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장원진(33)은 21일 김인식 감독으로부터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칭찬을 들었다. 이달 들어 공도 잘 치고, 1루 수비도 매끄럽게 하고 있는 덕분이다. 장원진으로서는 올시즌 처음 들은 기분 좋은 말. 그래서인지 가슴이 뭉클했다.
돌아보면 시즌 초반은 암흑기였다. 타율은 한참 동안 2할3푼대에 머물며 올라갈 줄 몰랐고, 급한 마음에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게다가 가끔씩 목덜미와 등 근육까지 뻐근하게 결린 탓에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붙박이 2번타자였던 장원진의 위상은 흔들렸다. 특히 최경환이 공격과 수비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지난 5월 초부터는 2번에서 밀려나 하위타순에서 맴돌았다.
숨죽이고 있던 장원진의 방망이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지난달 13일 광주 기아전. 이날 깔끔한 중전안타 2개를 날린 게 계기가 됐다. 선수들은 타구가 포수-투수-중견수를 잇는 '중심라인'을 따라 빨랫줄처럼 뻗어나갈 때 타격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배팅포인트와 타격밸런스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장원진의 헛방망이질은 눈에 띄게 줄었고, 마침내 이달 들어 최다안타왕에 올랐던 2000시즌의 감각을 되찾았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20일 잠실 삼성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친 장원진은 21일 삼성전에서는 8회말 총알 같은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려내는 등 완벽하게 부활한 배팅실력을 뽐냈다. 앞서 2회말 2사 만루에서도 기막힌 직선타구를 날렸지만 삼성 투수 엘비라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최근 외야수보다는 1루수로 더 많이 출전하고 있는 장원진은 예상 외로 날렵한 몸놀림과 188㎝의 큰 키를 활용한 수비솜씨로도 큰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