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친구와 이야기하며 학교를 향하던 여고생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가방에서 콤팩트를 꺼내어 얼굴을 비춰 본다. 한창 멋 부릴 나이에 이마에 돋은 여드름이라니, 거울을 들여다보며 찡그린다.
고등학생들의 걸음이 드물어지면, 끈을 당겨 주둥이를 여민 실내화 주머니를 든 중학생들이 길 위로 나타난다. 층을 많이 준 긴 머리를 찰랑이며 걷던 여중생 셋이 벤치 옆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 중의 하나가 제 가방에서 바지를 꺼내어 막대사탕을 빨던 친구에게 건넨다. 바지를 집어넣어 빈 가방을 부풋하게 만든 여학생이 종알거린다. 잡기만 해 봐라. 교문 앞에서 지키고 있을 학주(학생주임)를 겨눈 말이다. 사물함이 생기면서 어깨 짓누르는 가방의 무게에서 풀려났지만, 빈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학주와 마주치기 2백 미터 전’ 학교의 규정과 다른 자기만의 심미안을 고집하는 학생들은 분주해진다. 호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 머리를 묶거나 넥타이를 매고, 비어져 나온 셔츠를 집어넣고, 짧은 치마를 힘껏 끌어내린다.
8시 20분, 화닥닥 뛰어가는 중학생을 끝으로, 중학교 교복은 길에서 자취를 감춘다. 근처의 초등학교 앞이 분주해지고 화사해진다. 아직 엄마 손을 꼭 붙잡고 학교에 오는 아이도 있고 바퀴 달린 배낭을 끌며 걷는 아이도 있다. 보도와 길가의 화단 사이에 놓인 좁은 경계석 위에서 비틀비틀 균형을 잡으며 걷는 아이, 아예 뒷걸음질로 걷는 아이… 아파트 사이로 난 밋밋하고 지루한 길에 아이들은 스스로 무늬를 놓으며 학교에 간다.
그리고, 학교 가는 길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이쪽과 저쪽엔 초록 앞치마를 두른 엄마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엄마를 본 아이는 뿌듯하면서도 왠지 쑥스럽다. 집에서 보던 엄마와 학교 앞에서 보는 엄마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인다.
준비물을 마련해 오지 않은 아이가 학교 앞의 문구점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문구점엔 문구만 있는 게 아니다. 어른들이 불량식품이라고 부르지만 아이들에겐 여느 과자들보다 더 맛있는 새콤달콤한 식품들이 아이의 눈길을 끈다. 그걸 못 먹게 하는 어른들에게도, 달고나, 쫀드기, 청량과자 등에 빠져들던 어린 시절이 있다는 것을 아이는 알지 못한다. 언젠가는 자기도 어른이 되리라는 것도, 지금은 널따랗게 보이는 학교 운동장이 그때 와 보면 훨씬 작게 느껴지리라는 것도 모르는 채, 아이는 손에 든 준비물을 팔랑거리며 학교로 뛰어간다.
가수분교 임정훈 선생님, 김종혁, 유대혁 군, 운치분교 김경호 선생님과 아이들, 그 외에도 취재와 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셨던 많은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공간에 들어선 듯한 호젓함을 누렸던 기억도 있다.
*월간잡지 [샘터]에서 퍼온 글입니다
첫댓글 옛생각이 절로 난다... 나는 도시에서 공부를 했지만...아마도 옆지기님은 감회가 깊을것 같아... 고마워요... ^.~
그저도 서울 한복판서 학교를 다녓지만 이 사진보며 강원도 출신인 제 남편의 어린시절이야길 떠 올렷거든요 .
어린시절 초등학교때.. 10리 길을 걸어다닌 기억나네요 조잘조잘 야기하며 옆에 풀뜯어 풀피리도 불고 버들강아지 피리도 불고 ㅎㅎ 아침등교길은 좀 서둘러 가고 오는 하교길은 유유자적 온갖 참견 다 하며 느림보처럼 다니던 그길..지금은 다 포장되었고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페교가 되어 의료시설로 변했더군요,
시골의 페교가 많아 이젠 당연시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그 페교를 찾집이라든가 화랑 등으로 잘 만들어 활용하니 나름대로 더 좋더라구요 ㅎㅎ없어지는 우리들의 옛 학교들,,,,참 많이 아쉽습니다.
운동장은 여전한데...아름드리 플라타나스 나무도 그대로이고,, 그 크던 운동장은 지금은 왜 그리 작아보이는지,,, 추억을 먹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말은 옆지기님의 말하고 같은데~ ...ㅎㅎㅎ... 작년에 갔을때 그랬거든... 그 크던 운동장이 왜 이리 작지? 하더라...ㅎㅎㅎ... 감회 어린 마음으로 학교를 한참 둘러 보고 왔단다...^.~
김정호의 하얀나비 예전에는 참 많이 불렀는데 .....김정호 노래 참 좋아요 제비꽃도 좋고 이제는 고인이 되신 김정호
하얀나비를 보면 괸히 어린시절루 돌아가고픈 맘이 저절루 생겨요 ㅎㅎㅎ김정호 지금즘 천국에서 하얀나비 잡을까요??
다니년 초등학교에 사랑스런 남편과 자녀들에게 보여 주었지요 지금도 초등학교는 운영하고 있답니다. 비뚫한 도로는 포장으로 다 되어 있어 아주 보기 좋은 바다로 경치를 이루고 있지요 ^^
아,,,,지금도 생존?해잇는 국민학교라 ㅎㅎㅎ정말 대단히 반가웟겟네요~
정말 개구쟁이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글자 한 자 한 자를 꼼꼼히 읽어보았어요. 사진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게 느껴졌구요......더구나 이 노래는 어떻게 그렇게 잘 맞을까? 시골에서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였지) 다니던 기억이 새롭네요. 정말 그리운 그시절.....그 친구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하며 살아갈까?
제가 노래를 좋아하거든요?? 이글과 사진을 옮겨오면서 어떤 노래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ㅎㅎㅎ제가 학창시절 잘부르고 듣던 곡중의 하나인 이 곡으로 맘 먹고 ㅎㅎㅎㅎ추억속의 님의 친구들 다 잘살고 잇을겁니다.
ㅎㅎㅎ 저도 어린시절엔(???) 이런 노래 곧잘 불렀던거 같아요. 지금은 아련한 옛추억이 되어버렸지만.......샬롬님 참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시는거 같아요. 오늘도 주안에서 승리하세요~~~
꿈과비젼님의 아름다운 생각의 댓글이 즐겁게합니다. 모두 어린시절로 돌아가 행복을 만끽하며 지금 이순간을 사랑하면 좋겟어요 ㅋㅋ주안에서 승리하는 님이 되세요
사진속의 저 아이는...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안 달고 있네요 ..그옛날에 저의 엄마는 제 가슴에 달아 주었었는데.. 노랫말.. 그리고 가락이 왠지 눈시울을 달구어 주네요.. 웬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