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PD의 요리학교 생존기!
명품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PD 이욱정의 르 코르동 블뢰 유학기 『쿡쿡』. 2008년 총 3개월에 걸쳐 KBS를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는 국내외 방송 관련 최고상을 휩쓸었고,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송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욱정 PD는 런던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로 떠났다. 요리 프로그램을 연출하려면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에는 그가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에서 생활한 500일간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트 넘치는 글과 시각적인 묘사에, 현장의 모습이 담긴 생생한 사진을 더했다. 다큐멘터리 PD답게 상황을 객관화해서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요리학교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 런던의 레스토랑과 한식 문제까지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저자 이욱정
'누들로드'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욱정 프로듀서는 작품의 성격만큼이나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대학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의 취미는 캠코더로 주변 사물과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 이처럼 관심거리를 찍고 편집해보는 과정을 통해 다큐멘터리스트의 꿈을 키우게 된다. KBS에 입사 후, 퀴즈쇼, 게임, 오락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며 쌓은 다채로운 경험은 후에 그의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스타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입사 5년 후 다큐멘터리 파트에서 일하게 된 그는 '추적 60분', '한국 사회를 말한다' 등의 시사 프로그램과 '8.15의 기억' 등의 특집물을 제작해왔다. 그의 다큐는 만화적이고 때로는 장난기 넘치는 표현방식과 영상 스타일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엄숙하고 진지한 기존 다큐의 문법에 시비를 거는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입사 7년차 때는 과감히 미국 유학을 결정,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년의 미국 체류기간 중에도 미국 사회에 대한 크고 작은 영상리포트와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숨은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2년여에 걸쳐 10개국을 누비며 제작한 '누들로드' 시리즈는 그의 프로듀서 경력에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앞으로 그가 주력하고자 하는 분야는 ‘음식문화’와 ‘쿠킹’이다. 요리와 먹을거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가족 환경에 인류학이라는 교육 배경이 더해진 결과이다. 그는 우리의 식탁을 보면 과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미래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가 보인다고 말한다. 국수의 여정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가느다란 면 가락에서 인류문명사를 풀어내었던 그가 다음에 내놓을 다큐의 접시에는 어떤 성찬이 담겨져 나올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프롤로그
Part 1 Basic - 직장 10년차, 서랍 속 꿈을 꺼내다
내 인생의 미션
누들누드? 누들로드!
전세금 털어 유학길에 오르다
엥? 무슨 학교가 이렇게 쪼그매?
초급반 학생들, 스타 셰프론에 넘어가다
저를 이 환란에서 구하소서
얼간이 클럽 멤버가 되다
칼맛, 불맛을 배우다
버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오늘은 네 소스가 최고다!
초급반 기말시험, 낙제괴담의 주인공이 되다
축하해, 합격이야
Part 2 Intermediate - 혼돈 대마왕 개과천선 프로젝트
검투사들의 하루
스승은 요리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왜 르 코르동 블뢰에는 이탈리아 학생이 없을까?
비빔밥 레시피를 외우고 장맛을 논하는 요리학교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멘토, 켄 홈
칼잡이와 셰프의 차이
제이미 올리버는 허점투성이
제이미 올리버에게는 있고 고든 램지에게는 없는 것
자연으로 가는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
혼돈 대마왕, 개과천선하다
벽에 붙은 파리, 요리학교에 간 카메라
갈고닦은 욕 실력, 터프한 런더너로 변신!
쫓겨난 예비 셰프들
은행잔고, 체력, 의욕지수 ‘0’점
여행하는 요리사의 아이콘, 캠퍼를 타고
촌놈 페드로, 완벽한 킬러가 되다
에스닉하고 ‘런던스러운’ 레스토랑
Part 3 Superior - 요리하는 스토리텔러를 꿈꾸며
꿈을 이루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다
당신의 부족은 어디입니까
해병대 셰프의 테러리스트 명단에 오르다
죽어도 좋아! 슈거파탈의 유혹 혹은 설탕의 공습
코프만 레스토랑의 인턴
훌륭한 셰프는 요리책으로 말한다
저들에게는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 것
다국적 식객부대를 한식의 세계로
‘창의적인 플레이’와 ‘혼모노’를 가르치는 요리사
지독한 잡식성의 도시, 런던
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
졸업시험
에필로그
Q&A
앙드레 J. 쿠앵트로 르 코르동 블뢰 회장
얀 바오고 런던분교 수석 셰프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
타고난 미각!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 그러나 혼돈 대마왕!
명품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PD가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2008년 <인사이트 아시아- 누들로드> 7부작이 총 3개월에 걸쳐 KBS를 통해 방영되었다. BBC 요리 프로그램의 유명한 진행자이자 세계적인 요리사 켄 홈이 진행자로 참여한 다큐멘터리<누들로드>는 미국 피버디 어워드Peabody Award, ABU, 한국방송대상 등 국내외 방송관련 최고상을 휩쓸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송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명품 다큐멘터리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욱정 PD는 런던의 르 코르동 블뢰로 요리유학을 떠났다. 요리 프로그램의 연출가가 되려면 그 과정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위생에 무심하고, 청소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상존하는 요리학교에서의 생활은 기본부터 시작하는 일이었다. 체계적으로 매뉴얼을 생각하고, 청결을 생활화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 요리학교의 기본이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누들로드 PD가 요리학교 2년간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거쳐 마침내 졸업장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해서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 그리고 런던의 레스토랑과 오너 셰프들의 이야기는 물론 요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읽을거리가 담겨 있다. 또한 직장 10년차,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우연히 빠져나온 길에서 마주한 삶의 이야기이자 머리가 아닌 몸을 쓰며 깨달은 2년간의 삶의 기록이다.
이 책『쿡쿡』은 시각적인 묘사에 익숙한 다큐멘터리 피디답게 요리하는 과정뿐 아니라 요리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 또한 마치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각각의 인물과 상황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쿡쿡거리며 웃다가 가슴을 울리는 한 문장에 뭉클해지는 감동도 있다. 때문에 요리를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안주하고 있던 삶에서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큰 재미를 줄 것이다.
프롤로그에 쓴 저자의 말처럼 사는 건 코스요리와 비슷하다. 다만 인생의 코스요리는 손님이 아닌 셰프가 되어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이욱정 피디는 남들 하는 레시피대로 똑같은 접시에 똑같은 음식을 만들다 인생을 끝낼 수는 없어서, 자신만의 레시피에 따라 요리하고 싶어서 유학을 떠났다.『쿡쿡』이 단순한 요리유학기가 아닌 ‘생존기’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생은 물이 막 끓기 시작한 2.5리터 냄비야.
늦기 전에 내가 가진 재료를 집어넣고 죽이든 밥이든 리소토든 무언가를 만들어야 돼.”
타고난 미각에,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이 있었건만 막상 요리유학을 가자고 하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질 외에 다른 재주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내가, 제대로 할 줄 아는 요리
라곤 하나도 없는 내가, 심지어 넥타이나 구두끈조차 야무지게 매지 못하는 엉성한 손놀림을 가진 내가, 과연 이 두 손으로 프로들의 주방에서 자르고 익히고 지지고 볶을 수 있을까? 회사에는 뭐라고 이야기하고 떠나지? 적지 않은 유학자금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 “그래 좋아, 한번 저질러볼까?
-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게 떠난 요리유학이건만 현실은 달랐다.
“야채는 줄리앙으로 썰어요.”
‘줄리앙? 미술 입시생들이 데생하는 그 줄리앙인가?’
“부케 가르니를 만들어요.”
‘결혼식 때 신부가 들 부케를 왜 만들라는 거지?’
프랑스 요리용어에 익숙지 않은 저자에게 요리학교의 용어는 해독불가능한 암호였다. 게다가 ‘르 코르동 블뢰 바이블’로 통하는 푸른색 바인더의 레시피 북에는 그저 요리이름과 재료목록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다빈치 코드와 다를 바 없는 이 책을 해독하는 유일한 방법은 선생님의 시연수업뿐이었다.
레스토랑 밥을 십 년 넘게 먹었어도 요리학교에 입학하면 예외 없이 초급반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초급반 학생들은 실력차가 엄청난데, 실력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엘리트인 그룹A와 세미프로 수준의 그룹B, 그리고 그룹C.
그룹C의 실체는 양파 하나도 제대로 썰 줄 모르는 완전초보자들, 학생들이 즐겨 쓰는 표현으로 ‘주방의 얼간이들Kitchen Idiots’이다. ‘얼간이들’은 손이 무엇을 조리하고 있는지 뇌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A, B 그룹 멤버들의 동작을 필사적으로 엿보며, 오직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는 처절한 생존본능에 의존한 채 수업에 임한다.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나는 마지막 그룹, 즉 얼간이 클럽의 멤버가 되었다(제길!).
- 「얼간이 클럽의 멤버가 되다」중에서
저자가 미국도 프랑스도 아닌 영국의 요리학교를 선택한 것은 비단 요리학교 자체만을 이수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런던은 가장 좋은 요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자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계적인 셰프들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초급반을 지나 중급반과 고급반으로 올라가면서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서 저자의 시선은 영국의 요리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 그리고 런던의 레스토랑들로 향한다.
제이미는 학교급식을 소재로 한〈스쿨 디너〉, 불우청소년 재활프로그램인 <피프틴Fifteen> 등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건강한 음식, 요리의 윤리 등을 다룬 시리즈를 계속했고, 프로그램들은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 고든 램지의 리얼리티 쇼는 프로듀서의 눈으로 봤을 때 분명 훌륭한 점들이 많다. 그가 진행하는〈헬스 키친>〈마스터 셰프>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요리사가 카메라 앞에서 음식을 만드는 낡은 방식을 깨뜨렸고, 요리가 노래나 스포츠처럼 엔터테인먼트로 성공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욕설과 경멸과 무시와 분노가 들끓는 요리 프로그램은 ‘오락용’으로는 자극적일지 모르나, 사람들이 음식에서 바라는 것, 음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따뜻하고 아늑한 마음이다. 제이미의 ‘대박행진’의 이유이자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고든 램지에 비해 요리솜씨는 한참 뒤떨어질지 모르나 제이미는 적어도 음식의 본질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제이미 올리버에게는 있고 고든 램지에게는 없는 것」 중에서
피시 앤 칩스 밖에 알려진 것이 없는 영국 요리의 전통을 되살리겠다는 영국 출신 샘, 요리사가 되는 것은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얻는 일이라는 헝가리 출신 아틸라, 여자를 꼬시는 데 요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브라함.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르 코르동 블뢰에서 공부하며 얻은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레스토랑에서 ‘판매’를 위해 만드는 음식이었다면, 친구들의 집에서 먹었던 음식은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요리, 보다 심플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야말로 친구들의 삶 깊숙이 파고든 진정한 ‘소울 푸드’일 것이다.
- 「벽에 붙은 파리, 요리학교에 간 카메라」 중에서
또한 책에는 퀴진 과정뿐 아니라 파티세리 과정도 함께 공부한 저자가 깨달은 두 ‘부족’간의 신경전도 흥미롭게 쓰여 있다.
파티세리의 세계는 퀴진의 세계와 너무도 달랐다. 마치 중력법칙이 다르게 작용하는 은하계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파
첫댓글 이욱정 지음 /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