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뜀박질 하듯 빨리도 간다.
누구나 늙으면 자식들에게 그저 미안하고, 내 한 몸 편히 쉴 곳이 없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우리 시어머니는 축복받으신 분이다.
99세의 연세에 손수 속옷 빨아 입으시고, 바느질과 뜨개질 하시고
잠시도 손을 놀리지 않으시니 치매가 범접을 못한다.
정신력으로 그 연세에 요양원 안가시고 자식 집에서 함께 사시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건강하신 어머니지만, 큰아들 집에 계시는 동안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음식을 제대로 소화 못 시키시고 변비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셨다고 한다.
병원에 가면 그 연세에 모든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이다.
별 대책도 없이 약이나 잡숫고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의사들의 공통된 처방 아닐까.
둘째 시누이가 엄마를 지금 모시지 않으면 후회 할 것 같다면서 모시고 간다니
딸네 집에는 절대 안가신단다. 큰아들 집에서 지내다가 돌아가시겠단다.
설득이 되지 않자, 어머니가 복지관에 간 사이 짐을 싸서 차에 실어놓고,
잠시 바람 쏘이러 가자며 반 강제적으로 납치하듯 모시고 갔다.
엄마를 모시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목사님 사모라 외부 활동이 많지만 멀리 가는 것은 잠시 뒤로 미뤘다.
오로지 엄마한테 신경 쓰면서 잡수실 것 챙겨 드렸다. 그래도 조금만 맛있게 드시면 계속 토하고
변비로 고생을 하시니 딸의 마음은 그저 짠하고 애가 탄다.
대장 전문 병원에 모시고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니 병명도 생소한 횡격막 탈장이란다.
의사선생님은 젊으면 수술이라도 하지만 자기 엄마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약만 드시고 기다리라는 진단이다.
못 잡수시고 발열이 있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들네 집에서는 밥이 아까워서 못 잡수셨는데
딸네 집에 넘쳐나는 음식에 마음 놓고 드시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시누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는 불사조라고, 컨디션 변동은 자주 있어도 일거리만 드리면 힘이 펄펄 솟는다는 이야기다.
고통 중에 계셔도 손바느질로 속옷도 지으시고 뜨개질도 하시고
성경도 열심히 보시는 대단하신 정신력이다.
그저 건강하게 오래 오래사시기만 바라는 게 자식들의 마음이다.
시누이를 보고 “힘들지?”라고 물으니, 힘든 것 보다 못 잡수시고 고통스러워하시니
그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아프다는 말만한다.
맏동서나 나나 안다. 시누이가 내색은 안하지만 지금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걸.
4월이 되면 시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시겠다고 하니 맏동서와 둘째 시누이는
인공관절 수술한 사람들 보니 일 년은 되어야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면서
그저 자신의 건강만 생각하고 일 년은 모실 생각 하지 말라고 한다.
눈물겨운 배려지만 내일을 기약 할 수 없는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항상 짠하고 모시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
우리 시어머니는 80대 중반에 목사님 사모인 딸이 치매 시어머니를 모시는 게 안쓰러워서
90세 가까운 안사돈을 집으로 모시고 왔다.
5년을 함께 생활하면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상항들을 자식을 위해 희생하셨다.
대단한 자식사랑이다. 하늘 아래 우리 시어머니 같은 분은 없을 것이다
내 몸도 귀찮은 연세에 정말 존경 받으실 분이시다. 세상에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
평소에 덕을 많이 쌓으신 대가로 자식들의 대접을 받으면서 사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만 자식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아직도 노인이 된 아들들을 유치원생으로 생각하시는 거다.
우리 집에 병문안 오셔서 음식을 다 먹고 수저를 놓은 상태인데도 100세가 가까운 노모는
80가까운 큰 아들에게 연신 떡 한입, 김치 한 젓갈 먹여 주신다.
배불러 하면서도 사람 좋은 시 아주버님은 주는 대로 받아 드신다.
늙으면 자식이 무엇을 힘들어하는지를 우리 모두가 숙고해 볼 문제다.
지나친 자식 사랑과 배려와 관심은 오히려 자식들을 힘들게 하지 않을까라고.
(언젠가는 어머니의 그런 관심이 그리울 날이 오겠지만...)
시어머니가 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 "야야~ 옛날에는 내 돈 없으면 죽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정부에서 노령연금도 주지 온갖 혜택을 주는 좋은 세상!
오래 살고 싶데이~ 죽기 싫데이" 하시는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