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의 대장암 수술
2005년 2월 11일 (금) 맑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자 멀리 떨어져 있던 동생 가족들이 하나 둘
우리 집을 찾았다. 살아 계신 어머니를 뵙고 우리 집에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
이다. 익산에 사는 막내 동생 내외가 조카들을 데리고 맨 먼저 도착하더니, 다
음으로는 둘째 동생이 오고, 그리고 서울에 사는 셋째 동생 식구들이 마지막
으로 도착하자 모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잠시 후, 셋째동생으
로부터 서울에 사는 여동생의 병원입원소식을 듣게되자, 모두들 충격에 휩싸
이고 말았다. 용산 중앙대부속병원에서 대장암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의 말로는 설날을 맞이해서 머리를 손볼 겸 미장원에 갔었다고 한다. 그런
데 그 곳에서 갑자기 심한 하혈로 인해 응급실로 이송되어 진단해본 결과 대장
암이라는 판명을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설날연휴가 끝나는 금요일에 혹을 제
거하는 수술에 들어간다고 한다.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되자 형제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연로하신 어머니께서는 딸 걱정으로 일이 손에 잡
히지 않는 듯 기력이 없어지더니 안절부절 하신다. 즐거운 명절을 맞이해야 할
성스러운 날이 걷잡을 수 없는 날벼락 충격에 휩싸이고만 것이다.
15여 년 전에 동생은 심한 하혈과 변비로 고생하다가 치질수술을 받은 적이 있
다. 그 당시엔 내시경수술 의료기구가 도입이 안되던 때라 수술할 때 심하게 고
생을 한 적이 있다. 그 수술을 받은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정도로 완치되었
다. 그러다가 1년 전부터 가끔씩 혈변과 변비에 시달렸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
가 생기고 말았다. 동생은 종전의 증상으로 착각하고서 대수롭지 않게 치질증상
으로만 판단해 이에 대한 치료만 받아왔다고 한다. 항문과 연결되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번 정도 받아봤으면 조기에 혹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병을 악화시켜버려 급기야 대장암이라는 선고를 받은 것이다.
조금만 신경을 썼었다면 화를 면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크나큰 병을 자초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조상을 모시는 설날을 맞
이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고 오후엔 아버님 산
소도 들렀다. 그리고 밤에는 처갓집에 들러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세배도 드렸다.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에도 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체 깊게 맴돌고 있어서
우울한 마음만 들었다. 단지 마음속으로만 병이 더 악화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
이었다.
서울에 사는 셋째 동생의 승용차 편으로 어머니께서 먼저 서울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뒤를 이어 나는 막내 동생 내외와 함께 12시 30분발 고속버스 편으로
서울을 향했다. 오후 2시 무렵이 되자 핸드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수술이 잘 끝
났다고 전화가 왔다. 암 부위 20cm 가량의 대장을 잘라냈으니 오는 수요일에
정확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치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동생이 치료중인 중환자 실을 찾았다.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는지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루 정도 지나면 통증이 없을 것이
라는 말에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옆에서 동생을 지켜보았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체 대장암이 어떻게 발병되는 것일까? 하도 궁금해 동생 집에서 인터넷을 통
해 검색해봤다. 직장과 결장에 생기는 암을 합쳐 보통 대장암이라고 하는데, 최
근에 식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많이 발생하는 병이라고 한다. 현재 암 발생 사망
률이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병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붉은 육류와 인스턴
트 식품을 많이 섭취할 경우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음식을
뜨겁게 조리할 때 나오는 발암물질이 대장 점막을 자극해 생기는 병이라니 결국
식이 섬유를 적게 먹을 경우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50세 이상이 되면서 갑자기 생기는 병으로 가족력
이 가장 큰 요인이다고 한다. 대장암 환자의 80%가 50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대
장암은 가족력이 5∼15%로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일단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있었다면 일단 "위험 군"으로 분류되는 병이다. 따라서 고지방 동물성 식
품의 섭취를 줄이는 게 지금으로선 최상 책이다. 얼마 전 나도 건강검진 때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 집 식구들을 볼 때 나를 위시해서 딸과 아들
도 치질을 앓은 바 있어서 우리 가족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험
군에 속한 우리 식구들도 자주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성립된다.
모든 암이 그렇듯이 대장암 역시 초기에는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세밀하게 관찰하면 알 수도 있다고 한다. 대장암은 생긴 부위에 따라 약
간씩 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의 오른쪽에 암이 생겼다면 복부 팽만과 복통,
소화불량 등이 나타나고, 그리고 대변이 묽고 설사도 잦는다고 한다. 따라서 장
이 막히는 "장 폐색’은 나타나지 않지만, 그 대신 체중이 줄고 빈혈이 생기며 몸
에서 힘이 빠진다고 한다. 또한 장의 왼쪽에 암이 생겼다면 장 폐색과 변비 증
세가 나타나 복통과 변비, 설사가 반복되면서 배변습관이 평소와 달라지며, 변
에 피 또는 점액질 물질이 섞여 나온다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변(便)을 보고 건강을 알았다고 한다. 검은색이나 붉은 색
변은 위장 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은 위, 소장과 대장, 항문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난다. 변속에 피
가 섞여있다면 이는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이고, 변의 끝에 혈액이 묻어있
거나 피가 떨어지는 경우, 또 휴지로 항문을 닦았을 때 피가 묻어나는 경우는 치
질 같은 항문 질환으로 일단 의심하면 틀림없다고 한다. 대장암이 증가하는 가
장 중요한 이유는 과거보다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이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심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따라서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식생활부터 개선해야 한다. 즉 대장의 배변 시간을
연장시키는 육류, 계란, 유제품 등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고, 섬유소가 많은 곡류
와 과일과 채소 등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변비가 없어지고 대장암 발병
률도 낮아진다. 예로부터 입에 단 것은 몸에 쓰다고 했는데, 맛있는 음식은 경계
할 필요가 있다. 음식이 맛이 있는 이유는 대부분 그 속의 지방 성분 때문이다.
퍽퍽한 살코기보다 기름이 촘촘히 박힌 꽃 등심이 맛있고, 삶아서 기름을 쏙 뺀
닭백숙보다 싸구려 기름에 튀긴 후라이드치킨이 더 식욕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고기를 먹지말고 채식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채식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또 다른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이라
도 조리법을 달리해서 장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운동 습관도 몸에 익
혀야 한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며, 1주일에 3~4회는 반드시 유산소 운
동을 해야 한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그지없이 좋다.
그렇다면 고기 대신 야채를 많이 먹고, 매일 아침 뜀박질을 하면 대장암의 마수
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장암 진단을 받은 뒤 “고기도 잘 안 먹고, 술-담배도
안 하는데 내가 왜...”라고 따지듯 묻는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장암은
건전한 식생활과 운동만으로 예방이 가능한, 그렇게 간단한 병이 아니다. 다행
히도 대장암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대장암을 예방하는 유일
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정기적인 대장 검진이다. 대장의 정상 점막 세포가 변해
서 암이 되기까지는 약 10~15년 걸리고, 용종이 암으로 발전하는 데도 약 3~7
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3년에 한번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면 용종이 아닌 암인 상태로
발견될 확률은 거의 없다. 한편 용종이 발견되면 외래에서 내시경으로 간단히
떼어내면 된다. 용종을 떼어내도 다시 생길 가능성이 약 30%에 달하지만 다시
용종이 생겨 그것이 암으로 발전하는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므로 그 만큼 시간
을 벌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몇 년 간격으로 대장 내시경 검
사를 받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40대에 처음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검사 상
이상이 없으면 그 다음부턴 5년에 한번씩 대장 또는 직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
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성립된다.
30대가 아닌 40대에 첫 대장 내시경을 받으라는 이유는 대장암의 성장기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물론 30대에 검사를 받는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30대 검진을 권고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너무 떨어진
다. 용종 자체가 일종의 노화과정이므로 20대나 30대에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
며, 설혹 30대 중-후반에 용종이 생긴 경우라도 40대 초반까지는 계속 용종인
상태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40대에 첫 검진을 받는 게 비용-효과 면
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권고지침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더 일찍, 더 자주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
으로 전체 대장암의 5~15%가 가족력 또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
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 발생의 유전적 소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 일반적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이 대장암 환자인 경우 자식에게 대장암이 발
병할 확률은 일반인의 3~4배 정도며,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본인에
게 대장암이 발병할 확률은 일반인의 3~7배나 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
야 한다는 것이다.
대장암도 수술이 기본 치료법이다. 대장암은 크게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하
는데, 결장암의 경우 1기일 경우 수술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다른 장기로 전
이되지 않은 2~3기 암은 수술로 대장을 절제한 뒤 보조적으로 항암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 4기암이라도 수술이 가능하면 일단 수술한 뒤 항암제 치료를 하게
된다. 직장암의 경우 2~3기암은 항암제 치료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시
행해야 한다. 대장암 수술은 배를 20~25cm 정도 째는 개복수술이 일반적이다.
대장암의 치료 성적은 비교적 좋은 편인데, 완치 율은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은
암 세포가 주변 림프절과 다른 장기, 그 중에서도 간으로 전이됐는가 여부에 따
라 크게 달라진다. 전이만 되지 않았다면 암의 크기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1기 암은 5년 생존율이 약 90%, 2기 암은 약 60~80% 정도다. 그러나 림프절로
암 세포가 전이된 3기암은 45~55%, 간이나 폐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암은
5% 이하다. 3기 암이라도 중요한 혈관 주위 림프절에 암 세포가 전이돼 여러 개
가 딱딱하게 한 덩어리로 뭉쳐져 있는 경우엔 장기 생존률이 뚝 떨어진다고 한
다. 항암제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땐 약 1년 반 정도의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제껏 고생하다가 자식들 장성시켜 이제 살만하니까 병이 생겨 고생을 해야 하
는 동생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한 번 정도 내시경검사를 받았었다면 아
무런 문제가 없을 것을 이렇게 병을 악화시켜 생명의 위협을 받게되는 병원신세
를 진다는 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묘한 해답이 나오질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미 밑 빠진 독인 것을... 하지만 이젠 환자의 끊임
없는 삶의 의지를 보여 모든 걸 훌훌 털어 버리고 치료에만 열중해야 한다. 심한
충격과 고통을 이겨내는 강인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현재 치료상황 -
2월 14일 (월) 딸 송이가 회사에서 퇴근한 후에 고모를 찾아 병 문안
- 고모도 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함.
16일 (목) 딸 송이가 회사에서 퇴근한 후에 병 문안 감
- 고모 스스로 마음의 평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함.
19일 (토) - 20일 (일)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가족상봉함. 속리산으로 여행간
아내, 부대에 있는 아들이 1박 2일 외박 나오기 때문임.
영풍문고에 들러 암 관련 서적 3권을 구입하고 난 뒤 4명이
함께 병원을 찾아 전달하고 쾌유하기를 부탁함.
- 스스로 병에 대한 극복의지를 보이고 있었음.
- 항암치료 2번 받았고, 앞으로 3번 더 받을 계획임.
- 동생 집(정부환)에서 퇴원 후 어떻게 할 것인가? 상의함
22일 (화) 송이를 통해 병원비 반절에 해당하는 150만원을 내가 부담
하기로 하고 전달했음. 고모가 고맙다고 함.
-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얼굴이 거멓게 타고 있었음.
- 그러나 내일 퇴원한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 보였다고 함
23일 (수) 항암치료 다 받은 후 집으로 퇴원함.
- 아내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상의하고
동생과도 논의함. 전문치료요양기관을 권유함
- 환자 본인이 직접 암극복 관련 공부를 하도록 권장함.
24일 (목) 아내가 모악산의 민속한의원을 방문해서 살펴보고 왔음.
전국에서 모인 암 치료자 40여명을 현장확인하고 돌아옴.
- 한 달에 30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함.
- 아침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는 치료 프로그램 운영
- 환자가족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인지하고
26일쯤 전주로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음.
- 내려올 때 중앙대병원 챠트화일을 가지고 오도록 함.
첫댓글 허~걱정이 많았겠구려. 나이 들면서 명예, 돈 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을 땐 건강 돌보기가 어디 쉽나요? 동생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
현대의술을 믿고 치료에 전념하면 완쾌되리라 믿습니다.
지기님의 마음이 무겁겠구려 동생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하시겠습니다. 동생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그대에게 힘을,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