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10월 22일(목) ▲뉴욕의 가을 (Autumn in New York) *버넌 듀크(Vernon Duke) ◀프랑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빌리 할리데이(Billy Holiday) ◀사라 본(Sarah Vaughan) ◀콜트라인 & 게츠 ◀사라 본(Sarah Vaughan)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 ▪Let’s fall in Love ◀Autumn Leaves *에릭 클랩턴(Eric Clapton) 10월도 하순으로 들어서면서 풍성했던 들판이 휭하니 비어가기 시작합니다 대부분 작물들이 가을걷이로 떠났습니다. 벼 베기도 이제 마무리 단계입니다. 남아있는 서리태 등도 상강(霜降)이 내일이니 곧 자리를 비울 것 같습니다. 눈을 들어 둘러보면 주변 산과 숲들은 어제와 다른 색깔로 가을의 절정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골의 가을은 이런 모습인데 도시의 가을은 어떨까요? 모든 도시가 나름의 가을 색깔과 정서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가을하면 생각나는 도시는 역시 뉴욕입니다. 아마 ‘Autumn in New York’이란 익숙한 스탠다드 재즈곡 때문일 겁니다. 이 노래는 바로 ‘Big Apple’이란 별칭을 가진 뉴욕을 상징하는 첫 번째 곡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지 86년이나 되지만 여전히 멋진 가사와 멜로디로 가을이 오면 소환되곤 합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작곡가 버넌 듀크(Vernon Duke)가 직접 노랫말을 쓰고 작곡했습니다. 늦여름에 뉴욕 위쪽 코네티컷의 한적한 마을 웨스트포트에서 휴가를 보낸 그는 뉴욕을 그리워하며 다가올 가을에 대한 기대감과 정서를 이 노래에 담았습니다. 발라드로 만들어진 멜로디가 멋지지만 재치있는 가사도 돋보입니다. 첫날밤의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곳, 가진 것 없는 몽상가들이 이국땅에서 한숨 짓는 곳, 새로운 사랑을 약속해 주는 곳, 내 집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곳, 때로는 고통이 따르는 곳, 그게 바로 뉴욕의 가을입니다. 버크는 1934년 이 노래를 ‘Thumb up’이란 뮤지컬에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그해 12월에 시작된 이 뮤지컬은 이듬해 5월에 막을 내려 가을을 맞지 못습니다. 당연히 관심 갖는 사람이 없어 10년 이상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프랑크 시나트라가 재해석한 버전이 1947년 빌보드 차트에 오르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https://youtu.be/bmrb29W_Ktk 이후 빌리 홀리데이와 엘라 피츠제랄드 사라 본 등 많은 재즈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부르면서 재즈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10살이 조금 넘어 뉴욕으로 와서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했던 빌리 홀리데이, 나중에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고 뉴욕땅에 묻힌 그녀의 버전에서는 그녀가 살아온 만큼의 쓸쓸함과 공허함이 묻어납니다. https://youtu.be/9-_wbY55PMA 상대적으로 사라 본이 부르는 뉴욕의 가을은 좀 더 편안합니다. 영상의 가을 빛도 눈이 시립니다. https://youtu.be/HmA7ywx3lQk 이곡은 연주곡으로도 널리 사랑 받았습니다. 찰리 파커의 색소폰 연주, 루이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 탈 팔로우의 기타 연주 등이 유명합니다. 여기서는 존 콜트레인과 스탄 게츠의 테너 색소폰 연주로 듣습니다. https://youtu.be/pc6CWfBgIt8 가장 최근에 나온 ‘뉴욕의 가을’은 다이애나 크롤의 버전입니다. 다이애나 크롤은 지난달에 발매한 새 앨범 ‘The Dream of You’의 세 번째곡으로 이 노래를 담았습니다. 이 노래를 위해 특별 제작한 흑백 영상도 인상적입니다. https://youtu.be/v5FVmJKPSrY 2천 년에 제작된 영화 ‘뉴욕의 가을’도 바로 버넌 듀크의 노래에서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이 영화의 첫 머리도 다이내나 크롤의 노래로 시작합니다. ‘Let’s Fall in Love’, 사랑에 빠져봅시다. https://youtu.be/dJHXQAs9vlk 아침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48살의 바람둥이와 옛 애인의 딸인 21살 여자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로 막판에 여자를 죽게 만들면서 뒷맛을 노린 그저 그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뉴욕의 가을 영상은 높은 점수를 줄만합니다. 여기에 레바논 출신 영화음악인 가브리엘 야레의 20여곡의 스코어도 칭찬할만 합니다. 영화 ‘뉴욕의 가을’ 영상을 배경으로 지난번에 듣지 않은 에릭 크랩턴의 Autumn Leaves를 마지막으로 듣습니다. https://youtu.be/vg1XTaHnPn0 뉴욕의 한 지인은 어제 뉴욕은 완전한 가을 속으로 들어섰지만 올 가을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흉흉하다고 얘기했습니다. ‘Autumn in New York is often mingled with Pain It’s good to live it again‘ (뉴욕의 가을은 때로 고통이 따르기도 해. 그래도 다시 살기에 좋은 곳이지) 버넌 듀크가 80여년전에 쓴 노랫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