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하동 금오산(849m) 산행 후기
o 산행일 : 2012. 3. 18. 일요일
o 가는 길 : 광주→하동→금오산(2시간 20분)
o 산행길 : 진교면 대안사 너머 길 → 삼거리→ 마애불 →금오산
o 산행시간 : 10시 50분~14시 58분(4시간 8분)
o 참석자(9명) : 경문, 금연, 기주, 동진, 두열, 순태, 시영, 영란, 서경아
o 운전 : 두열, 동진
‘하동’은 물의 동쪽에 있대서 ‘하동(河東)’이다. 섬진강은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을 갈라놓고 있다. 옛부터 물줄기나 강, 바다, 호수는 경계를 구분하는 척도가 되었다. 중국의 호남이 동정호의 남쪽이라면, 한국의 호남은 호강의 남쪽이다. 호강은 지금은 금강이다. 물줄기 때문에 생긴 이름은 중국의 하북, 하남, 하서, 호남, 호북, 경기도 하남시, 서울의 강동, 강서, 강남, 강북, 수서, 도곡의 수남, 수북 등이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 팔공산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560리를 달려와 하동과 광양에서 남해바다로 흘러든다. 남해 입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예로부터 재첩이 많이 난다. 섬진강에서 재첩을 사이좋게 잡기도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재첩을 서로 많이 잡겠다고 전라도 주민과 경상도 주민이 아웅다웅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익을 앞두고 다투는 것은 어딜가나 눈살을 찌뿌리게 만든다.
옛날 내가 부산에 살 때 들었던 ‘재첩사이소! (재첩 사세요) 재첩사이소!’ 라고 외치던 여인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재첩 양동이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들이 재첩을 팔기 위해 골목 골목을 걸어다니며 외쳤던 신산한 삶들이 애처로웠던 것이다. 제첩여인들의 고단한 삶과는 달리 재첩은 마치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것처럼 희뿌연 국물이 시원하고, 재첩살은 쫄깃쫄깃하여 낙동강변의 부산에서는 재첩을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재첩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던 여인들이 골목을 누비며 외치던 소리의 선연한 향수 덕분에 나는 목포에 살면서 가끔 재첩비빔밥을 먹곤 하는 데 담백한 맛이 있어서 좋다. 목포의 재첩은 국산인 지, 외국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광주의 날씨는 오늘도 우중충하고, 안개비가 내리는 등 음산하기 짝이 없다. 하동 금오산의 날씨가 좋기를 기대하며 광주에서 8시 20분에 출발하였다. 하동 진교를 거쳐 네비가 안내한 대로 마을 골목길 구석구석을 헤맨 다음에 대안사(寺) 앞까지 왔는 데 여기서 안내는 끝나 버렸다. 대안사(寺) 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이었다.
그러나, ‘금오산’을 알리는 표지판도 안내판도 등산로가 없다. 이런 산은 처음이다. 등산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별 수없이 대안사로 가서 길을 물었다. 대안사 보살님은 ‘등산길은 능선에 있으니 그리 가라’고 해 갔는 데 여전히 표지판도 안내판도 없다.
마침내 주차장을 찾았으나 친구들은 ‘아닌 것 같다’며 계속 길을 가버렸다. 나는 차를 회차해 능선으로 올라가 리본 1개가 붙어있는 것을 찾아냈다. 그러나 앞서 가버린 친구들은 저만치 가서 소사육농장의 농장주에게 연락을 했는 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난감해했다. 결국 농장주가 전화를 해주어 바로 인근에도 등산로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농장주가 알려준대로 조금 내려가니 주차장이 있고, 조그마한 안내판이 있다. 그 시간이 10시 50분이다. 많이 헤멘 셈이다. 내가 산행지를 결정하고, 등산로 확인은 반드시 행정기관을 통해 알아 보는 데, 요즈음 당면 현안업무가 복잡한 게 있어 미처 행정기관에 문의하지 못했던 게 실수였다. 우여곡절 끝에 등산로를 찾은 건 다행이었다.
주차장에서 금오산 정상까지 2.7km다. 숲속 길은 흙길 인데다 어제 그제 비가 와서 먼지도 나지 않고 소나무잎, 떡갈나무잎들이 쌓여 있어 쿠숀역할을 해주고 있다. 낮은 지대는 벌써 노오란 생강나무 꽃이 피어나고 있다. 매화꽃도 피어있다.
계곡에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쉬어 가잔다. 시영이가 준비해 온 와인(외제)은 부드럽고 달콤하여 술을 마시지 않은 나도 입술에 적셔 보았는 데 핑크빛 와인에 봄 향기가 묻어나고 있다.
1년에 한 두차례 부산을 오가면서 남해고속도로에서 볼 수 있는 금오산(849m)은 높은 산처럼 보인다. 한 번쯤 올라가고 싶었는 데 이제야 실현한 셈이다.
길은 가파른 편이다. 추운 날씨라 모두들 옷을 두껍게 입고 왔는 데 남녁의 따뜻한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렸다. 겉옷을 벗고 나서야 자유스러웠다. 친구들도.
하동 금오산의 식생은 소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비싸리나무, 때죽나무, 개서어나무, 철쭉 등으로 단순한 편이다. 낮은 지대는 상록수가 분포하고 있다. 나무이름은 모르겠는 데,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화환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잎이 조그마한 나무다.
정상까지 5번을 쉬어가는 데 4번째 쉼터(하동청소년 수련관 갈림 길)에서 쉬고 있는 데 뒤따라오는 시영이가 ‘발꿈치를 다쳤다’며 산행을 포기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119를 불러줄까 물었더니 그 정도는 아니란다. 바로 하산하겠단다.
한편, 영란이도 길을 걷다가 몸이 뒤로 쳐지면서 돌부리에 왼쪽 허벅지를 찧고 말았는 데 계속 통증을 호소했다. 내가 다친 부분을 마사지해주어도 효험이 없다고 했다. 경문이가 준비한 ‘바르는 파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정상을 앞두고 ‘마애석불’ 이정표를 따라 가니 석굴이 있고, 석굴안에 ‘마애석불과 9층탑’이 새겨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는 데 600년이 지난 지금도 석불의 선(線)이 뚜렷하다.
12시 50분에 드디어 금오산 정상(849m)에 도착하였다. 금오산은 진교면, 금남면, 고전면 3개 면에 걸쳐 있고, 둘레는 34km다. 산 모양이 노적가리 같아 ‘소오산’이라고 했고 또, 병목처럼 생겨서 ‘병요산’이라고도 했단다. 무엇보다도 산의 형상이 ‘자라’모양이고, 金相이므로 ‘금오산’이라고 쓰여 있다. 하동 금오산이 여수의 금오산, 금오봉과 이름이 같은 것은 지형때문이리라. 정상의 ‘봉수대’는 경남지방기념물 제122호이고.
산정의 탑은 방송국 송신탑인줄 알았더니 군사시설이다. 어느 곳에서도 금오산을 안내하지 않은 것은 ‘군사시설’이 있기 때문임을 알겠다. 그래도 산행객들의 등산을 제한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하동도 안개와 구름이 자욱했는 데 등산하면서 날씨가 개었다. 아주 화창했다.
금오산 아래는 하동화력발전소, 광양제철,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하동과 사천의 그림같은 섬들, 우리가 예전에 올랐던 남해의 망운산, 북으로는 지리산 줄기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완도처럼 가두리양식을 하지 않은 것은 이 곳 사람들이 부지런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먹을 게 풍족해서일까 궁금하였다.
이제는 간식시간이다. 복분자술, 솔방울술, 매취순, 이과두주, 문어, 광어회, 바나나, 사과, 딸기, 오렌지, 팥찰떡, 약밥, 군고구마를 맛있게 먹었다. 산행하면서 즐기는 식도락의 묘미도 빼 놓을 수 없다.
식도락을 즐기면서 경문이가 주옥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기약하지 말며, 오직 현재에 충실하라’고. 팃낫한스님, 두 아내가 지병으로, 화재로 불행하게 죽은 현실에서도 ‘인생찬가’를 쓴 헨리 우즈워드 롱펠로우, 안나 카레리나, 부활 등을 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에서 가난하고 병든 환자를 치료하고, 아이들에게 악단을 만들어 꿈을 꾸게 만들다 하늘나라로 간 이태석신부 등도 모두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은 ‘일기일회’라는 책에서 대중들에게 경책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인생에 있어 단 한 번 뿐인 기회’라고!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HERE! NOW!)’을 사랑하라고. 오늘 산행도 ‘인생에 있어 단 한 번 뿐인 기회’일 뿐이다.
한 달에 하루쯤은 일상을 벗어나 벗들과 함께 산천(山川)을 음미하며, 현재에 충실하는 것도 좋으련만. 방방곡곡에 있는 친구들은 무엇이 그리 바쁜 지 알 길이 없다.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는 하산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4시 58분. 4시간 8분이 걸렸다. 점심시간에 우리는 간식을 맛있게, 충분하게 먹었으므로 곧장 광주로 가야 하는 데 친구들은 ‘무슨 소리냐?’ 고 호통이다. 점심을 먹고 가잔다. 이왕 먹을 바엔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으니 광양에서 먹잔다.
곧장 광양으로 갔다. 당초 재첩 음식으로 유명한 ‘모은정식당’에 갔는데 휴무일이라 매일시장내 ‘향원식당’에 들러 아구찜을 맛있게 먹었다. 친구들 곁에는 항상 주님(酒님)이 함께 하시고.
수주 변영로의 『명정 40년』, 무애 양주동의 『문주반생기』를 읽어보면 술을 벗삼은 주당들의 재미있는 일화가 넘치고 넘쳐 배꼽 빠지는 줄도 모르지만 정작 술(酒)이란 글자 그대로 ‘닭이 모이를 먹고 두 세모금 물 마시듯’ 하는 게 술이다. 가장 좋은 술은 막걸리란 것쯤은 알아야 하겠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친구끼리 오래도록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도 술은 ‘닭이 모이를 먹고 두 세모금 물 마시듯’ 하면 좋겠다. 식사를 마치고 광주로 향했다.
하동 금오산에 가려면 하동 금남면 소재지에서 ‘금정사(寺)’ 안내판을 따라 들어서야 한다. 금정사를 지나 더 가면 왼쪽에 작으마한 주차장이 있고 이 곳에서 오르면 된다. 또, 하동군청소년수련관에서 올라도 된다. 12.3.18.
첫댓글 언제 읽어도 좋은 동진이의 산이야기!
맛갈나고, 정답고,구수하고, 해박하고,함께하고싶고? 예전 깉았음 벌써 몇번쯤은 산행을 같이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기분~ 못가는처리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후기 항상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