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을 보면서 중독을 염려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 단체 내에서도 게임을 즐겨 하는 20대 상근자 샘께 의견을 물었다.
앞선 글 1편에 나온 답변에 이어지는 질문
Q. 와... 샘은 비교적 건강하게 출구를 찾아간 셈이네요. 심지어 미디어학 전공까지.
하지만, 샘의 꼼꼼한 대답을 듣고도 즉시 떠오르는 질문이 있어요.
자기를 바라보는 눈, 표현하는 힘이 길러지지 않는 아직 어린 아이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부터 특히, 중학생 남자 아이들과 언어적 소통을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거예요. 샘이 제안한 3가지 질문(1편 참고) 중 어느 하나도 진지한 대답을 기대하기가 힘들거든요.
- 몰라.
- 왜?
-그냥.
정도 대답하려나?
A. 저도 제가 처음 게임에 중독됐을 때가 중학교 2-3학년 떄라 1년 3개월 정도를 게임에만 미쳐 살았었거든요.. 부모님 몰래 밤새도록 게임하고, 학교 조퇴하고 나와서 게임하고 학원 다 안가고 게임하고, 머리 속에 게임 생각밖에 없었어요. 근데 저 나이 때 중독은 결핍이 주 원인이었던거 같아요. 그 결핍을 채워줄 다른 출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는요..
일단 친구들이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데 혼자 중독이 된 경우라면 교우관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제가 그랬습니다) 어울리는 친구 모두가 게임을 즐겨한다면 본인 스스로 게임에 대한 정의를 마치기 전까지는 손 쓸 방법이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 질문을 힘들어도 자녀분들과 나눠보시는게 좋아요. 사실 자녀분들이 혼자 스스로 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면 좋을텐데 성향마다 다를 수 있으니 부모님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적 소통이 쉽지 않다면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면 게임 마음껏 하게 해줄게. 혹은 더이상 뭐라고 안할게. 단, 한 달에 한 번씩 이 질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나랑 이야기하자.' 라는 식으로 그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이야기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말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은 결핍과 욕망 문제일 거 같아요. 저도 맨날 부모님한테 거짓말치고 몰래 게임하고 그러니까 부모님이 '너 도대체 왜 그러는데? 뭐가 문젠데?' 라는 질문을 한 번 하신적이 있으세요. 그 때 부모님한테 반박하려고 생각해보다가 저 세 가지 질문 비슷한 질문들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내가 '친구들과 사이가 안좋고 그것 때문에 집에만 있고 싶고, 집에만 있으니 심심한데 게임 속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를 그냥 같은 길드원이라서 반겨주는구나. 그래서 내가 현실보다 이 세계가 더 좋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던거 같아요.
부모님이랑 이 이야기 나누고 나서 부모님이 제가 가벼운 왕따가 아니라 좀 폭력적인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셨어요.. 그 때 제가 내 몸을 지킬 수 있게 킥복싱을 배우게 해달라고 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러고 나서 중학교떄 게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요.
도장에 가서 우리 학교와 상관없는 다른 학교 친구들을 사귀었고 도장 사람들이랑 친해지면서, 또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교우관계에 대한 결핍을 게임에 푸는 중독이 많이 없어졌어요.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너무 재미있게 학교를 다녀서 게임할 생각도 없었구요 ㅎㅎ
또 다른 이유는 그냥 진짜 그 게임이 재미있어서 이유없이 거기에 빠지는 경우도 분명 있을거라고 봐요. 대학생때 다시 시작된 중독은 이런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처음 시작은 단순한 재미일지라도 중독까지 가려면 역시나 어떤 결핍, 욕망이 있다고 봐요.
저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결핍이 있기에, 그 당시 게임에 더 몰입한 거 같고요. 사실 게임중독은 약물중독과 다르게 치료제가 있는 게 아니어서 더더욱 저 결핍과 욕망이 무엇인지 알아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진로와 직결된 욕망도 있겠죠. 그런 거라면 학원에 데려다주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학원에 가보면 자기 수준으로는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 없다는 결론이 바로 나오거든요.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는 실력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게임을 잡고 있는거라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욕망보다는 성공가능성에 중독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이것 또한 결핍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겠지만요 ㅠㅠ
(게임이 이끄는 세계는 정말 끝도 한도 없군요( i.i) 내일 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