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주 방위군임 우리끼리는 위켄드 워리어라고 부름
나는 늘 군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고 있었음 간지나잔아
근데 몸무게 제한이 있는 걸 알고 있어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그냥 어느 날 문득 모병관한테 연락이나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음.
: 저 돼지인데 입대 가능?
:ㅇㅇ 가능
해서 상담 받으러 감.
가서 얘기 들어보니 선택지가 있었음
1. 들어가기 전까지 살 뺀다
2. 못 빼면 Fit camp (= 돼지 캠프) 를 들어갔다가 본 훈련소로 간다
알고 보니 상냥한 성품을 가진 육군 놈들은 시험 성적 딸리는 바보들과 돼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음.
실제로 바보캠프 (dumb camp), 돼지캠프 (fat camp)라고 불림.
난 결국 돼캠에 들어가게 됐음
공항 도착하자마자
를 상상했으나 그런 건 없었음
적정 인원이 찰 때까지 공항에 있는 미군 전용 라운지? 같은 곳에서 대기하게 하는데, 여기서 최후의 만찬을 즐길 수 있음.
안 내켜도 막 먹어야 됨 앞으론 못 먹으니까
여기서 단체로 버스 타고 리셉션(접수처)으로 이동함
접수처에서는 군복부터 시작해서 생활할 때 쓰는 기본적인 물품 지급 다 받음
돈도 $350 (한화 약 오십만원) 주는데 돼지캠프랑 바보캠프 가는 애들은 두 배로 받음
여기서 속옷부터 칫솔 치약 양말 데오도란트 다 사야됨
리셉션에서의 하루는 아주 간단함
새벽 3시 기상
기다림
새벽 5시 식사
기다림
아침 일과
기다림
12시 점심 식사
기달
기달
17시 저녁
ㄱㄷ
ㄱㄷ
20시 점호
앉아서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서서 존나게 기다림
그늘도 없고 땡볕에서 서서 기다리다보니 탈수 와서 쓰러지는 애들도 많음
탈수 방지를 위해 물을 자주 마시게 하는데, 보통 훈련소 때는 수통 안 쓰고
여기에 물 담아서 마심 이름은 camelbak 낙타주머니 귀엽지 않음?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교관한테 물 어디서 뜨냐고 물어봤더니
화장실을 가리킴
아 화장실에 수도가 있다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친구가 자연스럽게 세면대에서 물을 받음
군대에 와놓고 정수를 바라는 건 아주 큰 오산이었음
군 생활 내내 세면대 아니면 건물 바깥에 있는 무지막지한 수도꼭지 같은 곳에서밖에 물 마실 수밖에 없음
밥은 나쁘지 않았음
뷔페식인데 메인메뉴 담는 구간 있고 샐러드바 있고 요런 식임
음료는 무조건 컵 두개에 받아야 함 한 개는 안됨
선택지는 많음 주스 게토레이 초코우유 우유 등등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있었음
나는 돼캠 들어가기 때문에 양심상 라이트하게 먹었음
밥 먹는 시간은 총 15분이었음
밥 다 먹고 가면 밖에서 기다리기 싫으니까 화장실로 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요런 식으로 쳐다봄
빨리 문 닫으라고
그러다 들키면
요렇게 쫓겨남
근데 혼나더라도 바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다 화장실에서 좁게 기다리는 게 훨 나음
또 기억에 남는 건 예방주사 접종임
600명 정도가 팔 걷어붙이고 길게 줄서서 주사 맞음
기다리는 건 한참인데 맞는 건 금방임
사진에선 한명이지만 실제론 두명이 양쪽 팔에 주사 놔줌
번갈아가면서 팔에 주사 박아넣는데 너무 순식간이라 ?? ?? 하는 사이에 접종은 끝남
최대 9번 접종하는 걸로 아는데 나는 다섯번 맞음 ㅋㅋ
리셉션은 기다리는 거 빼고 나쁘지 않았음
교관이 조용히 해라 똑바로 해라 소리를 치긴 하는데 리셉션이라 기합을 주지도 않음
군대라는 곳에 적응하는 단계니 아마 쉽게쉽게 가는듯
근데 미국 놈들은 얼마나 오냐오냐 자랐으면 리셉션부터 힘들어함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에 대략 30분 정도 휴대폰 받는데 다들 엉엉 울면서 가족들이랑 통화함ㅋㅋ
사실 언어적인 게 한 몫 했을 거라 생각함
의사소통에는 별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라 원어민들과는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틀렸을 거임
나는 한평생 stupid 이 바보ㅋ 정도로 알고 살아왔는데 미국 친구들한테 stupid은 '병신아' 정도 되는 모양이었음
교관이 소리 칠 때도
: 이 멍청한 ㅂ신아 이런 것도 못 알아들어?
: You're fucking retarded! Are you fucking stupid?
전자에 비하면 후자는 타격감 제로임
그냥 교관이 화나서 소리치네~ 정도
내 영혼의 털끝조차 상처입히지 못했음
그리고 생각보다 한국인인게 친구 사귀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음
케이팝이랑 케이드라마 감사합니다
가만히 숨쉬고 있어도 애들이 다가와서 케이팝이 어쩌구 드라마가 어쩌구 막 떠들고 연락처 교환하자 먼저 얘기해줌
: 슈퍼샤이 몰라? 뉴진스!
:사랑의 불시착 봤어?
미안한데 모른다고 하면
이렇게 개 의아하게 쳐다봄. 대체 코리안인데 왜 모르냐는 식으로.
아무튼 생각보다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애들 꽤 돼서 신기했음.
첫댓글 ㄹㅇ 흥미돋인데 흥미돋이 아니네
ㅋㅋㅋㅋ신기하다 재밋게봤어!!
재밋다
아니 왜 땡볕에 서서 기다려야돼..? 설마 핸드폰도 하면 안되는거야? 하염없이 서있는거 넘 힘들거같은데;; 새벽3시 기상도 너모해요.....
휴대폰도 불가능하고 그냥 냅다 기다려야돼 아마 내 생각인데 미국애들 자존감 자존심 너무 세서 좀 죽이는 연습을 하는 것 같아 ㅋㅋㅋㅋ 물론 접수처 가는 인원이 몇백명 돼서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
하앀ㅋㅋㅋ개웃기네 진짜ㅋㅋㅋㅋㅋㅋ
완전 재밌어.. 진짜 흥미돋이야
ㅋㅋㅋㅋㅋ덤캠프 팻캠프 ㅠㅋㅋㅋ
대박ㅋㅋㅋㅋㅋㄱ너무재미있어
여시 글 정독하고 느낌.. 나는 못가겟구나..
뭐라도 시키던가 왜 기달기달인지
부트캠프 보고 나도 미군 하고싶다고 생각했었는디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보니까 더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