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고사리 꺾는 철이 왔다. 우리는 남들처럼 고사리 꺾으러 들판을 헤메지 않는다. 마당에서 1년 먹을 고사리를 꺾는다. 우리 집은 부엌이 따로 있는데 밥 먹으러 갈려면 50미터 넘게 가야한다. 그러니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옆지기를 찾으려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무리 마당을 뒤져봐도 보이질 않는다. 할 수 없이 아깝지만 전화를 한다. 옆지기는 고사리철마다 실종신고가 있는 것을 의식했는지 휴대폰은 꼭 들고 다닌다. “응, 고사리 꺾으멘! 무사?” 아침 출근에 여유가 있어 고사리를 캐러 님 찾아갔다. 한가로이 고사리를 꺾고 있는 님을 발견한다. 나는 나만이 알고 있는 장소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오메...고사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지 수드락이다. 님이 오시기전에 부지런히 꺾었다. 짧은 시간에 나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금방 손이 모자란다. 꺾으고 돌아서면 그 자리에 또 있다. 발을 움직이기가 두렵다. 밟을까봐.... 허리가 아파도 허리를 펼 수 가 없다. 젊은 시절 생생하면서도 아쉬운 꿈을 자주 꾼 적이 있다. 동전이 수북하게 쌓여서 마구마구 줍는다. 누가 볼세라... 그러다가 500원짜리 동전만 골라 줍는다. 그것도 기존의 동전보다 무지무지 크다. 그 와중에도 유난히 큰 동전은 가짜라고 줍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면 너무너무 아쉽다. 나만의 고사리 밭에서는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꺾어도 꺾어도 끝이 없다. 그러다가 고사리를 가만히 지켜봤다. 어라? 이놈들이 자라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더 커서 싹을 띄우기 전에 잽싸게 꺾는다. 마치 옛날, 저녁 아이들을 위한 라디오프로그램 중에 마라치와 아라치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악의 화신 파란해골 13호를 격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햇빛이 비치는 순간, 찰나에 피어나는 꽃을 꺾는 일이다. 그 순간을 놓치면 그 꽃은 사라지고 만다. 내가 전생에 태권 소년 마라치의 롤 모델 이였는지도 모르겠다. 순간순간 피어나는 고사리를 잘도 꺾는다. 잎이 나기전에... 확~~~~ 고사리를 꺾으면서 별의별 상상이 떠오른다. 행사장에 가면 가끔 보이는 백원짜리 동전 놓고 즐기는 두더지게임을 아시는가? 뿅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면 “아이고 아파, 왜 때려”하며 쏙들어갔다가 옆에서 불쑥 뛰어 나온다. 고사리들이 두더지 같다. 여기서 불쑥 저기서 불쑥....공짜로 두더지게임을 즐긴다. 이건 결코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정말현실..... 오늘따라 소리를 지를 수 가 없다. 남들에게 나만의 보물섬의 들키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만병통치라고 하는 `오일~~~`를 한다. 매일매일 입속에 동백기름 한 숫가락을 20분 동안 물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리를 지를 수 가 없다. 여러분들 모두모두 누구든지 와보세요~~ 정말인지 아닌지...... 우리 집 고사리는 아침에만 불쑥불쑥 올라오고 낮에는 잘 보이질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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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살림 원문보기 글쓴이: 졸졸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