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이가 응시한 미국대학으로부터 인터뷰요청을 받았습니다.
미국대학으로 인터뷰보러 가는 대신 그 대학 출신이면서 현재University of
Toronto 대학의 교수가 입학 인터뷰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떨리는
날입니다.하여 날이 날인만큼 저희집 식구 총 출동하였답니다. 토론토 대학은
토론토 제일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시설도 만만치 않고 건물도 많아서
학교 건물을 잘 알고 있는 세원이의 길잡이 안내를 받으며 약속장소를 찾아
가고 있습니다.
Harthous라는 건물 1층 Porter's Entrance로 4시까지 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학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넘었네요.
다행이 날씨가 화장하여 좋았지만 꽤 쌀쌀합니다. 가는 차안에서 예은이게
떨리지 않냐고 물었더니 별로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왜 마음이
평온할까요? 저도 떨리는데... 혼자서 마인트 컨트롤을 잘 하는 것보니
신통합니다.
여기가 Harthous정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작년 University of Toronto 학교
투어할때 상엽이와 광희와 같이 들어와본 건물이더군요.
세원이가 여기가 Porter's entrance라고 알려주었는데 팻말이 없으니
웬지 마음이 안놓여서 안내원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혹시 저 문을 확 열면서 점잖은 노 교수가 들어올까 아니면 아주 젊은 면접관이
올까? 저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오기만 하면 가슴이 콩닥 콩닥 뛰더군요
'하바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에서의 무서운 킹스필드교수가 " 하트군!"하면서
학생에게 돈빚을 독촉하듯 공부한 것을 보여달라고 재촉하면서 확 튀어나올 것
같기도했습니다.
예은이도 초조한듯 건물 여기 저기를 서성이고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휴게실같은 곳에 앉아서 예은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지역의 동문을 이용해서 입학자 면접을 한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이 또한 미국의 실용정신을 엿볼수 있네요. 면접관이 오던지 학생이 학교로 찾아
가든지 어쨌든 서로 만나려면 시간과 경비를 무시할 수 없는데 지역 동문을
이용해서 면접을 하니 서로 편리하네요. 또한 이런 식의 면접을 학교 안에서의
면접과 마찬가지로 신뢰를 한다니 그 또한 그런 학교 풍토가 부러웠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이렇게 두사람만 학교 바깥에서 만나서 그것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나 면접한다고 하면 찬반여론이 많이 일겠지요.
드디어 4시가 가까워오니 예은이가 다시 초조해서 복도를 서성입니다. 4시
3분전쯤 되니 카키색의 두꺼운 바바리 코트를 입은 중년의 남자교수님이
예은이를 찾더군요.
얼결에 예은이 곁에 서 있던 저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에게 예은이 엄마냐고
물어보더군요. 가디언이라고 했더니 인텨뷰를 하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계단
오른쪽 맨 윗쪽에 가방을 들고가는 뒤모습이 면접관입니다.
뒤를 살짝 따라가보니 바로 저 계단 위를 돌아 빈 테이블에 마주 앉아 면접을
보고 있더군요. 계단 난간에 바짝붙어 면접 내용을 좀 들으려고 했으나 더
가까이 접근하면 예은이가 저를 보고 혹시 더 당황할까봐 그냥 내려왔습니다.
면접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되었습니다. 예은이가 면접보고 나와서 면접 내용을
이야기해주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면접관은 오기 전에 예은이의 서류를 아주
정밀하게 검사하고 면접에 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질문은 평이한것에 부터
난해한것까지 아주 골고루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저 가디언의 아이들은 몇명이고
어느학교에 다니며 무엇을 전공하는지도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한시간 면접동안
예은이는 자기의 모든 것에 관해 아주 자세히 질문당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면접은 자신이 얼마나 그 학교에 입학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격을 갖추
었는지 거기에 촛점을 맞추어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면접관는 예은이가
자신의 강점을 조금 내색하려고하면 일단 말을 슬쩍 자르는 느낌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대신 면접관이 묻는 질문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은이가 얼마나 전공에
대한 지식 기반을 갖춘아이인지, 그리고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그 전공 공부를
하려고 평소에 나름 열심히 관련 서적과 언론 매체에 귀를 기울였냐를 물어보
았던 것 같습니다.
일부의 질문은 예은이가 학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비숫하게 물어주어서
자신있게 대답하였고 특이한 것은 동양인으로서 동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 중국, 북한에 대해 아주 심도있는
대답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인재라하더라도 자신의
인종 배경이 되는 아시아를 대표하거나 아니면 미국을 대표해서 아시아와
예은이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잘 반영하여 면접의 질문을 구성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아이들의 지식은 다양하고 넓습니다. 우리는 서양 학생에 대해 세계사를 좀더
방대하게 배우고 상식도 훨씬 높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미의 대학측은 다양하게
많이 아는 아이보다는 자신의 전공에 대해 좀더 심도있게 파고들어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찾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학생들의 글쓰기가 서양아이들에 비해 너무 추상적이고 언급하는 주제가 넓다고
자주 비판을 받습니다. 우리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 비해 세계속의 위인전도 더 많이
알고 있고 상식도 더 많습니다. 세게사를 배워도 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두 훑어 두루 두루 주마간산식으로 배우지만 북미에서는 한 시대의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게 하고 비판적으로 역사를 통찰해보라고 가르치는 점이 면접관의 질문과
상응하는 바가 있다고 느꼈졌습니다.예를 들면 한국역사를 배울때 우리는 을사 조약이
언제 일어나고 그 당시 사회전반의 현실은 어떠했으며 그 사건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있는지 달달 외웠지만 북미에서 똑 같은 사건을 다룬다면 을사조약을 맺을때
너가 만약 조약체결을 하는 당사자였다면 그 조약에 대해 어떤 찬 반대의 입장를 가졌을것이고
또한 을사조약을 어떤 조건으로 수정해서 합의에 이르도록 했을 것이며 그것이 현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인지에 대한 토론 수업을 한다던가 에세이를 써오라고 합니다. 역사적
사건의 의미만 알지말고 이를 비판적으로 다루어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면접관은 자신의 전공에 관해 적어도 한가지 주제에 대해 10분이상 혼자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깊이있는 지식과 비판적 사고의 소유자를 찾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세게적인 경제 불안의 시기에 학비는 어떻게 조달 할 것인지도 물어보았다고 하니
정말 두루 두루 샅사치 살펴보고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은이의 이런 경험이 같은 길을
걸어갈 상헌이와 하은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으며 예은이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첫댓글 예은이 일생일대 가장 큰일을 해낸거 같아 기특할 따름입니다. 캐나다에서 큰 시험을 치를 때마다 항상 동행해주시고 자상하게 챙겨주시는 소피님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가 수고한 보람이 있기를 바랍니다. *^^*
많은 시험과 서류작업을 혼자서 잘 감당해내었으니 이제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기다리는 마음이 초초하나 그래도 발을 동동거리며 바쁘게 준비하던 것보다는 보기가 덜 안스럽네요. 이제 몇달 안남은 12학년을 잘 정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