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포르쉐에 낚이다
국가원로회
조선의 피가 흐르는 인간에게 고관대작은 선망의 대상일 터. 대부분 사람들은 고관대작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권 때문에 만나려고도 하고 보험을 들기 위한 사람도 있다. 여기서 누가 소개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포항지청의 부장검사면 박영수 특검의 친정 후배이니 상대방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소개자가 든든하면 갑과 을의 관계는 급속도로 진행된다.
김태우는 사기꾼으로 판명되었다. 계획적으로 박영수 특검을 접촉했던 것이다. 김무성 홍준표 주호영도 단골 고급음식점에 그의 초대를 받았다. 김무성도 걸려들었다. 홍준표의 경우 성완종 한테 먹었다고 경을 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덥석 미끼를 물지 않는다. 박영수는 원래 목포가 고향인데 호남 출신들이 공직사회 진출이 어려운 걸 보고 본적을 제주로 세탁했다.
그는 특검이 되기 전부터 확실한 스폰서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 연로한 스폰서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영수 같은 출세 지향적인 인격체는 남에게 내보이고 싶어 하는 말초적 본능으로 스폰서가 많을수록 좋다. 김태우는 처음엔 밥을 산다. 이 정도 수준의 멤버면 그 열 배라도 괜찮다. 박영수도 걱정 놓았다. 김영란법 같은 건 필요 없다.
그 다음엔 골프다. 포항지청 부장검사가 있으니 그동안 입에 혀처럼 수발하는 특검의 부장검사 한 사람을 데리고 가면 쪽수가 맞는다. 휴일엔 1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다. 김태우로선 남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 본전 뽑기로는 안성맞춤이다. 초면이지만 알몸으로 함께 목욕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이게 강력접착제 역할을 한다.
술은 그전에 한두 번 마셔봤겠다 이젠 아예 잘 아는 처지가 되어 잔이 몇 순배 돌자 박영수는 부장검사에게 김태우가 주는 봉투를 받으라고 권할 정도다. 아주 오래전부터 잘 아는 믿을 만한 사업가라며 입에 양주를 쏟아 붓는다. “4년 넘게 현역 특검으로 대통령 두 명 감옥에 넣은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폭탄주의 기상은 하늘을 찌른다.
윤석열을 스카웃해 기라성 같은 적폐를 청산했으니 대선에 이기기만 하면 문재인의 종북좌파가 다 죽어도 박영수는 상관없다. 자자손손 만만세 문어에 과메기는 시작이었다가 곧 왕대게로 올라간다. 김태우의 씀씀이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형님, 쥐꼬리만 한 수당으로 특검을 이끄시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이제 그런 잔돈푼 걱정하지 마시고 나라를 바로잡으셔야 합니다."
언제 실었는지 골프백이 빵빵하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노을빛 함께 기슭에서 노니는 소풍이다. 묵시적 청탁 따위가 없어도 알아서 챙길 거다. 경제적 공동체가 별건가. 아내가 그토록 타고 싶어 하는 포르쉐를 말하는 게 어려웠는데 태우는 시원시원하다. 김태우를 특검이 되기 전 재직했던 법무법인 강남에 소개까지 해주었다.
특별사면이 뉘 집 이름인가. 지원이 형, 김무성, 주호영, 게다가 조선일보 이동훈과 TV조선 엄성섭 앵커에 건국대학교 이사장까지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한 최강적 멤버들이다. 박근혜를 죽이는 데 처음부터 일조했기에 만남은 농도가 짙다. 기타의 선율이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을 들고 짙은 색소폰 소리 한번 들어보라는 듯 가슴에 와 닿는다.
우주의 본질은 사랑이며 생명체의 생각을 공유한다. 생각이 사랑이라는 우주의 법칙에 어긋나면 조금씩, 조금씩 축적되다가 한계점에 이를 때 우주 스스로의 균형점을 맞추기 위해 생각의 진원지를 찾아 부숴버린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아야 한다. 교만해도 안 된다. 무례함도 없어야 하고 성내는 것도 싫어한다. 특히 욕심은 금물이다. 시기하고 악하며 불의에 기뻐하며 진리를 모독하면 신묘막측한 우주는 작동을 시작한다.
대신 그 작동의 결과는 오래 참고 또 참으며 기다릴 줄 알아야 나타난다. 4년을 참았더니 하늘은 박영수를 쳤다.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한국의 문재인 모두 한 그물이다. "單騎出陳 不免苦戰 天佑神助 蕩定求國을 남기고 간 예비역 최영섭 해군대령의 글은 내일을 내다보는 통찰의 암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