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까지 무조건 휘어져 왔다
바람의 힘에 휘어진 가지는 여행을 간게 아니다
도피라고 부르지도 않는건
떠난 만큼 돌아 와서
더 유연해지고 더 단단해지는 까닭이다
그 곳 지리산에서
구룡포 호미곶까지 잠시 휘어진 것이다.
사람은 수평선보다 긴 가지를 가져
호미곶 민박집 퀴퀴한 골방까지 휘고도 부러지지 않는다
내게서 부러진 삭정이 한 가지에
해가 까치밥처럼 붙들려 바다에 터진 속을 흘리고 있었다
바람으로 돌에 새기려는 이름이 누구인지
눈물을 호명하는 너를 흘려 보냈다
아직도 노을빛 해를 내밀고
송아지의 잔등처럼 바다를 핥는 언덕에서
사진을 찍고 완행버스를 기다리다
동물성 사료처럼 날아드는 공과금 고지서를 입에 문
병든 우편함을 쓰다듬으며 휘어짐의 반경을 햇살로 재었다
귀밑에 멀미약 붙이듯 소라의 높고 낮은 음자리를 듣는다
지리산에서 호미곳까지 휘어져온 음역이
해를 쥐던 가지 사이를 바이얼린채처럼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