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는 사연 많은 아이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45
일시 : 2020년 10월 8일
장소 : 예람센터
1.
한 달 만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쉬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내 페이스북 담벼락에 와서 ‘빨리 오라고, 보고 싶다고 성화다. 아우성을 치는데도 움직이는데 신중해야 했다. 행여 코로나 전염의 매개체가 되면 이만 저만 큰일이 아니다. 그건 정말 난리다.
그에 못지 않는 난리가 또 있다. 아이들은 보자마자 동시에 나를 불러대며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 녀석이 뭐라 그러면 어, 그러냐. 저 저녁이 다른 이야기하면 고개 돌려 어, 그러냐. 자기 이야기 아 안들어준다고, 자기 이름을 안 불러주었다고 삐진다. 아이코. 예전부터 그랬지만 사람 이름을 잘 까먹는 병통이 있는 통에 얼굴은 알고 반갑지만 이름을 부를 수 없는 홍길동 처지이다.
여하튼, 센터장님이 맛있는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주셨다. 중국집 주인장께서 아이들을 위해 푸짐하게 차려주셨다. 만두도 서비스로 듬뿍 주셨다.
2.
모임을 시작했다. 8월 마지막 모임은 알라딘 중고서점 방문이었다. 그때 구입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아이들은 대부분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힐링 도서들을 골랐다. 마음이 고달프다.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다. 비빌 곳도 없고. 그래서 이런 책을 주로 고르는 가 보다. 그리고 한 챕터가 긴 것 보다는 짧은 이야기나 명언을 모아놓은 책들이다. 자기들 수준과 상황에 맞는 선택이리라.
말 많고 시끄럽기 그지없는, 그래서 내 혼을 쏙 빼놓는 ’신소‘가 목수술이라 2주 동안 말을 못한다. 할렐루야! 하하하하하. 녀석의 글을 다른 친구가 대독했다. 괜찮은 문구를 두 개 고른 다음, 그 각각의 글에 자기 생각을 덧붙였는데, 제법이다. Master your past in the present, or the past will master your future! 과거에 묻혀 살지 않겠다고 했다. 더 이상 화내지 않고 후회 없이 살고 싶단다.
그것은 ’김예‘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수능을 보는 이야기, 성적이 상위권이라서 어느 학교에 무슨 과에 원서 낸 이야기를 자장면 먹으면서 한참 했더랬다. 마침 내 옆자리이어서 제일 많이 대화를 했었다. 독후감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읽고 저는 저처럼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문구들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다음은 ’조유‘의 글이다. 아픈 문장이 보인다. “내가 16년 동안 살아오고 지내오면서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1년은 정말 불행했었습니다. 저는 그 1년 동안 있었던 일은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그 불행했었던 나쁜 기억들이 제 마음 속 어딘가에 자꾸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게 너무 싫습니다.”
’김가‘는 이런 문장을 남겼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는 비행으로 얽힌 삶이 아닌 공부와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에 읽은 아이의 글은 너무 시리고 아리다. “내가 방황하던 시절에, 솔직히 그만 방황하고 싶어서 고치고 싶었고, 고치려고 노력해도 노력한 성과가 안 이뤄져서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었다. 죽고 싶어서 부모님 몰래 옥상에 올라가면서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갔는데 나를 믿고 응원해 주는 소수의 친구들과 부모님이 떠올라 차마 하지 못했다.”
이 아이의 글빨이 괜찮다. 사연 많은 아이들이 글을 잘 쓴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