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loverfield가 개봉했다.
뉴욕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다.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를 싹둑 자라내버릴 정도로 엄청난 괴력을 지닌 괴물이다.
물론, 맨해튼이 아수라장이 되는것은 당연한것이다.
그런데 그 질과 양이 고질라나 킹콩이 때려부수던것과는 매우 매우 큰 차이가 난다.
특수효과는 스타워즈 부럽지 않다.
마치 블레어위치 프로젝트를 보는듯한...
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1인칭 비디오캐머라 영상을 보는듯한...
또는 생각없는 아마츄어가 찍은 듯한....
촛점없이 흔들리는 1인칭 시점의 비디오 캐머라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뉴욕시티를 불바다로 만들고 파괴되는 영화는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써 그다지 반갑기만한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영화는 어쩐지 매우 매력적이다.
매우 프로페셔널하면서도 또한 매우 아마츄어적이다.
매우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아마츄어적이다라는것을 영화적으로 표현하며
영화적 완성도가 매우 깊으면서도 사실적이다라는 말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맛있게 만들 줄 아는 아이디어가 반짝 반짝 빛나는 그야말로 엄청난 포스를 지닌 오랫만에 보는 기가막힌 스펙테클러 영화중의 하나가 될것이 분명하다.
에일리언 1을 기억하는가? 리들리 스캇 감독은 아이디어하나만으로 에일리언을 가장 무시무시한 흥행 파워를 지닌 프랜차이즈로 키워냈다.
터미테이터1을 기억하는가? 제임스 캐머룬감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철저하게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그의 영화적 감성만으로 자신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터미네이터를 탄생시켰다.
이 모든것들이 70년대와 80년대에 이루어진것이라면 2008년에는 클로버필드가 그 영광을 이어갈것 같다.
너무나도 기가막히고 훌륭해서 크레딧을 끝까지 읽어보게하는 힘까지 지닌 이 영화는 가만히 보니 영화 D-War의 1/3 제작비인 2500만달러를 가지고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 감독인 Matt Reeves가 그동안 보여줬던 영화들은 D-War의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Miracles같은 삼류 티뷔 드라마의 첫번째 에피소드 정도가 그나마 맷 리브스라는 감독을 기억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수없이 많은 삼류 티뷔 드라마를 만들고 우스꽝스러운 어린이용 영화를 만들었던 맷 리브스가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 나는 사실 눈을 의심했다. 이 훌륭한 영화의 감독이 맷 리브스라고??? 노웨이 설마...
그러나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영화의 감독이 맷 리브스라는것을 알았다면 나는 절대로 보지 않았을것이다. 나는 그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티뷔용 백 투더 퓨처나 화성에서의 한판승부Last fight in the mars같은 우스꽝스러운 어린이용 팬터지물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어서 인간이라고 했던가?
젊음은 실수할 특권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했던가?
맷 리브스는 완전히 변했다. 크레버 필드에는 더 이상 왔다 갔다하던 복잡한 줄거리나 등장인물들의 연관성없이 이어지던 전기적인 요소들도 사라졌다. 끊임없이 펼쳐지던 우연성과 기승전을 지나 결을 향해가다가 갑자기 자신이 늘어놓았던 이야기들을 제대로 마무리도 못하고 '기전승결'로 마무리해버리던 그만의 스타일들...
그것들은 티뷔나 케이블이었기에 가능한것이었던것 같다. 내가 볼때 그는 영화쪽에서 이미 끝난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가 겨우 2500만달러의 가벼운 예산을 가지고 이처럼 엄청난 영화를 완성했다.
왔다 갔다,
등장인물들의 엄청나게 마네킨스러운 연기와
개연성없는 줄거리들,
돈져놓은 코드들은 많은데 감독이 미쳐 그것들을 다 수습하지도 못하고 서둘러 구슬픈 아리랑과 함께 끝내버렸던 700억원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D-War의 제작비 1/3을 가지고 박스 오피스에 1위로 데뷰했다.
순전히 엄청난 아이디어와 뭔가 해보고 말겠다는 의지와 열정만으로...
D-War가 엄청나게 고생해가면서 만들었다는 특수효과의 반의 반도 안되는 기술로 맨해튼을 작살내버렸다. 클래버필드는 순전히 컴퓨터 그래픽에만 기대지 않았다. 맷 리브스와 그의 스탭들은 모형 미니어쳐를 가지고 컴퓨터 그래픽 못지 않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볼것은 영화의 완성도는 작가가 제작하면서 어떻게 고생을 했건, 또는 영화 제작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것을 다시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영화는 결국, 감독의 예술이고 그것의 완성도는 감독이 얼마나 영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얼마나 영화적으로 사고하고 영화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교훈을 생각하게 해주는 순간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고생했어요. 미국에서 참 힘들었어요. 배고팠어요. 어쨌어요. 블라 블라 블라.... 솔직히그것은 순전히 감독 개인의 문제이지 관객의 몫은 아니다. 마지막에 올라오던 자막은 압권이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그것을 흥행으로 연결시킨 재능하나는 대단하다고 인정하고 싶다. 다만, 그러한 재능이 영화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라는것은 유감이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그에게 이 영화를 적극 권하고 싶다.
맷 리브스 역시 D-War를 만든 감독처럼 아동영화 출신이다. 다만 카미디언은 아니다. 그는 인형 탈을 뒤집어쓰고 디즈니에서 재롱을 부리던 이벤트 행사요원이었다.
어찌어찌하여 수없이 많은 케이블용 아동영화를 만들었고 어찌어찌하여 영국에서 숱한 고생을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어린이용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백투더 퓨처 티뷔판, 로스트등을 거쳐 티뷔를 벗어나 빅스크린의 감독이 되었다.
그가 그동안 어떤 뼈를 깍는 고민을 하며 이 영화의 구상을 마쳤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것은 오랫만에, 아주 오랫만에... 라스폰 트리에의 영화를 보는듯한... 정말 영화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무시무시한 공포와 스펙테클러한 드릴을 안겨주는 정말 괜찮은 영화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금의환향했다는 점이다.
크레버필드, 주목할만한 영화다. 아무도 맷 리브스의 재능을 믿지 않았지만 그는 해냈다. 겨우 2500만달러를 가지고... 스필버그의 첫번째 영화였던 대추적을 보는듯한 탤런트와 조지 루카스의 첫번째 스타워즈를 보면서 느낀 잘 다듬어진 아마츄어리즘같은것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절대적으로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자신한다.
에일리언4가 지나치게 잘 다듬어져서 별로였거나 터미네이터3를 보며 기가막혔던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에일리언 1과 터미네이터1의 영화적으로 사고하는 젊은 스피릿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것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 배고픈 무명작가의 서러움과 뭔가 해보고말겠어라는 오기와 의지가 가득 담겨있다. 2500만달러를 들였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엄청난 특수효과는 덤이며 배우들의 잘 짜여진 연기는 기본이고 흔들 흔들 촛점이 없이 마구 등장하는 비디오 캠의 1인칭 시점은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추억이 될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에서 묘하게 공포를 자아낸다. 그리고 그 묘한 아마츄어리즘이 순간 어쩌면 이것이 진짜 현실일지도 모른다라는 불안감과 함께 사실적인 공포를 준다.
얼마나 기가막힌 아이디어인가?
맷 리브스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그 열정과 고민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D-War의 감독에게도 기대가 된다.
비판과 혹평이 그에게 지금은 쓰고 불편한 무엇이겠지만 곧 영화다운 영화를 보여줄것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그에게는 뭔가 해보겠다는 오기와 의지가 있으니까...
나는 그의 영화를 기다려볼것이다.
첫댓글 블레어위치 극장에서 봤는데, 화면이 혼란스러워서 머리가 아프더니만 그런 영화란 말인가? 두렵기만 하군....왜 벵상카셀의 '돌이킬 수 없는'이라든지 '블레어위치'의 카메라맨들은 굳이 카메라를 들고 뛰었어야만 했을까? 그것도 위아래로...- -;;; 나 힘들게...^^
음 블레어위치는 안봤지만 영화 자체는 흥미로워 보이네요. 요즘은 괴수영화의 대세인가...
괴수영화 좋아하는데 기대되네요
이거 재미있나보네요!! 로스트감독이라고 그래서 좀 걱정스러웠는데;;(로스트 너무 벌려놓고 수습을 안해서 보다 말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