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월 제210차 산행] ☆ 강원도 정선 두위봉(1,466m) [2]
* 2020년 05월 17일 (일요일) *
* [산행 코스] ☞ 두위산 단곡계곡 주차장(정선군 산동면 방제리)→ 갈림길→ 야생화 천지→ 철쭉군락지→ 두위봉 정상→ 삼거리 갈림길→ 천 년 주목→ 도사곡 자연휴양림(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 [점심식사 후 오후의 산행] — 두위봉-백운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
오후 1시 30분, 식사 후 두위봉 정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오후의 산행을 시작했다. 능선을 따라 백운산 방향으로 가는 두위지맥의 산길이다. 주능선에는 거대한 산봉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식사 후 걷는 발걸음은 무겁다.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르는 길, 팍팍하다. 그렇게 진땀을 흘리고 올라서면 다시 가파르게 쏟아지는 길목이 이어진다. 얼마간의 평지가 이어지다가 다시 사야에 다가오는 거대한 산체, 장중한 강원도의 무게가 느껴지는 산길이다. 민둥산역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고 나아간다. 종아리가 아프고 허벅지가 뻑뻑하더니 순간 경련이 오기도 했다. 그렇게 몇 개의 산봉을 오르내렸다.
민둥산역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 [삼각점이 있는 정상을 찍고] — 아직고 앙상한 고원의 나무, 길목의 들꽃
오후 2시 35분, 삼각점이 있는 정상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산봉을 따라 어기차게 나아갔다. 지나온 길목에는 막 자라 올라온 풀들이 소복소복 파릇파릇한데, 그 중에 연보랏빛 얼레지꽃은 날렵하고 우아한 자태로 귀족과 같은 품위를 보여주고 있었다. 1400고지 능선의 나무들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앙상한 나목 사이에 간간이 진분홍 진달래가 성글게 피어있다. 그 키 작은 나무들 사이에 간간이 주목이 군계일학처럼 검푸르게 솟아있다.
청아한 얼레지꽃 - 날렵하고 우아한 자태
이제 막 봄기운이 무르익는 두위지맥 능선 길
지천으로 피어있는 피나물꽃
* [삼거리 이정표] — 능선에서 도사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오후 2시 45분, 도사곡 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이정표)에 이르렀다. 두위봉 정상에서 2km 지나온 지점이다. 사북의 도사곡 휴양림(3.6km) 주차장은 우리가 하산하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는 두위봉-백운산-만항재로 이어지는 두위지맥 주 능선에서 본격적인 하산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후미를 기다리며 더운 몸을 식혔다. 따사로운 오월의 태양이 남중을 지나 서쪽 하늘로 기울기 시작하고, 능선을 넘어가는 바람결이 맑고 시원했다. 이곳 삼거리에서 도사곡 방향으로 0.2km 내려가면 완만한 경사의 산록에 장대한 주목(朱木)의 군락지가 있다.
* [귀목(貴木)] — 정선(旌善) 두위봉(斗圍峰)의 주목(朱木) 세 그루 (천연기념물 제433호)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산 160-3. 두위봉 고지에 있는 이 주목(朱木)들은 수령이 약 1,400년 정도 되는 노거수(老巨樹)로서, 한국(남한)에서는 가장 장수(長壽)하고 있는 나무이다. 두위봉(1,466m)의 해발 1,340m 되는 북사면 능선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데, 세 그루가 3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경사지에 서 있다. 두위봉은 대표적인 철쭉산으로서 매년 6월 철쭉 축제가 열리는데, 「정선아리랑」에 나오는 ‘두리봉’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에서는 주목(朱木)의 붉은 나무껍질이 악귀를 쫒는다는 주술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 주목들은 2002년 6월 29일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되었다.
주목(朱木)은 나자식물 중에서 주목목 주목과에 속하며, 학명은 ‘Taxus cuspidata Sieb. et Zucc.’이다. 대부분 암수 딴 몸이지만, 암수 한 몸도 간혹 있다. 주목(朱木)은 나무껍질이 붉은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세계적으로 8종 40품종이 알려져 있는데, 동아시아, 북아프리카, 유럽, 북미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목과 유사한 것에는 잎이 약간 넓은 회솔나무와 원줄기가 땅에서 기는 눈주목과 설악눈주목이 있다. 빨간 색의 앙증맞은 육질의 열매를 가을에 생산한다. 은행나무처럼 원시적인 식물 중의 하나로써 생물진화과정에서 초기에 나타났다. 고산성 수종으로써 높은 산의 북향과 같은 한랭한 기후를 좋아한다. 자연 분포지는 설악산·태백산·오대산·소백산·덕유산·한라산이다.
이곳의 주목 세 그루 중, 가장 큰 나무는 ‘중간’에 위치한 나무로서 키가 17m, 밑동 둘레 5.85m, 가슴높이 둘레 4.36m, 직경 1.39m에 달하여 한국 주목(朱木) 중에서 가장 큰 나무이다. 비교적 곧추서서 자라고 있는데, 수간이 약간 나선상으로 뒤틀려 있으며, 수형이 매우 아름답다. 주목은 워낙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서 키나 굵기가 다른 수종보다 작은 편이다.
1990년 후반에 산림청 동부지방산림관리청이 두위봉에서 이 거대한 ‘주목(朱木) 세 그루’를 발견하였으며, 임업연구원의 전문가들이 나이테를 토대로 하여 조사한 결과 경사지 아래서부터 위쪽으로 1,100년, 1,400년, 1,200년으로 추정하였다. 이 나무들은 국내의 어느 나무들보다 나이가 가장 많으며, 전설적으로 알려진 노거수 용문사 은행나무(수령 1,100년)의 나이보다 더 오래되었다. 이 나무들이 지금까지 베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우선 국유림 내에서 자라고 있으며,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강원도 산속 높은 곳에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충청북도 단양의 소백산 정상에 있는 주목군락(천연기념물 제244호)은 200년∼500년생의 1천여 그루로 이루어져 있다.
이 나무들은 한국에서 가장 수령이 많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잘 보존하여 학술적인 면에서 더욱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 [천 년 주목을 우러러며] — 세월을 뛰어넘은 고고하고 장엄한 자태
우리 대원들은 거대한 세 그루의 주목 주위를 맴돌며 우러러보기도 하고 안아 보기도 하고 주목에 안겨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아, 과연 천 년을 어떻게 가늠하겠는가. 우리 인간이 기껏 살아보아야 100년도 안 되는데, 척박하고 추운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오직 한 자리에서 천 년의 세월 동안 하늘을 받들어 생명을 이어온, 그 고고하고 완강한 자태에 경외감(敬畏感)을 감출 수 없었다. 민창우 대장이 말하기를,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이라면 신라의 김유신 장군(595년 ~ 673년)과 백제의 계백 장군(? ~ 660년)이 생존했던 시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두 영웅의 연대를 살펴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해 나가는 그 때가 바로 1,400년 전이다!
1,400년 우리나라 최고령 주목
아, 쳔 년하고도 사백 년의 세월! - 이렇게 속을 비웠다!
* [통나무로 만든 계단길] — 오월의 햇살, 청정한 신록
두위봉 산 능선 위에 높이 솟아있는 오후의 해가 주목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장대하고 우람한 주목(朱木)의 주위를 서성이다가 몇 번이고 돌아보며 머뭇거렸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서 사북읍 도사곡 주차장까지는 4km는 더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 통나무로 만든 계단이 가파르게 아래로 쏟아진다. 오월의 햇살이 화사하다. 맑은 기운이 천지에 충만한 숲길이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올수록, 새로 피어난 연둣빛 신록이 넘실거린다. 맑고 순결한 자태가 곱다.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이 역광으로 스며들어 그 엽록은 청정하기 그지없다. 발아래 길목에는 꽃잎이 앙증맞은 양지꽃, 노란 피나물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고사리 손으로 올라온 관중이 그 특유의 방사형으로 곧은 가지를 뽑아 올린다.
* [팍팍하게 이어지는 돌게단 길] — 석간수 한 모금, 생기를 얻다
오후 3시 20분, 제2샘터에 이르렀다. 바위 속에서 솟아나는 석간수, 한 바가지 떠서 마신다. 차고 맑은 정기가 온몸에 들어와 더운 기운을 씻어 내린다. 산 속의 맑은 공기가 천기(天氣)라면, 땅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지기(地氣)에 해당한다. 우리의 생명은 천기로서 우주를 호흡하고, 물의 생기로 몸의 생명이 유지된다. 가파른 산길을 걸으면 대지의 기운이 다리를 타고 우리의 몸을 굳세게 한다. 샘터에서부터는 팍팍한 돌계단이 이어진다. 산의 무게가 실린 무거운 몸에 돌밭이나 너덜 길은, 무거운 다리에 엄청난 아픔을 준다. 그렇게 내려가는 길, 제1샘터에 이르렀다. 너덜계곡의 돌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다. 다시 한 모금, 물맛을 보고 내려간다. 그리고 길고 팍팍한 돌계단이 이어진다. 열나게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무성한 신록이 역광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샘터 1
도사곡 계곡 상류의 청정수
돌밭길
*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임도] — 울창한 수림, 도사곡 자연휴양림을 지나 하산
돌계단이 끝나고 임도가 시작되었다. 장대한 나무들이 즐비한 길을 따라 내려온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었다. 오후 4시 10분, 도사곡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정갈하게 단장한 경내는 여기저기 숲속에 말쑥한 집들을 지어놓았다. 내려가는 길은 아스팔트, 계곡을 따라 꽃과 나무를 심어 깔끔하게 조경을 해놓았다. 휴양시설을 이용하는 차량만이 통행을 하므로, 우리는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까지는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오후 4시 30분, 하산을 완료했다.
* [에필로그] — 거대한 산체를 지닌 두위봉, 천 년 주목이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두위봉은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첩첩 산 중의 하나로 거대한 산세를 지니고 있다. 오늘의 산행은 신동읍 방제리 단곡계곡에서 시작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고원의 산록에는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신생의 고운 봄을 구가하고 있었다. 사방이 열린 두위봉 정상에 오르니 오월의 훈풍(薰風)이 가슴을 열어젖힌다. 오월의 맑은 햇살을 받으며 주 능선을 타고 산봉을 오르내리다가 삼거리 갈림길에서 하산을 했다. 해발 고도 1,000m, 거기 천 년 노거수 세 그루의 주목이 하늘을 지키고 있었다. 도사곡 자연휴양림을 경유하여 사북읍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산(山)은 무거웠다. 백두대간은 장대한 파노라마, 강원도의 힘이다. 오늘도 시작은 완곡하지만, 거대한 산체를 안고 오르고, 정상에 올라 천하의 산세를 품에 안았다. 이어지는 능선에서는 파도를 타듯이 오르내리는 고행을 했다. 그리고 길고 험한 하산 길에서는 거대한 산을 등에 지고 내려왔다. 산의 무게가 나의 온몸에 실려 있으니 몸은 그냥 천 근이 되었다. 은은한 피로감이 전신을 휘감는다. 그러나 순결한 신록의 숲 속에서 흘린 땀방울만큼 영혼이 맑아진 느낌이다. 특히 오늘은 천 년 주목(朱木)의 위용을 우러러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敬畏感)으로 숙연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와 마주한다는 것, 그것은 경이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산은 늘 거기 있고, 그 산에는 천 년 노거수가 하늘을 받들고 있다. 아, 인간의 생명(生命)이란, 길지 않은 한 시대를 살면서 갖가지 욕망과 감정의 파도를 타고 출렁이면서, 늘 영원(永遠)을 꿈꾸다가 생애를 마감한다. 정작 사랑할 날이 많지 않는 인생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