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과에 피검사를 하러 일찍 집을 나섰다. 오래도록 주치의였던 선생님은 작년 여름 암이 발견되어 생각보다 일찍 은퇴했다. 나는 당뇨가 있어 3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하라고 했지만 6개월이 넘은 오늘 갔다. 병원을 옮겨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지만 일단 새로 온 선생님을 만나보자며 4월에 갔었다. 첫인상은? 큰 키에 눈을 마주치고 얘기하려다 무언가 못볼것을 본듯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앉아있었고 선생님은 서 있는데 올려다보는 순간 코속에 무언가 허연부분이 크게 보였다. 병원을 나와 남편이 의사에 대해 물어보는데 난 그 생각밖에 안났다고 했다.
오늘 만난 선생님을 거부감없이 보려고 애썼다. 성격이 얌전하여 말도 조근조근 했고, 약간 힘이 없어보였다. 병원을 옮기는 것도 그렇고, 적응을 하려고 눈을 보며 얘기하는 동안 왜 그렇게 기억되었는지 살폈다. 나이를 혼자 먹었는지 흰코털이 유난히 많았다. 피검사를 하고 병원을 나오며 지난 날 주치의들이 생각났다. 세상을 떠날 나이가 아닌데 내과의사와 산부인과의사, 그리고 위장내과의사도 암으로 또는 사고로 저 세상으로 떠났다. 다행히 작년 은퇴한 선생님은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공복에 피검사 하는 날은 내가 당이 떨어질까 걱정되어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었는데 오늘은 혼자 가다보니 어디가서 먹기도 안 내켜 집에서 가져간 카스테라를 먹고 약을 먹었다. 약국을 들려 코로나주사를 맞고 집을 가는 도중 알버슨에 들렸다.
요즘 체중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기운이 없으니 먹기라도 해야된다며 잘 먹으며 운동은 귀찮아 안 하니 당연하나 내가 불편했다. 야채스프를 해 일주일간 먹는 다이어트를 할 생각에 토마토 캔을 사러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 스파게티 소스를 샀다. 계산대가 한 곳만 열려 줄이 길게 늘어서있어 망설이다 내가 하는 곳으로 가서 기계앞에 섰다. 언제나 남편과 함께 다니다보니 계산은 항상 남편이 하여 나는 아예 눈여겨보지도 않아 걱정이 되었지만 속으로 그까짓것 할수있다며 기계가 시키는대로 따라 하니 쉬웠다. “별거 아니네” 봉투에 물건을 담고 영수증을 챙기는데 일본여성이 도와줄 수 있느냐며 물건을 갖고 왔다. 내 또래였다. 나도 처음해보았다며 같이 해보자고 했다. 마지막 돈을 내야하는데 카드가 아니라 현찰이었다. 어디다 돈을 넣어야되지? 두리번 거리는데 현찰인지 카드인지 누르게 화면이 떴다. 현찰을 누르니 돈 넣는곳에 불이 들어왔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다 함께 하고 신기해했다. 처음 기계앞에 설 때 걱정했는데 남을 도와주다니 기분이 좋았다.
저녁에 아들이 들어왔다. 나는 아들에게 “너희는 엄마가 컴퓨터로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관심도 없을수 있니? 엄마가 서운해.”
놀란 아들이 물었다.
“컴퓨터가 아직도 안되요?”
“내가 글을 옮기지 못해 쩔쩔매니 네가 어제 들어와 살펴본다고 하고, 물어도 안보았잖아. 누나도 일요일에 잠깐 들려도 되냐고 물으니 오늘은 바쁘다고 안된다고 잘라 말하드라. 엄마가 많이 서운했어.” 나는 웃으며 내 속을 드러냈다. 아들도 멋적어 웃으며 바라보았다.
나는 살면서 아이들에게 서운한 내 감정을 거의 나타내지 않고 넘긴다. 그럴수있지 라며 털어버린다. 벗들은 아이들에게 하고싶은 얘기는 다 한다며 나에게도 권한다. 특히 생일이나 특별한 날 받고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돈으로 달라고 한다며 나는 어떻게 하는지 묻는다. 나는 아이들이 용돈줄까? 물어도 됐다고 한다. 가진것이 없어도 나는 내가 주고싶은 마음이다.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다. 아래 한글을 깔아야 하는데 사위에게서 연락 오기를 기다린다. 내일이라도 전문가에게 가서 깔면 좋겠는데 그래도 사위 소관이니 일단 주말이 될때까지 워드를 사용해서 글을 써야겠다. 운동을 게을리한 탓에 피검사 결과가 좋지않을것 같지만 그 또한 미리 걱정할 필요없으니 기다리면 된다.
오늘도 하루를 어제처럼 어려움없이 보내고 밤을 맞으니 지켜주심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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