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후련했냐"
오래전에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를 픽업하려고 학교에서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끝나고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는데 등 뒤에서 귀가 번쩍 뜨이는 욕설이 들렸습니다. 꽤 타격감이 있는 욕설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그 목소리에 놀라서 쳐다보았습니다. 얼굴만 보면 너무나 참하고 곱게 생긴 아이였습니다. 갑자기 이 기억이 떠오른 건 최근에 어떤 분의 언론 칼럼에서 ‘민희진의 욕설쇼’라는 글을 읽고서였습니다. 뉴진스라는 유명한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킨 민희진이란 이가 자기 상관 격인 이들에게 당한 억울함을 호소한 기자회견에서 욕설 퍼레이드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칼럼을 보고 그 기자회견을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놀랐습니다. 정말 장난이 아닌 욕설들이 마치 후렴구처럼 나왔습니다. 저런 욕설들과 저급한 언어를 그런 주목받는 기자회견장에서, 눈부신 조명과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걸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캐릭터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 가 주장하는 내용이 옳다고 하더라도, 어떤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꼭 그렇게 했어야만 속이 후련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칼럼처럼 저도 걱정이 됐습니다. 요즘 연예인들, 특히 아이돌은 청소년들에게 닮고 싶고 되고 싶은 우상입니다. 어린이주일을 맞아 그래서 걱정입니다.
그런 인기 연예인을 만드는 사람이 그런 언어를 자연스럽게 쓰는 것을 보면 어떤 영향을 주게 될는지. 그 사람은 그렇게 솔직한(?) 모습으로 공감을 주고 자기가 핍박당하고 있는 ‘을’이라는 걸 부각시켜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데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연예계의 민낯을 보여준 건 아닌지. 감수성이 예민한 수많은 청소년들이 그런 저급한 매너와 언어를 더욱 본받고, 그렇게 해야 멋지고 쿨하며, 그렇게 해서라도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라고 배우지 않을는지. 과거는 어떤 마인드와 태도로 살았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그저 연예계에서 뜨면 된다는 오해를 주게 되지 않을는지.
게다가 이번 사태를 통해 뉴진스의 성공에는 무속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고발까지 등장했으니, 더욱 점술과 무당에게 영혼을 파는 연예계 업자들이 더 많아지게 되고, 그걸 본받는 청소년과 어린 연예인들이 더 많아지게 되지 않을지, 많은 걱정이 듭니다. 옳지 않은 것이 멋진 것이 되지 않도록, 더 선하고 매너 있고 아름다운 이들이 연예계에서도 성공하기를 기도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자녀손들이, 세상은 어떤 험한 말들을 쓰더라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말을 쓰면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말 때문에 상처받은 모든 가정의 식구들이 치유되는 위로와 축복과 용서의 말이 꽃피우는 5월이 되길 기도합니다☺
(2024년 5월 5일 주일 주보 칼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