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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고갱 그리고 옐로하우스ㅣ아를에서 보낸 60일마틴 게이포드 지음 ; 김민아 옮김 ; 인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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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해가 뜰 때까지 카페 드 라 가르에 있었다. 날이 밝자 그는 노란색 벽과 녹색의 목조로 된 라마르틴 2번지로 갔다. 그가 문을 두드리자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가 문을 열였다.
이 사건은 빈센트의 삶에 있어 가장 고무적이고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여섯 달 전쯤 '옐로하우스'를 임대하면서 그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집에 혼자 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함께 살 동료를 간절히 원했다. 가장 이상적인 동료로 고갱이 가장 먼저 후보에 올랐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빈센트는 자신의 집에 대해 설명하면서 '혹시 고갱이 남쪽으로 올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고갱이 아를로 떠난 것을 안 이후로 빈센트는 고갱이 아를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속이 탔다. 고갱이 브르타뉴에 비해 아를이 별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던 것이다. 북쪽 지방과는 달리 이곳의 풍경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빈센트와 함께 머무는 대신 화를 내거나 조롱하며 떠나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빈센트의 긴장과 걱정이 극에 달했을 무렵 고갱이 그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진정 그가 왔던 것이다.
고갱이 도착하기 전, 빈센트는 서로의 초상화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39-40쪽)
고갱 자화상 [레미제라블]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
"강하고 볼품없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 고귀함과 부드러움을 감춘 장 발장과 같은 도둑의 얼굴. 발정기에 있는 동물들이 그렇듯 열정의 피가 얼굴을 감싸고 있으며, 눈은 풀무의 불처럼 빨갛다. 이는 우리 같은 화가들의 정신을 채우고 있는 용암과도 같은 영감을 나타내는 것이다" : 고갱의 편지 (42쪽)
고흐 [폴 고갱에게 바친 자화상] 하버드 포그 미술관 --------------------------------------------------------------
빈센트의 자화상은 더욱 해석하기 어려웠다. 그 자화상에서 빈센트는 녹색 배경에 머리와 어깨만 그렸는데, 머리와 턱수염을 유난히 짧게 자른 모습이었다. 그가 그린 자화상 중에서 이 그림이 가장 기묘했다. 고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영원한 부처를 모시는 단순한 승려의 모습을 나타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빈센트는 자신이 본질적으로 고요하고도 정숙한 명상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려내려 했다. 그는 절대자의 가르침 아래 살아가는 영적인 집단에 속해 있었다. (42-45쪽)
고흐 [해바라기] 런던 내셔널 갤러리 --------------------------------------------------------------
1888년 10월 23일에 대해 이야기할 것들은 많지만 고갱에게 있어 가장 놀라운 사건은 빈센트의 그림들이었다. 당시 고갱만큼 빈센트의 놀라운 업적을 이해할 만한 좋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도 없었고 고갱만큼 빈센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그 업적에 동화되거나 저항했던 사람도 없었다. (50쪽)
"나의 노란 방에는 해바라기들이 노란색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해바라기들은 노란 테이블 위의 노란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그림의 한 귀퉁이에는 화가의 서명인 '빈센트'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내 방의 노란색 커튼을 통해 들어왔던 노란 해는 방을 황금색으로 가득 채웠다. 아침에 침대에서 깰 때면 나는 이 모든 것에서 정말 좋은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 고갱의 회고 (52-54쪽)
고흐 [밤의 카페] 뉴헤이븐 예일대학교 미술관 ------------------------------------------------------------------------------
3일 밤 동안 그는 카페 드 라 가르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곳은 빈센트가 창녀들 또는 작은 테이블에서 코를 골며 졸고 있는 취객들 사이에서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생각하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면서 수많은 밤을 보냈던 곳이다. 빈센트에 의하면, 자신의 그림은 '인간의 진정할 열정을 표현하려' 했다. "나는 그 카페가 바로 한 인간이 자신을 망가 뜨릴 수도, 미칠 수도,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잇는 곳이라는 것을 표현하려 애써왔어." 빈센트는 이 [밤의 카페] 그림을 본 사람은 아마도 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알코올에 의한 지독한 섬망증 환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사실 그는 술을 지독하게 먹기도 했다. (58쪽)
고갱 [밤 카페] 모스크바 푸시킨 미술관 ------------------------------------------------------------------------------
고갱 역시 이 카페에 자주 갔다. [밤의 카페]를 현장에서 직접 그렸던 빈센트와 달리 고갱은 스케치와 기억과 상상에 의지해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에서 그의 시선은 빈센트와 달랐다. 빈센트가 이젤을 문 가까이 두고 장방형의 카페를 길게 내려다보았던 것과는 달리 고갱은 자신의 벽 앞에 놓인 대리석 상판의 탁자들 중 하나에 앚아 있는 것으로 상상했다. 탁자의 맞은편에는 마리 지누가 지난주 자신의 드로잉에서처럼 포즈를 취하과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러나 고갱이 그린 마리 지누는 빈센트가 생기 있게 그렸던 아를 여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고갱의 드로잉에서 그녀는 거의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입술을 더 찡그리고 눈은 옆으로 더욱 길게 하는 등 약간 수정을 한 그림에서는 뭔가 아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 앞에 놓인 테이블에는 소다수 병과 압생트 한 잔, 그리고 쓴 압생트와 함께 먹어야 하는 설탕이 접시에 놓여있다. 압생트는 하층의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술이었던 것이다.
배경에 두 명의 관능적인 여인, 룰랭, 멍청하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주아브 병사, 사실 이 그림은 잡다한 인물로 가득한 빈센트의 삶을 보여주는 한 장면과도 같았다.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은 관능적이라기보다 냉소적이었다. (166-168쪽)
고흐 [고흐의 의자] 런던 내셔널 갤러리 --------------------------------------------------------------
"최근에 그린 두 점의 습작이 가장 이상하다고 할 수 있어. 30사이즈의 캔버스에 그린 그림들인데, 하나는 빨간 타일 위에 노란 나무 의자를 그린거고, 다른 하나는 붉은 벽과 녹색 바닥에 놓인 고갱의 팔걸이의자를 그린 것으로 그 의자 위에는 두 권의 소설책과 초가 놓여 있어. 이 그림들은 얇은 캔버스에 두꺼운 임파스토로 그린 것이지."
그는 오랫동안 가구를 그리려 했다. 채소나 과일을 그리는 작업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래로 서양 미술의 전통이었지만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 의자를 그리는 것은 새로운 시도였다. (226쪽)
거의 한 달간의 조화로운 공동 생활이 끝나고 빈센트과 고갱 사이에 새로운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이에 고갱은 이 곳에 게속 머물러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테오에게 보낸 빈센트의 마지막 편지는 이를 암시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항상 고갱과 친구로 남아 게속 일을 하기를 원해. 그리고 만약 그가 열대 지방에 작업실을 만들게 된다면 참으로 좋을 거야. 하지만 아마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들 거야."
두 개의 의자 그림에는 더 많은 감정들이 숨겨져 있다. 즉 옐로하우스를 꾸미려는 빈센트의 아이디어와 감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것이었던 짚으로 된 의자는 빈센트가 옐로하우스에서 추구했던 성직자 같은 검소함을 드러내는 소박한 물건이었다. 물론 거칠고 소박한 것만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이것은 몽티셀리의 그림과 토기처럼 파리 사람들이 감상할 줄 몰라 잃어버렸던 '자연의 것'에 대한 좋은 예가 되었다. (227-229쪽)
고흐 [고갱의 의자]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
반면 고갱의 의자를 그린 그림은 주로 약한 곡선과 붉은색과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과 더욱 부드럽고 신비롭다. 빈센트의 의자를 그린 그림에는 스튜디오 바닥의 붉은색 테라코타 타일이 잘 묘사되어 있다. 고갱의 의자 그림에는 표면 전체가 벽에 걸린 가스등의 반짝이는 반사로 가득하다.
이 두 그림을 극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차이점들이 있는데, 두 그림은 빈센트와 고갱이 작업을 했던 빛의 두 가지 다른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두 그림은 하늘이 맑아 해가 빛나는 아를의 낮과 가스등을 켰던 스튜디오의 밤을 각기 나타내고 있다. 햇빛 아래에서 작업을 하는 것과 인공적인 빛 아래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으며, 이는 빈센트와 고갱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타나내고 있다.
두 그림이 보여주듯 두 빛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차가운 분위기를, 다른 하나는 따뜻한 분위기를 풍긴다. 빛이 반사되는 방법과 방향도 모두 다르다. 또한 이는 이 두 작가가 자신의 캔버스와 자신의 앞에 있는 풍경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화가에게 있어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물론 이 두 그림에서 빈센트는 옐로하우스에서 열띤 농쟁의 대상이었던 두 가지 작업 방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빈센트의 의자 위에는 파이프와 담배가 놓여 있다. 아마도 이 그림을 재작업했던 것은 1월 후반이었던 것 같다. 당시 그는 위안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빈센트는 싹이 난 양파 한 상자를 그렸는데, 이는 자신의 새로운 그림에서 자라나기를 바랬던 새로운 삶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고갱의 의자 위에는 두 권의 소설책과 양초가 놓여 있는데, 이것은 위안과 영감을 상징했다. 불이 켜진 양초는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옐로하우스 위층에서 꼭 필요했으며, 책들은 영적이며 지적인 빛을 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두 권의 책은 노란색 카버로 되어 있는데, 이는 그 책들이 모두 폴로베르, 공쿠르 형제, 졸라와 도데 같은 현대 프랑스 작가의 작품임을 말해준다.
이 두 의자는 그림을 그리는 두 가지 상반된 방식을 보여준다. 하나는 즉흥적이며 실제를 직접 보고 그린 그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상상과 기억으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전자는 빈센트에게, 후자는 고갱에게 더 적합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두 작가는 이 방법을 모두 사용해서 그림을 그렸다. 옐로하우스에서 이 두가지 방법은 밤과 낮처럼 서로 상호보완적이었다. 스튜디오의 윗사람이었던 고갱에게 어울리도록 고갱의 의자가 더 편안했다. 모델들이 포즈를 취할 때 앉았던 의자도 고갱의 의자였다. 소박하고 단순한 직사각형의 의자는 빈센트의 것이었다. (229-232쪽) |
첫댓글 고흐의 의자와 고갱의 의자...이런 대비되는 그림도 좋지만 설명글이 있어 더욱 좋은데요.
고흐,,,저는 고흐의 그림을 볼때면 영혼의자유 를 느낍니다
두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책이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