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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밥풀꽃 이 향지 며느리밥풀꽃! 이 작은 꽃을 보기 위해서도, 나는 앉는다.
바삐 걷거나 키대로 서서 보면 잘 안 보이는 이 풀꽃들을 더듬어 가는 동안에도, 나는 몇 번인가 끼니를 맞고, 밥상을 차리고, 주걱을 든다.
나는, 이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을 밥처럼 퍼담을 수가 없다. 이 꽃들의 연약한 실뿌리들은, 대대로 쌓여 결삭은 솔잎을 거름으로, 질기게도 땅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갈맷빛 솔잎들이 걸러주는 반그늘 속에서, 꽃 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이 꽃 빛 진한 며느리밥풀꽃을 낳는다. 보라. 통설이 전설을 낳는다. 보라.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 같은 마디풀과의 꽃들이 낮은 땅에서 창궐하는 동안에도, 며느리밥풀꽃들은 작은 군락을 이루어 산등성이를 기어오른다. 보라.
이 긍지만 높은 작은 꽃의 밀실(密室)에 닿기 위하여, 더 자주 날개를 움직여야 한다.
보여도 보이지 않게, 스스로 크기와 색깔을 줄여온, 며느리밥풀꽃의 시간들이, 내 이마에 스치운다. 보라, 보라 보라 웃고 있는 며느리밥풀꽃 |
며느리밥풀꽃은 현삼과의 한해살이풀이며, 꽃말은 ‘질투’이다. 북한에서는 꽃새애기풀이라고 한다.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자란다. 붉은 보라색의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두 송이씩 핀다. 아랫꽃잎 가운데에 밥풀 모양의 흰점이 두 개 있어 마치 입안에 밥알을 물고 있는 듯하다. 줄기는 모가 졌고 잎에는 짧은 털이 나 있다.
시집살이가 심한 며느리가 밥이 잘 됐나 보려고 주걱에 조금 떠서 입 가까이 대는데 느닷없이 시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섰다. 깜짝 놀란 탓에 주걱에 붙은 밥알이 입 언저리에 묻게 되었다. 이를 본 시어머니가 그만 며느리를 때려죽이게 되고 말았다. 그 후 며느리를 묻은 자리에 돋아난 풀에서 꽃이 피었는데 이 꽃을 사람들은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불렀다.
정식 이름은 ‘꽃며느리밥풀’이다.
출처 : 장이기(2016). 이야기 숲에서 놀자. 프로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