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 제국. 일명 비잔틴 제국.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잔틴 제국은 편의적으로 구분을 위해 붙인 명칭이고, 실제로는 그냥 로마 제국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국이었습니다.
비잔틴 제국 역사 시작도 학자마다 다릅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 건립 시기로 잡는 사람도 있고, 건립 완성 시기로 잡는 자도 있으며,
헤라클리우스의 공용어 그리스어화 부터 잡는 이도 있습니다.
( 저같은 경우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제위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잡는 계산법에 동의합니다. 워랜 트렌드골드의 해석인데,
상당히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르주 뒤비에도 그래서인지, 설명할 때 "서방 속주를 상실하여 영향력이 줄어든 로마 제국"으로 간단히 설명합니다.
굉장히 옳은 해석이라고 봅니다. 이슬람사 전공하는 어느 학자는 "비잔틴 로마 제국"이라는 기가 막힌 호칭도 붙였지요.
그러나..... 이런 견해는 일단 1204년까지의 제국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공식 명칭으로 "동로마 황제"가 등장한 것은 1204년 4차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정복이 처음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다들 로마 황제였습니다. 동서 로마 황제가 있을 때에도, 동이니, 서니, 그런 호칭은 붙이지도 않았지요.
그러나 이 문제의 "최초의 동로마 황제" , 보두앵 1세께서 등장하시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콘스탄티노폴리스에 군림한 자는 누구든 옛 로마 사회, 서방과 동방 전체에서 로마 황제라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는 그렇게 되지가 못했습니다.
우선 저 최초의 공식 동로마 황제께서는 동방에서는 전혀 황제로 인정받질 못했습니다. 완전히 찬탈자 취급을 받았지요.
하지만 어쨋거나 서방 세계에선 보두앵이 동방 로마 황제였습니다.
반면 니카이아 제국, 에피루스 제국, 심지어 불가리아까지 모두 "로마 황제"를 자처합니다만... 이들 모두는 당연히
서방에서 인정받지를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후대 역사가들의 평가는?
계보 역산할 땐 일단 니카이아 제국 황제 이름을 동로마 황제 이름에 껴주지만, 존 노리치, 게오르그 오스트로고르스키 같은 역사가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들은 일종의 대립 황제지, 정통 황제가 아니었다."
서방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같습니다.
워랜 트렌드골드는 딱 잘라 말합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동방의 로마 제국은 1204년때 망했다."
.............. 한번 깊이 생각해볼 주제입니다.
나중에 미카일 팔라이올로구스가 52년후에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탈환하여 황제 타이틀을 도로 가지고 왔고, 서방 세계 및 교황이
한 십년 동안 짜증내다가 결국은 팔라이올로구스가문의 황제들을 로마 황제로 인정하게 되지만.....
이 기간동안 정작 "로마인"들의 사기와 자존심이 바닥을 치게 됩니다.
"이 따위로 꼴이 비참해졌는데,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로마인들을 자칭하는가?" 라는 생각이 슬슬 비잔티움인들 사이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던 거죠.
서방 세계에서는 누구나 그 황제가 로마 황제가 맞다고 이구동성으로 동의해주었지만, 가까이에서 황제가 투르크 족 수장에게
당하는 수모를 보는 그리스인들은 사기가 꺾인 나머지 일종의 우울증에 빠지게 됩니다.
팔라이올로구스 가문이 저 투르크 제국에게 보인 굴종이 지나치게 오래되자, 드디어는 테살로니카의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황제를 일러 "그리스 황제"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사실 우스운 얘기지만, "그리스인"을 뜻하는 "헬렌"이란 말은, 적어도 바실리우스 2세 시절에는 정복해서 혼을 내줘야 할
이교도의 대명사로 쓰이던 말이었습니다. 콤네누스 때도 그랬고, 앙겔루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스스로들이 경멸어로 쓰던 말을 이제는 자신들을 일러 쓰게 된 것이지요.
저같은 경우도 사실 1204년 이후..... 세워진 니카이아 제국이 로마 제국의 연장이라는 데 매우 견해가 회의적입니다.
체제 연속성은 있을 지언정 우선은 타이틀이 없었거든요.
어쩌면 워랜 말대로 1204년에 이미 제국은 실질적으로 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존 노리치는 1087년 만지케르트 전투를 기점으로 보는데, 저는 그보다는 1204년이 더욱 결정타였던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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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 제국의 멸망은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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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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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204년 이후의 비잔틴 로마 제국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이후의 제국이 로마 제국이 가졌던 가장 큰 강점, "자율적인 체제 적응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자신있게 답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시대에 따른 차이점"은 "특정 국가의귀속성 및 정체성"을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