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체로 쓰다
류윤
안식의 잠을 일깨워
전 존재를
백일 하에 드러낸 건
자폐의 골뱅이가 아닌
내 꿈의 틀인
꿈틀거리기 위해서
일체 무심조가 아니라면
결코 참아낼 수 없는 혐오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뭇 발길들과 수모를
일용할 양식 삼아
나를 키워낸 건 팔할이
능멸의 시선
뼈대도 얼개도없는서사의
단편 소설을
벌거벗은 욕망이라고들
쉽사리 읽어 내지만
길없는 길을 비틀며
풍자적으로 살기위해,
살아남기위해
혼신을다 해 써낸
자서自敍
피붙이살붙이라야
하나같이
몸을 쓰는 육필들이니
동문이 있다한들
비리비리한 이하 동문
개명 천지
이 한몸 설자리는 어디
전신이 울음으로 젖어
이따금 음소거의
속으로나
한 토막 짧게 울뿐
함부로 소리내 울어 본적도 없다
낮은 데를 기며
밟혀본자들은 안다
아픔은 전이되지 않는
비 전도체라는 것을
난, 나는 울어서 축축한 것이 아닌
이미 태생 자체가 축축한
그 분의 아픈 손가락
광활한 우주 공간의
눈속에서나
글썽거리는 존재
내 소망 은 단지
그 분의 눈 안에 드는 것
나를 보고
침을 뱉으며
함부로 생태를 논하지 말라
거대담론의
위해서가 아닌
다만 지상에 긋다 말
한토막의 몸부림일뿐
추사는
독창을 얻기위해
벼루 천
먹 일만을 닳구어냈다지만
독창의 내 서체는 천부天賦
펜이 무의식을 따라가는
자동 기술
그걸 각고라고들
함부로 오독하지 말라
내겐 깎을 뼈가 없으므로
하지만 독창의 내 서체를
하늘 아래 누가 알아주랴
고작 비린내 한 벌 걸치고
서럽게 태어난
태생의
내 서체를
온몸으로 밀고가지만
내 일생의 진도는
고작
거기에서 거기까지
하지만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 생태니 공동체니
나를 위로하지만
농약에 절여진 몸으로도
기꺼이 살아남은
모진 생명으로 증언한다
니들의 그 위선을
접수해 가라
나는 일찍이
我를 잊고 살아왔으나
중인 환시리에
형상 인식의
전 존재를 드러낼 때 희열을
어렴풋이나마
존재감을 인식할 뿐
꼬부랑 영어건
가갸거겨 모국어건
눈 감고도 휘 갈기는
난필의
학점 따위 아랑곳
형 이상학적 상향가압 방식의
교만쩌는
모든 학문들을
이미 통과의례로 섭식해
형 이하의
항문으로 배출한덕분에
모르쇠 질환으로
학문 외과 한번 찾은 적이 없다
잘난 너희 어떠냐
이래도
이 지상 네트워크 어디에도
내가 끼어들 자리란 없단 말이냐
범 동물군에도
차라리 범 식물군에도...
난 영원한 아웃사이더
오체투지
고난의 성자 몰골로
변방이나 떠돌 처지
열흘을 기어
하루를 왔다
출처도 입구도 불분명한
막힌 진로를
온몸으로 뚫으며
여기까지 ,예까지 왔다
울어라 하늘이여
퍼부어라 ,
가학의 소낙비여
온몸에 배어있는
혐오의 시선
후련히 씻겨 나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