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추운 곳이다
겨울이 아닌 때도
춥다
어깨 부빌 거리도 없고
기대어볼 만한 언덕도 없었다
원고지 이만 장 십일만 원
안다는 사람한테 사고
다음 날 문방구에서
원고지 이만 장
육만 원에 샀을 때
진정 나는 추워서 떨었다
그러나
서울 갔다 오는 날
서원도로 들어서면
고향길 돌아온 듯
마냥 마음이 놓인다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시집 67쪽=
강원도 원주는 저의 고향 경기도 여주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영동고속도로가 없던 시절이기에 서울에서 원주를 가기 위해서는
서원이라는 곳을 지나야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낡은 버스는 고개를 넘을 때에는 힘에 부쳐
검은 연기를 한 없이 뿜어 대곤 했습니다.
때로는 모두 내려서 버스를 밀어야 했지요.
시골 버스에는 팔려가는 닭과 고추며, 온갖 농산물도
함께 타고 다녔습니다.
인심 좋은 운전기사 아저씨는 손님이 내리고 싶은 곳이 곧 정거장이었습니다.
눈이 몹시 내린 날에는 버스가 오지 않았습니다.
출장이 잦은 저는 여러 지방을 다닙니다.
"부산"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면 반갑고 다 왔구나 하고
박경리 선생님처럼 마음이 놓이곤 하지요.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있어 주소나 상호,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이리저리 잘 안내합니다.
그러나,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이정표를 보고 다녔습니다.
이정표는 녹색바탕에 흰 글씨로 표시됩니다.
그러나 볼거리, 관광지, 사찰 , 유적지, 공원 등은 황색 바탕에 흰 글씨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출장길에 여유가 있을 경우, 황색바탕에 흰 글씨의 이정표를 보고
잠시 들려 망중한을 즐기곤 합니다.
객지客地.
어쩌면 우리는 집을 떠나 임시로 머물러 있는 나그네가 아닌가!
목적지는 모두 같으나, 이리갈까 저리 갈까 방황하며 망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침에 낮달이 가고 있군요.
이렇게 우리도 가고 또 갑니다.
=적토마 올림=
원주 박경리 문학관에서 촬영한 사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