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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족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제법칙
부모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거액의 자산을 물려주는 것은 부모에게나, 자식들에게나, 사회적으로나 그리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리 큰돈이라도 잠깐의 실수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는 현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생각해봐야 한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더 귀한 자산은 없는가 하고. 진정 자녀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은 사라지거나 누군가 빼앗아갈 수 없는 부모의 가치관 혹은 인생의 교훈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아닐까 하고….
지난여름 일간지 사회면에는 끔찍한 기사가 실렸다. 20억 원대 재산을 가진 70대 할머니가 살해당했는데, 범인을 잡고 보니 할머니의 양아들이었다는 것이다. 유산만 바라고 특별한 직업도 없이 도박중독에 빠져 빚까지 잔뜩 지고 있는 아들을 보고 할머니가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경고하자 청부살인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주 끔찍하고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이처럼 신문과 방송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유산을 놓고 다투다가 부모·형제와 싸우고 심지어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일들이 왕왕 보도된다.
이 같은 유산의 부정적인 면을 인식한 후 ‘유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유언장에 명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조용히 실천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개개인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명제가 있다. 큰 재산을 남기는 것이 자녀들의 삶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험한 세상에 부모인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유산은커녕 죽을 때까지 벌어놓은 돈으로 먹고살기도 모자랄 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2007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반이 넘는 50.7%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 쓰고 죽자’는 것은 자녀야 어찌되든, 미래야 어찌되든 지금 흥청망청 쓰자는 말이 아니다.
능력이 닿는 한 자녀를 훌륭하게 돌보고 교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죽을 때까지 돈이 부족하지 않게 살려면 누구보다 탄탄한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내가 죽은 뒤 아이들에게 재산을 남겨주기 위해 나의 현재와 미래를 희생하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를 벌 것인가 고심하기보다는 어떻게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무조건 많이 벌어놓자고 달릴 것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며 현재를 충실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든 인생은 단 한 번만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 쓰고 죽어야 할 일곱가지 이유
1 의무 없는 상속은 무의미하다
유산 상속은 그 옛날 농경사회에서 가업을 잇는 수단으로써 유용했다. 장남이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고, 부모를 부양하며, 부모 사후 그 땅을 계속 일구기 위해서는 유산 상속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세대 간의 의무와 보상이 규정된 보이지 않는 계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현금과 주식, 채권 등이 재산에 포함되고 세대 간에 부모 부양 등 어떤 의무도 전달되지 않는 시대에는 상속이란 아무 근거도 없는 개념이다. 현대의 유산은 자녀들에게 있어 ‘불로소득’일 뿐이다.
2 내 삶의 질을 망친다
재산을 모으고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삶의 질보다 죽음의 질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즉 자신을 위한 일에 돈을 쓰지 못하고 자녀들을 위해 아껴둘 수밖에 없게 된다. 삶을 즐기지 못하고 ‘돈 버는 기계, 돈 모으는 기계’로 전락하게 된다. ‘모으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게 된다. 유산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가족 모두와 함께 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
3 자녀의 삶을 망친다
조사에 의하면, 상속에 대한 기대감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과 동기를 좀먹는다고 한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짧은 기간 안에 그 돈을 탕진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유다. 철학 없이 물려주는 돈은 재앙이다. 심지어 자녀가 무의식 중에 부모의 죽음을 기다리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4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망친다
나이 많은 부모가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큰 돈을 사회에 기부하려 하면 핏대를 올리며 반대하는 자식들이 많다. 부모가 아직 살아 있지만, 그들의 재산을 벌써 내 돈, ‘유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부모가 새 자동차를 사면, 아들은 함께 기뻐해주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배가 아플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혼한 딸이 휴일에라도 찾아오면, 부모는 어떤 저의가 숨어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5 형제간의 우애를 망친다
명절이 지난 뒤 신문에는 부모의 유산 상속에 불만을 품고 형제끼리 다투다 서로를 해치고 죽였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실린다. 이런 끔찍한 뉴스가 아니라도 주변에는 그리 대단치도 않은 유산 때문에 반목하는 형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험한 세상, 자녀들이 서로를 도우며 알콩달콩 살아가길 바란다면, 유산 상속을 해서는 안 된다.
6 사회에 피해를 준다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지키는 자금은 대부분 경제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결 자산이다. 지금까지 총 406억 달러(한화로 52조 원)을 기부한 워렌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거대한 부를 세습하는 것은 경기장의 균형을 깨뜨리는 일이다’라고.
7 매우 비효율적인 부의 전달방법이다
유산 상속은 부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다른 어떤 소득보다 엄청나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나 된다. 상속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자녀에게 부를 물려주고 싶다면 살아 있을 때 하라. 대학 등록금을 내주거나, 결혼해 신혼집을 살 때 등 자녀가 꼭 필요할 때 도와주고, 꼭 필요한 선물을 해주라. 죽은 다음에는 자녀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도 못 들을 것 아닌가.
공공예술가 임옥상
“사회에서 얻은 것은 모두 사회에 내놓고 가야죠”
예술은 자신의 영감을 작품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개인적인 활동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아주 대중적이기도 하다. 언제나 대중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미술가 임옥상을 보고 있노라면 모두를 위한 활동이라는 게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다.
지난 10월 말, 희망전망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 만들어진 ‘하늘을 담는 그릇’ 역시 그의 작품이다. 해가 떠오르면 해를, 바람이 스치면 바람마저 담아내는 그릇 모양의 전망대. 이 작품이 자연 속에 어우러지는 모습보다 더 좋은 건, 4m가 넘는 전망대로 만들어 서울을 바라보고픈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은 함께하는 대중이 있어야 존재한다고 믿는 그이기에 언제나 그의 작품은 사람을 향하고 자연을 향한다.
“내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대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죠. 그들을 위한 작품 활동을 하는 건 당연하고요. 거기서 내가 얻은 게 있다면, 그것은 다 사회로부터 얻은 것이기 때문에 모두 다 환원하고 가야 할 것입니다. 소유하려고 드는 순간부터 본질이 흐려지는 법이거든요.”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라
사회에 모든 걸 넘겨주고 떠나겠다는 그의 다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유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왔다. 그간의 수많은 작품들은 물론이거니와 별다른 물질적인 유산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미리 써봤던 그의 유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유서는 제3자의 입장에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형식을 빌었다.
나무(딸), 바다(아들)에게 아무런 유산을 남기지 않느냐고? 아마도 빚 갚으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니 이 점 아무 걱정 없고, 다만 네 그림 몇 점씩을 기념으로 줄까 생각해보았는데 이 또한 부질없다고 생각해서 그만두기로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식들에게는 무엇인가 미련이 있는 모양인데 네가 평소에 한 말 ‘인생은 축적이니만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면 된다’는 것을 그들도 모두 가슴에 담고 있으니 염려 말라.
미리 써본 유언. 이보다 더 확고한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물질지상주의’라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켜보며 사회가 더욱 힘겨운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낀다. 때문에 물질보다는 사람의 가능성, 이웃에 대한 사랑, 함께하는 유대감 등이 진정으로 소중한 것임을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늘 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언제나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는 가난했어도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말이죠. 이것은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해요. 정말로 내가 그 나이 땐,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언제나 이웃을 사랑하며 정이 넘치고 행복했거든요. 만약 풍요로운 게 행복의 조건이라면… 글쎄요, 그때에 비해 경제적으로 10배 이상 좋아진 지금, 사람들은 그만큼 더 행복할까요? 좀 더 여유 있게 삶을 돌아보고 지금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결핍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교하고 집착하다가는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물질적인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는 이유죠.”
필요 이상의 욕심은 화를 부르고, 집착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겨줄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아이들도 제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겠죠. 저 역시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생각만으로도 절대 허투루 행동하면 안 될 것이고요. 다만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늘 봉사하면서 살아라’예요. ‘열심히 살아라’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구체적인 행동 지시를 하자면 봉사를 하라는 것입니다. 남을 위한 삶, 결국에는 그것이 자기를 위한 일이거든요.”
언제나 남을 위해, 자연을 위해 살아왔던 그지만 다음번에는 자신만을 위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돌아봤더니 너무 개인 작품 활동을 게을리한 게 아닌가 싶었다고. 첫 전시 이후 2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일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만끽하는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 여성조선
취재 박주선 기자 | 사진 방문수
전 제일은행 지점장 김의식
“죽을 때까지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자기 계발하며 다 쓰고 갈 겁니다”
전 제일은행 지점장, 인천대학교·오산대학교 경영학부 출강, 인하대학교 경영학부 겸임 교수, ‘죽을 때까지 부자로 살아라’‘세계를 가슴에 품어라’외 10여 권의 책 집필, 문인협회회원에 시인·수필가 등단. 김의식 씨가 지금껏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죽을 때까지 열심히 배우고 일하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꿈이라고 말하는 그는 명예퇴직 후에도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열두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정형편상 학업을 중단하고 집안일을 거들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경제력을 갖춰야 배울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이후 돈을 벌었던 것은 모두 배우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됐죠. 지금도 수입의 10%는 꼬박 학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본래 쓰기 위해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모으려고만 하잖아요. 물론 사치스러운 생활을 위해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지식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쓰는 돈은 제대로 된 소비이지 않을까요? 어릴 적 배운 지식 하나만으로 인생을 사는 거, 너무 재미없잖아요.”
자기 계발을 통해 진정한 부를 이룬다
그는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주어지든 감사한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평생 이웃과 나누고 사랑하는 삶을 사신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었기 때문에 매순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왔다고 말한다. 만일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겠지만, 삶 자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경영학부 교수이자 재테크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에게 부동산, 주식, 펀드 등 다양한 재테크 비법에 대해 묻곤 하지만 그는 그 흔한 주식 한 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땀 흘리지 않은 돈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오랜 시간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시대와 환경에 따라 부의 가치가 변화되는 것을 몸소 느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든 진정한 부를 가져다줄 것은 지식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에서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삶의 철학이자 두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언제부턴가 두 아들 모두 용돈 외에 필요한 돈은 직접 해결하더군요. 자신의 전공을 살린 아르바이트를 통해서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부를 창조하는 것, 제가 평소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사용되는 지식은 나뿐만 아니라 작게는 주위 사람, 크게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앞으로 재산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활발한 기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전에 조금씩 모아왔던 돈과 장례식 부조금 전액을 호스피스 시설 건립을 위해 기부하고, 시신 역시 고려대 의대에 기증해 이목을 끌었던 고(故) 김인수 씨가 그의 멘토다. 고(故) 김인수 씨와는 30년지기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것 역시 그와 일맥상통한다.
“아이들에게는 유산에 대해 딱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난 너희에게 물려줄 재산도 없지만, 늙어서 너희에게 기댈 생각도 없으니 엄마, 아빠에게 유산은 기대하지 말아라’하고요. 평소 제 생활을 봐온 아이들이기에 별로 놀라는 기색도, 제 의견에 반박을 하지도 않더군요. 장성한 아들들에게는 지금껏 열심히 배우고 일한 과정을 보여줬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우리 아들들이 손자에게 이 가르침을 대물림하고 있겠죠?”
서울대 명예교수 손봉호
“돈보다 더 중요한 유산은 존경받는 부모의 삶”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이 시대를 비판하고 나선 이가 있다. 윤리학과 교수이자 시민·복지 운동가인 손봉호 교수다. 그는 현재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1984년, 그는 기독실업인과 전문직업인들의 조찬모임에서 ‘우리의 소유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대가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사회간접시설의 혜택, 국가 사회 지원에 힘입어 이뤄낸 것이니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내용의 강연을 펼쳤다. 이 내용을 경청한 김경래 장로가 몇몇 지인들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유산 남기지 않기 운동’이다.
나눔의 삶에서 오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내려놓고 나누는 것에서 느끼는 희열이 그 무엇보다 크다는 손봉호 교수. 돈이 사람에게 주는 고통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기부를 통해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검소하게 생활하고,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사람들 틈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키워냈다. 풍요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부족함을 느끼기보다는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란 자식들은 ‘남들에 비해 많은 특권을 누리는 것 같다’며 작은 편의조차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는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훌쩍 큰 것 같다고 회상했다. 손봉호 교수는 다른 이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부모가 다른 이에게 존경받는다면 그 자식 또한 간접적으로나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자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합니다만 유산 상속 부분은 아직도 마음이 매번 흔들립니다. 솔직히 사랑하는 자식들이 풍족하고 여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혹여 우리 아이들이 돈이 없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유산을 물려줘야겠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개척하고 있으니 굳이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의 재산은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그는 유산을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기부 재단을 설립하고 싶지만 그 또한 만만찮은 일이라고. 현재로서는 재산을 쓸 수 있는 권리를 자식들에게 위임할 생각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뜻을 보고 느꼈기에 누구보다 멋지게 사용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유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거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나누는 삶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볼 때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 여성조선
취재 윤미 기자 | 사진 신승희 | 장소 일민미술관(02-2020-2055, www.ilmin.org)
경쟁지식컨설팅 박미란 대표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버킷리스트 지워가요”
각종 기업의 전략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업체인 경쟁지식컨설팅의 대표이자 전략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미란 씨. 그녀는 즐겁게 살기를 원하지만 그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버킷리스트 CEO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놓는 것을 의미하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처럼 사람들의 꿈을 실행시켜주는 데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일이다.
“그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봤습니다. 돈과 명예를 가진 이들이지만 놀랍게도 그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특별한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그저 사업을 위해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는 식이죠.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일부인 돈을 위해 정작 중요한 다른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내 삶의 과정을 남겨주고 싶어
한창 일에 몰두했던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시기, 그녀는 업무를 끝낸 후에도 잠을 줄여가며 책 쓰기에 몰두하는 등 정말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스물여섯 살에 첫 책을 발간하고 강단에도 서면서 사회적으로 입지를 다져갔다. 하지만 거의 7~8년간을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리한 탓에 건강을 잃고 말았다. 그 즈음 승승장구하던 사업도 한순간의 실수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는 아픔까지 겪었다.
수많은 고난을 이겨내면서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는 그녀. 그렇게 건강을 찾기 위해 시작한 등산, 그것에서 파생되어 나오는 여러 가지 즐거운 일들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등산을 하면서 건강도 찾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좀 더 난이도를 높여 암벽 타기를 시작하면서 체력 관리를 위해 검도, 마라톤, 실내 암벽도 시작했고요.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그간의 아웃도어 경험을 바탕으로 제 전공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아웃도어 요리책도 발간하게 됐습니다. 지금의 이런 모습은 제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어요. 도전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인생은 언제나 기대가 돼요.”
그녀는 즐기며 사는 인생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믿는다. 이런 건강한 활동, 건전한 정신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남겨줄 좋은 유산이라고 믿는다.
“저에겐 특별히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일단 재물을 쌓고 난 뒤라도 그것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은 없어요. 거저 얻은 것은 절대 자신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면서 자식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성룡의 말은 언제 들어도 옳은 것 같습니다. ‘내가 자식을 잘 키웠다면 이 재산이 아니어도 내 아들은 스스로 잘 살 것이며, 내가 자식을 잘 키우지 못하였다면 이 재산을 준다고 해도 탕진할 것이다’라고 말이죠.앞으로 아들에게 남겨줄 것은 돈으로는 얻지 못할 삶의 값진 조언들,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도와줄 수 있는 제 주변의 좋은 지인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다른 이들을 더 열심히 도와주고 나를 가꿔나가는 것이죠. 어쩌면 지금 살고 있는 이 모든 게 아들을 위한 길일지도 모르겠네요.”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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