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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당신의 빈자리
냉기를머금은침대하나하얀시트위에적막함이누워있다깊게파인육순의자국위에귀를기울이니떠나지못한당신의심장소리여전히들려오는듯창문틈새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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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를 머금은 침대 하나
하얀 시트 위에 적막함이 누워있다
깊게 파인 육순의 자국 위에 귀를 기울이니
떠나지 못한 당신의 심장 소리 여전히 들려오는 듯
창문 틈새로, 바람을 안고 들어온
차가운 체온이 침대 위에 눞는다
온기 없은 온기가 따스하다.
숨소리 잃은 베개를 당겨 안으니
한숨에 살린 베갯잇이 긴 한숨을 짓고
메말랐던 눈물 자국이 촉촉한 눈물을 흘린다.
한 생이 저물기 전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이제야 당신의 고단했던 삶의 한 자락을 휘감으니
따스한 그림자로 가만이 다가와
타오른 그리움의 내 가슴을 감싸준다.
당신은 알고 있을까
움푹 들어간 베갯속의 허전함을
아직도 세탁하지 않은 침대보에 스며든 고단한 숨소리를
곁에 없어 더 사랑하게 되는
이 절절한 모순 앞에
나의 심장에서 잊혀가는 것에 대한 상실감과
당신의 기억 속에 내가 지워지는 두려움을
꽉 찬 공허의 그리움으로
동살 잡히는 새벽녘까지
당신으로 하얗게 지새운 밤이다
<시작노트>
살아가면서 만남과 이별 사이, 生과 死의 갈림길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 길 위에서는 몸과 의식, 물질과 정신의 존재 양식이 다를지라도 받아들이는 느낌은 같다. 평소 이같이 가깝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남긴 흔적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속에는 가시처럼 박힌 상처의 기억들이 있다. 다만, 이별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래서 꽉 찬 공허의 그리움으로 날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던.
홍영수
시인. 문학평론가
제7회 보령해변시인학교 금상 수상
제7회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 수상
제3회 코스미안상 대상(칼럼)
제1회 황토현 문학상 수상
제5회 순암 안정복 문학상 수상
제6회 아산문학상 금상 수상
제6회 최충 문학상 수상
시집 『흔적의 꽃』, 시산맥사, 2017.
이메일 jisr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