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장수 중의 장수라면 누구일까요? 단연 여포를 꼽지 않을 수가 없지요. 오나라 사람이 쓴「曹瞞傳(조만전)」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만은 조조의 어릴 적 이름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이르길, “사람 중에 여포요, 말 중에 赤兎(적토)가 있다”
여포가 자신의 용맹을 천하에 떨친 것은 역시 호로관의 전투에서이지요. 제후연합군이 동탁에 대항하여 일어섰을 때 여포는 제후들의 숱한 장수들을 말발굽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여포는 호로관에서 하내태수 왕광의 장수 방열을 5합만에, 상당태수 장양의 부장 목순을 단 1합에, 북해태수 공융의 부장 무안국의 어깨를 10합만에 잘라버립니다. 관우와 장비의 협공을 받고도 전혀 밀리지 않았지요. 조조의 맹장 하후돈, 허저와 겨루어도 질 줄을 몰랐습니다. 조조는 “여포는 허저 한 사람만으로 당해낼 수 없다”며 전위 하후돈 하후연 이전 악진 등 여러 장수들을 한꺼번에 출전케 하였지만 결국 사로잡는 데는 실패하지요.
‘삼국지연의’에서는 여포의 용맹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포는 철기 3000을 이끌고 나와 왕광을 맞이했다. 머리는 세 갈래로 묶어 그 위에 자줏빛 금관을 얹었고, 짐승의 머리를 연이어 새겨 넣은 갑옷 위에, 서천의 명물인 붉은 비단에 수백 가지 꽃무늬를 수놓은 화려한 전포를 걸치고 있었다. 허리는 영롱한 사자상이 새겨진 띠로 팽팽하게 조여 맸고, 활을 비껴 메고 손에는 방천화극을 들고 적토마 위에 앉았는데, 과연 사람 중에 여포요, 말 중에 적토라는 평가가 헛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여포의 방천화극(方天畵戟)이 등장합니다.
화극(畵戟)은 창의 일종으로 창날에다 월아(月牙)라는 가지를 단 것입니다. 창날의 양쪽에다 월아를 단 것을 방천극(方天戟)이라고 하고, 월아를 하나만 단 것을 화극(畵戟)이라고 합니다. 방천극과 화극 중 화극을 정통으로 칩니다. 길이가 길면 장극(長戟), 짧은 건 수극(手戟)이지요.한 마리의 용에 비유되곤 하는 화극의 사용법은 창법과 비슷합니다. 창처럼 감고 찌르고 후려치는 것이 주가 됩니다. 월아가 달려있기 때문에 상대방 무기를 걸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죠. 그리고 월아에는 날이 시퍼렇게 서 있기 때문에 찌르면서 동시에 벨 수도 있고 도끼처럼 후려 칠 수도 있습니다. 자루를 돌리면서 찌르면 월아가 있기 때문에 창보다는 상대방에 입히는 타격도 더 커지고요.
하지만, 여포가 진짜로 방천화극을 사용하였는지는 의문입니다. 흔히들 여포의 방천화극이라면 창에 반달 모양의 월아가 달린 날렵한 모양의 청룡극(靑龍戟), 즉 화극(畵戟)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청룡극은 당송 시기에 처음 선보인 무기 입니다. 즉 여포가 활약하던 삼국지 시대에는 이런 모양의 청룡극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얘기죠. 삼국지 당시의 극은 전국시대에 사용된 극과 비슷한 卜자 형의 모습을 띠고 있었겠죠. 즉 가지의 모습이 반달 모양의 월아(月牙)가 아니고 그냥 도끼에 가까운 모양이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가지가 달린 창은 13세기~16세기 유럽에서도 아주 광범위하게 사용된 무기이지요. halberd(halbert)라고 불렸는데 주로 기병에 대항하기 위하여 보병인 창병들이 사용하였지요. 찌르기, 베기, 걸기, 찍기의 기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이 무기는 기병들을 상대로 무력하기만 했던 보병들의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