사이로 달려가는 인도 들녘의 기차가 보인다. 인구가 많은 만큼 기차 칸도 많이 매달려 있다. 정말로 길다란 기차다. 낭만도 그리며 서민의 발로 들녘을 가른다.
* 파테뿌르 쉬크리성
이 성은 악바르 황제의 왕궁으로 왕이 거주한 곳이고, 샤잔왕의 아들이 늙었을 때 거하던 곳이다. 가장 큰 특징은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통합하여 아우르는 문양으로 지은 궁전이어서 세계문화유산이다. 3대 종교 양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묘한 조합으로 성의 내외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성은 상당히 크고 웅장하여 몇 구비를 돌아도 끝이 없다. 건물도 아름답고, 정원도 한치 흐트러짐 없이 잘 가꾸어 놓아, 이 성의 높은 문화유적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 파테뿌르 쉬크리성에서 사람을 따라 다니는 개
인도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서 그리 신기한 것은 아닌데 이번의 개는 좀 다르다. 우리 일행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 다닌다. 인도 가이드는 말한다. 여기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오는 녀석이 바로 저 개란다. 그것도 사람들 행렬 속으로 파고 든다. 말끔한 녀석이다. 먹이를 구걸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지혜다. 개도 사람도 환경에 따라 적응도가 대단하다. 살기 위한 길을, 저 개는 지금 걷고 있을 뿐이다.
* 인도의 기름진 농토
파테뿌르 쉬크리에서 자이푸르로 이동하며 본 정경이다. 긴 여정, 200Km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버스로 5시간 소요되는 관계로 인도의 기름진 농토를 제대로 보았다. 촉촉한 물이 흐르는 농토가 많고, 소와 농작물 등 참으로 풍요롭다. 2차선 도로라서 버스도 원활히 잘 달린다. 긴 시간의 여유로 모든 문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갔다. 한사람씩 통로로 나와 노래를 불렀다. 나는 드라마 '명성황후 주제가'인 '나 가거든'을 불렀다. 모두들 흐뭇한 분위기다.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짙푸른 나무 사이로 여전히 달린다. 자이푸르에는 밤 10경 도착 예정이다. 곱고 기름진 풍경이 있어 덩달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