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문]
천지에는 빼어나고 맑은 기운이 있는데, 그 기운은 사물에 모이기도 하고 사람에게 모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기운이 모인 곳에는 서기가 가득 서려 기이하고 빼어난 재목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기운은 가까운 곳에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먼 곳에도 모이며, 사물에 주어지기도 하고 사람에게 부여되기도 한다. 내 들으니, 교지(交趾 지금의 베트남 북부)는 남쪽 끝에 위치한 나라로 주기(珠璣), 금옥(金玉), 임랑(琳琅) 같은 보석과 상아나 무소뿔 같은 기이한 물건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참으로 빼어나고 맑은 기운이 특별히 그곳에 모인 것이니, 비범한 인물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어찌 기이한 보석으로만 그치겠는가? 이번에 사신으로 온 풍공(馮公)은 머리는 하얗고 몸은 말랐다. 일흔의 나이에도 얼굴은 여전히 아름답고 머나먼 여정임에도 탈 없이 도착하여 중국의 예악을 구경하고 천자에게 조회하였다. 그가 지은 『만수경하시(萬壽慶賀詩)』 31편은 천자의 성절(聖節)을 기린 내용으로 문사와 함의가 혼후하여 말마다 주옥이요 소리마다 금옥이니, 어찌 비범한 인물이 아니겠는가? (중략) 나는 동방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그대와 대화를 나누고 그대의 시를 접해 보니 구름 수레를 탄 듯 황홀하여 정신은 화해(火海)의 지역에서 노닐고 발은 안남(安南)의 지경을 밟는 듯하니 크나큰 행운이다. 어찌 감히 졸문을 핑계대어 사양하겠는가? 이에 서문을 쓴다.
[원문]
夫天地有精英淸淑之氣, 或鍾於物, 或鍾於人. 故氣之所鍾, 扶輿磅?, 必生?奇秀異之材, 不專乎近而在乎遠, 不稟於物則在於人焉. 吾聞交州, 南極也. 多珠璣ㆍ金玉ㆍ琳琅?象犀之奇寶, 是固精英淸淑之氣, 特鍾於彼, 而宜有異人者出於其間, 豈獨奇寶乎哉? 今使臣馮公?然其髮, ?然其形. 年七十而?尙韶, 譯重三而足不繭, 觀禮明庭, 利賓王國. 其所著萬壽慶賀詩三十一篇, 揄揚敍述, 詞意渾厚, 足以唾珠璣而聲金玉, 亦豈所謂異人者哉? (中略) 不?生在東方, 得接子之話觀子之詞, ?然?車雲馭, 神遊火海之鄕, 足涉銅柱之境, 幸亦大矣. 其敢以不文辭? 是爲序.
- 이수광(李?光, 1563~1628), 「안남 사신의 만수성절경하시집에 쓴 서문[安南使臣萬壽聖節慶賀詩集序]」, 『지봉집(芝峯集)』 권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