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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깔라빠의 흐름(kalāpa-santati)
이와 같이 재생연결의 [찰나]부터 업에서 생긴 물질과, 마음의 두 번째 [찰나]부터 마음에서 생긴 물질과, [재생연결식의] 머무는 단계부터 온도에서 생긴 물질과, 영양소가 보급될 때부터 음식에서 생긴 물질이 [생기나니], 이 네 가지 요인에서 생긴 깔라빠의 흐름이 마치 등불이나 혹은 강의 흐름처럼 욕계에서 수명이 다하는 찰나까지 끊임없이 일어난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2권 pp.86~87, 초기불전연구원(2020)
그러니 한 존재의 물질은 매 아찰나 새 깔라빠가 생겨나고, 기존 깔라빠들은 각자의 51아찰나(생김 1아찰나, 머묾 49아찰나, 소멸 1아찰나 = 총 17심찰나)의 서로 다른 지점에서 '겹쳐 흐르는 구조'다. 업생물질을 예로 들면 재생연결식의 '일어남' 아찰나에 생긴 물질들이 아직 머무는 동안, 바로 다음인 재생연결식의 머묾 아찰나에도 새로운 업생물질들이 생긴다. 첫 물질이 모두 소멸하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물질이 생기는 교대 방식이 아니다.
성장과 상속은 모두 물질의 생겨남jāti, 곧 각 깔라빠가 일어나는 '생김 아찰나'를 가리킨다. 아비담맛타 상가하의 복주서 『위바위니』 에서는 물질의 생겨남이 재생연결부터 눈·귀·코·혀의 십원소가 갖춰질 때까지 물질이 불어나는 국면에 속하면 성장upacaya, 같은 물질의 일어남이 그 이후 끊김 없이 이어지는 국면에 속하면 상속santati이라 부른다. 이는 최초 발생부터 그 생의 존재가 얻을 물질들이 갖추어지는 과정까지를 성장으로 묶고, 그 이후 갖추어놓은 물질들의 계속되는 발생을 상속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둘은 모두 각 물질이 일어나는 순간인 '생겨남의 물질jāti-rūpa'을 가리키는 이름일 뿐이다. 다만 그 생김이 물질의 흐름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구별하여 이름을 붙인다. 즉, 상속도 ‘새로 생김’이지 ‘이미 생긴 것의 머묾’이 아니다. 이미 생긴 한 물질이 계속 머무는 것을 상속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다.
28가지 물질의 분류에서 성장과 상속 두 항목으로 말할 때에는, 성장upacaya에 최초의 시작인 ācaya도 포함된다.
"재생연결식과 함께 여섯 감각장소가 생긴다"는 것은 태생에게는 맞지 않다. 논장 『까타왓투』 의 주석서는 태생의 재생연결 순간에는 마노와 몸의 감각장소가 생기고, 눈·귀·코·혀의 감각장소는 나중에 생긴다고 설명한다. 『위바위니』는 재생연결부터 눈 등의 십원소가 출현하기까지의 물질 발생을 성장upacaya으로 설명한다. 반면 기능을 모두 갖추고 화생하는 존재는 재생연결 순간에 일곱 가지 십원소가 함께 생긴다. 그들에게는 성장upacaya 구간이 사실상 재생연결 순간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보면 인용한 청정도론의 "물질들이 처음으로 생기는 것을 시작(ācaya)이라 하며 이에 덧붙여 다른 물질들이 생기는데 그들의 생김을 생성(upacaya)이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증장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23-1. ...그러나 재생연결 때에 습생과 화생에서 수승한 경우에는 눈, 귀, 코, 혀, 몸, 성, 토대의 십원소라 불리는 7가지 십원소를 얻는다. 그러나 저열한 경우 어떤 때에는 눈, 귀, 코, 성의 십원소는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들로써 깔라빠의 결핍을 알아야 한다.
23-2. 태중에 있는 중생들의 경우 [재생연결 때에] 몸, 성, 토대의 십원소라 불리는 세 가지 십원소가 나타난다. 어떤 경우에는 성의 십원소를 얻지 못한다. 그다음에 삶의 과정에서 서서히 눈의 십원소 등이 나타난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2권 pp.85~86, 초기불전연구원(2020)
이어지는 인용 문장에서 상속santati이 '붙들어 매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원어는 anuppabandha(anu 뒤따라 + pa 앞으로 + √bandh 묶다), 곧 '뒤이어 잇달아 묶음'이다. 따라서 anuppabandha는 ‘잇달아 이어짐’을 뜻한다. 따라서 이 구절은 ‘잇달아 이어지는 양상ākāra으로 나타나기 때문에’라고 풀이할 수 있다. '붙들어 맨다'는 물질을 한자리에 고정해 머물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각 깔라빠는 여전히 17심찰나 만에 멸하기 때문이다. 멸해 가는 것들 뒤에 새것이 곧바로 이어 묶여 흐름에 틈이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웅덩이에 물이 가득 찬 뒤 넘쳐 흘러가는 때에는 수위는 더 오르지 않지만 물길은 끊기지 않는 상태인 것과 같다. saṃ(함께)+√tan(늘이다)이라는 santati의 어원과도 맞다. 따라서 필자는 이 부분의 한글 번역은 '붙들어 매는 형태'보다 '잇달아 이어지는 양상'이 뜻을 더 잘 드러낸다고 본다.
앞서 생긴 물질들에 이어 또 다른 물질들이 거듭 생겨나므로, 물질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양상을 '상속santati'이라고 한다. 참고로 바로 이 끊김 없는 이어짐 때문에 물질이 지속하는 몸으로 보인다. 일어나고 사라짐에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무상의 특상이 상속에 덮여 드러나지 않는다. 위빳사나에서 보는 것은 '상속'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구체적 물질의 일어나고 사라짐이다. 특징의 물질lakkhaṇa-rūpa에서 '상속·쇠퇴함·무상함'은 실재하는 물질의 '일어남·머묾·사라짐'일 뿐이다.
(3) 쇠퇴함(jaratā): '쇠퇴함'으로 옮긴 jaratā는 √jṝ(to become old)에서 파생된 '늙음'을 뜻하는 jarā에다 추상명사형 어미 '-tā'를 첨가하여 만든 추상명사이다. '늙어감, 늙음, 낡음, 쇠퇴' 등의 뜻이 있다. 여기서는 물질 일반에 다 적용되는 말이므로 쇠퇴함이라고 옮겼다.
[청정도론 XIV]: "68. 쇠퇴함(jaratā)의 특징은 물질의 성숙이다. 그것의 역할은 [종말로] 인도하는 것이다. 마치 묵은쌀처럼 비록 본성을 잃지는 않았지만 새로움(싱싱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의 가까운 원인은 성숙되어가는 물질이다. 부러진 치아 등으로 치아의 변화를 발견하기 때문에 이것은 '분명한(pākaṭa) 쇠퇴'에 관해서 말한 것이다. 정신의 쇠퇴는 '가려진(paṭicchanna) 쇠퇴'라 한다. 그것에는 변화가 드러나지 않는다. 흙과 물과 바위, 달, 태양 등의 쇠퇴는 '간단없는(avīci) 쇠퇴'라 한다."
(4) 무상함(aniccatā): 이 용어는 무상을 뜻하는 anicca에다 추상명사형 어미 '-tā'를 붙여서 만든 단어이다.
[청정도론 XIV]: "69. 물질의 무상함(aniccatā)의 특징은 완전히 무너짐이다. 그것의 역할은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무너짐과 사라짐으로 나타난다. 그것의 가까운 원인은 무너지고 있는 물질이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2권 pp.56~57, 초기불전연구원(2020)
분명한pākaṭa 쇠퇴와 가려진paṭicchanna 쇠퇴를 말할 때 '변화'는 쇠퇴함 자체가 아니라 쇠퇴가 남긴 변화의 흔적을 말한다. 치아의 파손처럼 물질의 쇠퇴를 알아볼 수 있는 변화의 징후가 감각에 드러나는 경우를 ‘분명한 쇠퇴’라고 한다. 정신에는 이와 같은 징후가 없으므로 그 쇠퇴를 ‘가려진 쇠퇴’라고 한다. 같은 물질이라도 흙·물·바위·달·해 등의 쇠퇴는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아 따로 '간단없는 쇠퇴'라 한다. 쇠퇴함jaratā이라는 특징의 물질은 미세한 물질이기 때문에 마음 문으로만 알려진다. 그러니 여기서 '분명하다'는 다르게 말하면 "흔적이 감각에 잡혀서 쇠퇴를 알아보기 쉽다"는 뜻이다.
'간단없는(avīci) 쇠퇴'에서 avīci의 어원은 a-(부정) + vīci(간격, 틈)이다. 간단(間斷)은 '사이(間)가 끊김(斷)'의 뜻이다. 그래서 '아위찌'와 '간단없다'는 모두 '틈 없다'는 뜻이다. 즉 '간단없는 쇠퇴'는 풀어서 '틈 없는 쇠퇴'와 같은 말이다. 여기서 ‘간격’은 평소의 의미와는 달리 ‘상태 사이에 구별되는 간극·차이’로 읽히기 때문에, 이 문맥에서 avīci는 새로웠던 상태와 비교하여 쇠퇴의 차이가 뚜렷하게 식별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곧 ‘새로운 상태와의 차이를 알기 어려운 쇠퇴’이다. 예를 들어, 꽃이나 사람의 생애에서는 “싱싱하던 꽃이 시들었네”, “젊었을 때와 달리 늙었네”처럼 전후의 차이를 알아보기 쉽다. 반면 보석 등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쇠퇴의 차이를 알아보기 어렵다. 이때 '구별되어 드러나는 차이가 있는 쇠퇴'와 '그 차이가 잘 드러나지 않는 쇠퇴'가 대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 면에서는 이 대목을 이해하기 위한 풀이로는 ‘간단없는 쇠퇴’를 ‘새로웠을 때와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쇠퇴’라고 풀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avīci는 끊김 없는 고통을 당하는 지옥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는 무간지옥, '아위찌'라는 소리를 음차한 아비지옥이 같은 지옥을 뜻하는 말이다. 불길 사이에 틈이 없어 타고있지 않은 빈 공간이 없고, 지옥 내부가 중생들로 빈틈없이 가득 차 고통받는 중생들 사이에도 빈틈이 없고(물론 각 중생들은 서로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서로간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그 고통에도 틈이 없기 때문에 avīci라고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 쉴 틈이 없다. 다만 지옥의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그 지옥의 삶과 고통을 초래한 악업의 과보가 다할 때까지만 지속된다. '무간'은 고통 사이에 쉴 틈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지, 그 과보가 끝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정리하면, 구체적 물질의 생주멸 세 국면은 네 가지 특징의 물질과 다음과 같이 대응된다.
물질의 네 가지 특성 식별하기
여러분이 임신될 때와 자궁에서 태아로 발육될 때 있는 물질을 식별할 수 있을 때만, 물질의 우빠짜야(upacaya, 성장)를 식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산따띠(santati, 상속), 자라따(jaratā, 늙음), 아닛짜따(aniccatā, 무상성)는 여섯 감각토대와 몸 42부분의 구체적 물질이 단지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먼저 개별적 루빠 깔라빠를 식별하고 그것이 여덟, 아홉, 열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분석합니다. 그다음 한 깔라빠에 있는 모든 구체적 물질이 함께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는 것을 보도록 하십시오. 그 후에 여섯 감각토대와 몸 42부분에 있는 모든 구체적 물질들이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는 것을 한꺼번에 식별합니다. 루빠 깔라빠들이 모두 동시에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 파욱 또야 사야도 법문, 담마다야다 빅쿠 옮김, 『냐나닷사나 - 앎과 봄』 pp.197~198, 세나니승원(2021)
왜 임신될 때와 자궁에서 태아로 발육될 때 물질을 식별할 때만, 물질의 우빠짜야upacaya, '성장'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걸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upacaya는 재생연결부터 눈·귀 등의 감각기능이 처음 갖추어지는 과정까지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우빠짜야는 감각기반이 처음 갖추어지는 국면의 생김을 말한다. 이렇듯 수태부터 감각기능이 완비되기까지는 upacaya, 완비된 이후는 santati 두 시기로 나누어 생김jāti을 말한다. 따라서 현재 몸의 물질이 생멸하는 것만 관찰했다면, 이 생의 물질적 기반이 처음 성립해 가는 국면을 관찰한 것이 아니다. 그 국면의 우빠짜야를 식별하려면 수태와 태아 발육 당시의 물질도 식별해야 한다. 한 생의 초기 형성과 그 이후의 지속이라는 큰 국면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셈이다.
"산따띠(santati, 상속), 자라따(jaratā, 늙음), 아닛짜따(aniccatā, 무상성)는 여섯 감각토대와 몸 42부분의 구체적 물질이 단지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는 것“이라는 문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한 생의 초기 형성 국면이 지난 후 새로운 물질이 거듭 발생하여 물질의 상속이 이어지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다.
다음으로 인용문의 “루빠 깔라빠들이 모두 동시에 일어나고 머물고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일치하지는 않습니다“는 물질 깔라빠들이 항시 여러 세대가 겹쳐 생멸한다는 뜻이다. 한 깔라빠 안의 구체적 물질들은 함께 발생하고 함께 소멸하지만, 서로 다른 깔라빠들까지 모두 같은 시점에 발생하고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업생색은 업이 물질을 계속 생산하는 구간에 있는 한, 마음의 생·주·멸 각 아찰나마다 새로 발생한다. A, B, C 깔라빠가 1아찰나 간격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A가 아직 머물고 있는 동안 B가 생기고, A와 B가 머물고 있는 동안 C가 생긴다. 또 51번째 아찰나에는 A는 멸 단계에 있지만 B와 C는 아직 주 단계에 있다. 즉 A가 17심찰나를 다 살고 소멸한 다음에야 B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각각 51아찰나의 수명을 가진 물질들이, 발생 시점을 달리하면서 겹쳐 존속한다.
다만 모든 종류의 깔라빠가 업생색처럼 매 아찰나마다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심생색은 그것을 생산하는 마음의 생찰나에서만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은 발생 주기가 서로 다르다는 점 자체가 아니라, 몸 전체의 깔라빠들이 하나의 공통된 생·주·멸 시점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행에서 '한꺼번에 식별'할 때도 전체를 함께 관찰하지만 대상들이 동시에 생멸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체를 한꺼번에 보되 그 안에서 깔라빠마다 국면은 엇갈려 있게 된다. 어떤 깔라빠는 생기고, 어떤 것은 머물며, 어떤 것은 사라지는 식으로 진행 단계가 서로 어긋나 있다.
§5. 28가지 물질
이와 같이 11가지로 구분되는 물질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서 28가지 물질이 된다. 어떻게?
근본물질, 감성, 대상, 성, 심장, 생명, 음식 - 이것이 18가지 구체적 물질이다.
한정하는 [허공의 요소], 암시, 변화, 특징 - 이것은 10가지 추상적 물질이다.
이렇게 하여 모두 28가지이다.
여기서 이것이 물질의 열거이다.
- 대림스님·각묵스님 옮김, 『아비담마 길라잡이』 제2권 pp.58~59, 초기불전연구원(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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