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맛있는 집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음식에 대해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다. 보통 소문은 과장되기 마련이며, 뉴욕 같은 거대 도시에서는 나 같이 스쳐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겐 진짜 속살은 잘 안 보여주는 법이니깐! 더구나 영화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음식점에는 그다지 흥미를 갖고 않았었다. But!!!!!! 이건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피칸파이를 맛보게 해 준 뉴욕 최고의 맛집 '세렌디피티3'
세렌디피티3는 영화 <세렌디피티>의 배경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더라. 이 가게는 20세기 초에 생겼고 원래 굉장히 유명한 레스토랑이었고 그냥 그 영화에 그 유명한 곳이 등장한 것이었단다.^^ 왜 그럼 가게 이름이 '세렌디피티3'인가? 그건 이 가게의 이름이 그냥 세렌디피티가 아닌 '세렌디피티3'라는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래 전 이 곳은 세렌디피티街였다고 한다. 이 가게의 주소가 세렌디피티 3街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영화의 제목이 그 가게 이름의 영향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난 솔직히 영화도 안 봤으니~~ 친구가 그래도 여긴 가 봐야 한다고 해서 시내 구경을 가는 김에 갔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기본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긴~~긴 waiting list에 이름을 올리고 근처에 있는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구경에 나섰다. 그 근처의 엄청난 상점들도 나를 반겨 주더라~~ㅋㅋㅋㅋㅋ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세렌디피티3의 입구. 입구 주변부터 사람들이 버글버글~~ 안으로 들어서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한 소음 속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도 그렇지만 가게 안에도 그다지 눈에 띄는 특징들은 없었다. 오래된 가게라는 느낌이 많이 났고 무질서하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
좁고 긴 입구 양 옆에는 뭐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를 물건들이 널려 있었고 (나름 display라고 하겠지만 내 눈에는 그냥 널려 있는 듯 보였당.^^ㅋ) 그들 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The Simpson'의 캐릭터들. Bart Simpson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 캐릭터가 어찌 반갑지 않을소냐~~ㅋㅋㅋ 하나 사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기억에 겁나 비쌌던 것이~~~ㅜ.ㅜ
오랜 쇼핑에 지쳐 나가 떨어질 때쯤 이 가게로 돌아 왔는데 여전히 waiting list가 남아 있었다. 겨우 겨우 자리가 났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으니 살 것 같더라. 2층의 풍경도 뭐 그닥....^^;;;; 그렇게 유명한 집이라는데 인테리어는 영~~~. 오래된 집을 개조한 것 같은 느낌의 실내가 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집이 정말 유명한 곳이란 생각이 든 건 내가 앉아 있던 자리의 앞 뒤로 한국 사람들이 엄청 있더라는 거!
이게 바로 세렌디피티 3의 메뉴판. 여기에는 단지 메뉴만 있는 게 아니다. 세렌디피티 3라는 가게의 역사와 소개가 담겨 있고, 갖가지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이 써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펜으로 그린 일러스트의 느낌으로 빽빽하게 그려진 메뉴판은 확실히 색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읽어 보는 재미도 쏠쏠~
우리가 주문한 메뉴들. 왼쪽의 저 질질 흘리는 초콜릿이 바로 '핫 프로즌 초콜릿'. 바로 '세렌디피티3'라는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이자 세계적 명성을 획득하게 만든 것이라 하더라. 엄청 달고 시원하고~~~ 유명하다니까 일단 시켜 봤는데 사실은 저것보다 덤으로 오른쪽의 피칸파이가 제대로였다. 큼직한 피칸이 엄청 많이 들어간 이 피칸파이는 태어나서 먹어 본 모든 피칸파이를 압도하는 끝내주는 맛이었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감동적인 맛!!!!!!!!!!!!!!!!!!!!!!!!!!!!!!!!!!!!!!!!!!!!!!! 내가 뉴욕에 다시 가게 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금색 마를린 때문도 아니고, 못 보고 온 구겐하임 미술관 때문도 아니다. 바로 저 피칸파이를 다시 먹기 위해서이다. 정말 돌아서 나오는 순간부터 마구 그리워지는 피칸파이.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절대 맛 보지 못할 진짜 피칸파이인 것이다. 아~~~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저 맛이 생각나 침이 꼴딱꼴딱 넘어간다.
보라~~저 큼직한 피칸의 덩어리들을. 우리나라에서는 피칸파이란 보통 호두 파이를 말한다. 진짜 피칸으로 만든 피칸파이를 구경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구나 저렇게 사정없이 피칸을 쏟아 부어 만든 피칸파이는. 솔직히 나중에 뉴욕의 다른 곳에서 먹게 된 피칸파이는 이런 맛이 나지 않았다. 그 곳 역시 나름 유명한 곳이라 했고 맛있었는데 이 피칸파이가 잊혀지지 않아서 그 맛을 그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이 피칸파이가 아니라면 다시는 피칸파이를 먹지 못할 듯.
피칸파이와 핫 초콜릿으로 포식을 한 우리는 그 엄청난 열량을 소모 시키기 위해 쇼핑의 장으로 향했다.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에 이미 크게 실망을 했던 나는, 블루밍데일즈의 쇼윈도에 다시 한번 실망을 했다.^^;
여기가 바로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프렌즈>의 레이첼이 일했던 바로 그 곳이다. 이 쪽은 사실 뒷편이고 Lex Ave. 쪽에 정문이 있다. 그 쪽은 이렇게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고. ㅋㅋㅋㅋ
'세렌디피티 3'와는 한 블럭 차이 정도다. 두 장소를 한꺼번에 묶으면 제대로 된 패키지가 될 수 있다.^^
겉에서 보기에는 좀 후져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서 제대로 보는 이제까지 봤던 백화점들과는 좀 다르더라~ 여기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음에 드는 옷들을 만났다. 물론 후덜덜~~~ 가격도 같이 만났지만.^^;;;;; 랄프로렌 블랙라벨이 아주 맘에 들었단 말이쥐.
이렇게 실컷 먹고 실컷 구경하고 또 하루를 보냈다. 이제 정말 뉴욕을 떠날 날이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있다. 아~~~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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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설픈 찍사의 여행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어설픈찍사
첫댓글 아아~ 너무너무 기대돼요~ 사진이랑 여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꾸준히 업뎃 해주실꺼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