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 시는 겉으로는 평범한 갈대를 소재로 노래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독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삶이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울고 있는 고독한 실존이라는 것이다. <갈대>는 개인의 내면적인 고독과 슬픔을 노래한 시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억압된 사회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든 이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경림(1935-2024) 시인은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민중시의 흐름을 개척한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소외된 농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전통 민요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다. 대표적인 시로 <농무> <목계장터>가 있다.(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