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아니지만 몇달 전에 다녀왔던 사람 입장에서 글을 남깁니다.
여름 휴가를 조금 늦게 가게 되어 9월 초에 횡천역에 들렀습니다. 그때 스탬프의 상태를 찍은 사진입니다.

기계 아래쪽 받침에 잘 보시면 뭔가 네모나고 납작한게 놓여 있는게 보이실겁니다. 이게 스탬프 고무입니다. 기계는 뭔가 굉장히 있어 보이는데요. 정작 가장 중요한 스탬프 고무와 기계 사이에는 단지 본드로만 붙여 놓았었더군요. 본드란게 시간이 지나면 약해질 수 있는건데 말이죠. 특히 그때가 비도 오락가락 내리고 한참 덥고 습할 때였는데, 아마도 높은 습도에 접착제가 물먹고 녹아서 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오랜 기간 그냥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만 하죠. (아주 자세히 보면 가운데에 나방 한마리까지 붙어있습니다. 이걸 보면 떨어진지 조금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래도 제가 갔을 땐 스탬프 고무는 아직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손으로 고무만 따로 종이 위에 올려두고, 다 녹은 접착제의 끈적끈적한 짜증나는 감촉을 느끼며 이리저리 꾹꾹 눌러서 어쨌건 (잘 나오진 않았지만) 찍을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9월 3일인가 그러니 그 사이 스탬프 고무를 누가 들고 가버렸거나, 아님 쓰레기에 섞여서 누가 모르고 버렸거나 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죠. 어차피 무인역이니까 보는 사람도 없고.
이걸 어디에 얘기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해서 며칠 신경쓰다가 사는게 바빠 잊고 있었는데, 글 쓰신 것을 보아서 남겨 놓습니다. 하여간 그날 기분은 좀 씁쓸했습니다. 저라도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 하겠는데, 저게 떨어져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까 뭐 챙겨간 것은 당연히 없고, 또 횡천역이 약간 읍내와 떨어져 있으니까 뭘 사가지고 와서 조치를 할수도 없고, 한다 쳐도 내가 만든 사람이 아니니까 어떻게 하면 될지도 모르겠고. 타야될 기차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도 않았고.
결론은 스탬프 기계에는 스탬프 고무가 없었을거고요. 그래서 안찍혔던 걸겁니다. 사실 작동 방법을 보아하니 스탬프 고무만 제대로 붙어 있었으면 전기 코드가 없이 수동으로라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겠더라고요. 이 정도면 어떤 일인지 대충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첫댓글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꼭 도전하겠습니다.
님은 전문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