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하니관광호텔 대연회장에서
300여 명의 문화인들이 모여
제5대제주문화원장 이취임식이 열렸는데
거기에서 행한 취임사를 올리니
회원들은 모두 들어와 일독함이 어떤가
<제5대 제주문화원장>
취임사
제주문화를 사랑하는 문화계의 지도자분들이며, 원근의 친지와 동료들까지 잠시 일을 멈추고 이렇게 오셔서, 퇴임하시는 홍순만 전 원장님과 저에게 격려와 사랑을 베푸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특히 먼 길을 오신 한국문화원 연합회 권용태 회장님과,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함께하신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님, 양성언 교육감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제주문화원 초대 2대 원장을 역임하신 시인 양중해 선생님은 제주문화원을 설립, 초석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그 뒤를 이어 향토사학자인 홍순만 원장님이 5년 간 재임하면서 제주문화원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두 분 원장님의 노고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양중해 선생님은 가셨지만 여러분의 박수 소리를 듣고 게시리라 믿습니다.
제주문화원의 앞날은 밝다고 여겨집니다. 문화의식이 높은 김태환 지사님이 게시기 때문입니다. 민선 제주시장 재임 시에는 제주 목 관아지와 산지천의 복원, 도지사 취임 후엔 도립미술관, 한라문예회관 건립, 지방문화원 육성조례제정 등, 살기 좋은 문화도시 가꾸기에 심혈을 기우렸습니다. 이제 김태환 지사님은 제주문화의 창조적 재현을 위한 힘찬 전진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란 무엇입니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에 의하여 습득 공유되는 생활양식의 총체로서, 자연을 극복한 삶의 모습들입니다. 그것은 그 지역의 언어, 풍습, 종교, 예술, 제도 등에 내포되고 표출됩니다. 제주문화는 바람 많고 돌 많은 거칠고 척박한 땅, 바다로 둘러싸인 절해고도, 그 특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삶의 소산입니다.
지난 날, 서양 문화는 고급한 것이라는 의식으로 인해 우리 문화가 천대받던 시절, 서낭당을 파괴하고, 무구를 불태우고, 무당을 체포하는 등, 문화 사대주의, 혹은 자기문화 해체주의가 기승을 부린 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자존의식이 살아나, 우리 문화가 오히려 우월하다고 폐쇄주의적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입니다. 지금은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에 들어와, 인적 물적 이동이 자유스러워졌고, 인터넷의 발달은 국경을 이미 허물어버렸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은 몰라도 인터넷 속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는 세상, 누구나 세계화란 말을 서슴없이 뱉어냅니다. 그래서 서풍을 막을 동풍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무성합니다. 하지만 수세식 변소가 환경오염의 주범이요, 우리의 자연친화적 돗통시 문화를 고사시킨 원흉이라고, 아파트문화가 아름다운 이웃4촌 문화의 해체 주범이라고, 이를 없애기는 힘들 것입니다.
제주엔 거센 국제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파동입니다. 제주문화에 대한 자존심 세우기나, 불필요한 자기문화 비하도 버리고, 우리의 원초적 문화현상을 끌어내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므로, 제주문화의 미래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노인과 청소년들이 유형무형의 문화, 문자문화와 비 문자문화에 손쉽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합니다. 돌도 바람도 우리와 함께 어우러지고, 설문대할망도, 자청비도, 허웅아기도, 남선비도, 우리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일들을 제주문화원은 추진해가려합니다.
현세의 제주인과 내세의 제주인들이, 아름다운 제주문화의 향기 속에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모두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