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있어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지식의 생성과 소통 그리고 변화와 축적이 이루어지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 새로운 시대의 격랑 속으로 빠져 들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존을 위해서 혹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엄청난 양의 학습,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 현장 또한 변화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다. 미래를 살아갈 학생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지식과 정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학교 교육에서는 CD 한 장 분량의 지식도 가르치지 못하는 이 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보다 지식의 양이 부족한 교사들, 이 시대에 교육은 어떻게 응전해야 하는가?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여야 하는가? 교사는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인가?
학교 현장에 신선한 자극으로
융합수업의 가치와 변화의 바람
한 학기의 융합수업이 끝이 난 후, 학생들은 이 수업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 선생님들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풍성한 과정을 담은 수업이라도,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수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창의융합대회’를 열었다. 주제는 ‘허생전에 대한 창의융합적 이해’였다.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넘어서 창의성과 감성을 두루 갖춘 융합형 인재,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로 거듭날 만큼 대성공이었다. 자신의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며 기꺼이 수업에 동참한 많은 선생님과 그러한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 낸 한민고 학생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이다.
대학교 교양 수준의 내용으로
지적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다.
융합수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교과별로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는 수업이다.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이 교과 간의 벽을 허물고 인문학과 과학, 예술 간의 소통을 통해 역사적 통찰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문제해결력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융합수업의 주제는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선정하고,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각 시대별 인류가 겪은 주요 사건과 과제를 정리한다. 이와 관련한 철학적 주제를 준다. 그러고 나서 국어과, 수학과, 영어과, 과학과, 사회과, 예술과, 한문과, 경영학의 각 교과 선생님들이 자신의 교과와 관련하여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소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어떻게 미래 인재를 교육할 것인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수업해서, 어떤 학생들을 길러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창의, 인성, 역량, 국제화 등의 키워드가 제시되면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중 하나인 창의성은 남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야하는 효용성 중심의 현대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 것일까?
--- p.009
융합을 지향하는 사회적 흐름은 이제 중등교육으로까지 이어져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과 통합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구성방안’ 연구책임자인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필요성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융합형 인재’, ‘창의적 융합 인재’ 등의 용어는 융합적·통합적·복합적 사고 능력 함양이 2015 교육과정 개정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의 하나임을 보여준다.
--- p.012
우리는 수업 시간에 허생이 양반들의 허례허식을 비판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이인(異人)이라고 배웠다. 허생은 영웅은커녕 무능한 가장에 불과하다.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가난하면서도 돈을 벌 생각은 않고 학업에만 매진한다. 그런 그를 먹여 살리는 것은 그의 아내이다. 허생이 양반이면 그의 아내도 양반이었을 텐데 자신만 양반으로서의 고고함을 지키고 아내에게 삯바느질을 시킨 것은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다. 또 허생은 실학자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성리학자이다. 돈을 굴리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실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p.031
존경하는 재판관님! 조선 시대 후기에 쓰인 「허생전」은 몇백 년이 지난 현재, 21세기까지도 대한민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소설입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허생전」을 공부하며, 허생을 현명하고 바른 사람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제가 「허생전」에 대해 법률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허생은 수많은 법률을 위반한 비도덕적인 인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p.056
인기 드라마인 「미생」. 많은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취업난, 무분별한 스펙 쌓기, 비정규직의 고통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열광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드라마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독점을 한 기업은 그들의 이윤추구를 극대화시키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근래 대다수의 국가들은 독점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마련해 놓고 있다. 독점금지법이 없었던 조선 후기, 허생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는 매점매석을 통해 부를 쌓았다.
--- p.091
핫도그 위에 어떤 소스를 바르느냐에 따라 핫도그의 풍미는 달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전 소설을 읽을 때 어떠한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이 된다. 우리는 「허생전」이라는 핫도그 위에 사상, 물리(수학), 지리, 가족복지학의 소스를 발라 맛있는 「허생전」을 만들어 보았다. 이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새로운 소스를 뿌려볼 차례이다. “당신의 입맛에 맞는 소스는 무엇입니까”
--- p.112
‘허생은 2천 명의 사람이 1년 간 먹을 양식을 갖추고 그들을 기다렸다’라는 내용을 통해 도적 1,000명과 아내 1,000명, 소 1,000마리가 섬으로 들어갔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11년 5월 26일에 개정된 주택법 제5조 2와 국토교통부 최저 주거 기준에 따르면, 부부 1쌍이 사는 공간은 최소한 26㎡여야 한다. 또 소 한 마리씩을 데리고 들어갔으므로, 소가 사는 외양간 약 4㎡를 포함시킨 집의 넓이는 최소 30㎡가 된다. 섬에는 총 1,000가구가 살았을 것이므로 주거 지역은 총 30,000㎡가 필요하다.
--- p.138
우리는 허생이 변 씨에게서 빌린 만 냥에 대한 5년간의 이자를 계산해 보았다. 단리 계산식은 ‘원금×(1+이자율×기간)’이다. 당시 최저 이율인 36%와 최고 이율인 120%의 평균인 78%를 이 계산식에 대입해 보면, ‘10,000×(1+0.78×5)=49,000’이 나온다. 즉 허생이 갚아야 할 총 금액은 원금과 이자 포함 49,000냥이다. 결국 허생은 변 씨에게 갚아야 할 총 금액보다 2배 이상 많은 돈을 갚은 셈이다. 최고 이율인 120%를 적용해도 30,000냥이나 더 많은 돈을 갚았다.
--- p.184
「허생전」에서 허생은 도적들을 회유하여 섬에 데려가는 방법으로 도적들의 관심사를 이용한다. 그들이 본래 악한 사람들이어서 도적질을 하는 것이 아님을 파악한 허생은 그들이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자립임을 인지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든다. 난 이를 대중을 잘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았고 오늘날에도 대중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249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