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일찍 일어나는 게 고통스러웠는데, 이젠 누가 깨워주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일어난다. 훗, 이런 게 여행의 장점?
사실은 설레어서 잠이 오질 않았다. 이렇게 멋진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악몽처럼 자꾸만 여행 중 집으로 되돌아가는 꿈을 꾸었는데 그럴 때 마다 숙소의 창문을 보며 낯선 도시의 풍경에 안심이 되곤 했다.
숙소 근처에는 커다란 수퍼마켓(챔피온)이 하나 있는데, 직원들 모두 친절하고 가격 또한 친절하다. (에비앙 1L가 0.49유로, 우리돈으로 약 800원?) 빠리에 있는 동안 나는 저절로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 빠리 사람들 모두 내게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중 흑인 매니저는 항상 내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말을 걸기도 했다. 프랑스 어로 뭐라뭐라 하는데 도통 나는 못 알아듣고..^^;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에 도착해서, 누구나 찍는다는 도로 한 가운데서 사진질을...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 같은 청명한 쌀쌀함이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전날에 비가 와서인지
하늘은 잔뜩 찌뿌려있었지만, 내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윙버스에서 추천한 커피 전문점 Brioche Doree에서 에스프레소 마끼아토(2.1유로)를 들고 야외에 앉았다가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바람에 2층으로 올라갔다. 주황빛의 커피 전문점은 아늑했고, 커피향과 빵 냄새가 적절히 어우러져서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샹젤리제를 걸으면서, 루이뷔통 매장을 보면서 마치 내가 파리지앵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나처럼 칠렐레~ 팔렐레~ 뛰어다니지는 않았다. 샹젤리제는 화려하다. 낮에도 이토록 화려한데 밤은 어떨까.
지갑에 고이 모셔두었던 비상금을 꺼내 아가타 매장에서 귀걸이랑 머리 끈 하나 질러주었다. (귀걸이 41유로, 머리끈 6유로)
너무 귀엽고 예쁜 액세서리가 가득_ 빠리에 와서 꼭 사고 싶었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몽테뉴 거리를 샅샅이 훑은 후 그렇게 Avenue des champs- Elysees를 주욱 따라 걸어갔다. 공원도 많은 빠리.
새삼 빠리 지앵들이 부러워졌다. 여유로움, 내겐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이 시간을 보낸 기억 밖에는. 혼자 여행을 하며 좋은 점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여러 일들을 곱씹으며 지난 날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여행이 끝난 후 일상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이국에서의 다짐들을 되새기며 살아가게 되는 것.
콩코드 광장에 도착했는데, 이건 뭥미? 별 감흥이 들지 않는 게 벌써부터 지친 탓일까.
아님 벌써부터 외로워진 탓일까. 외로움도 잘 씹어삼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콩코드 광장의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거쳐가 튈르리 공원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는데,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인지 관광객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공원 입구의 스낵바에서 핫도그를 하나 샀는데, 우리나라의 핫도그와는 달랐다. 바게뜨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뿌리고 토마토 소스를 얹으면 끝. 살짝 겨자와 핫 소스를 뿌려주었더니 더욱 맛있었다. 하지만 이게 5유로라니 너무 하다규_ 노틀담 입구에서 먹었던 그 커다란 똥 샌드위치는 3.9유로였고 더 맛있었는데...
분수 앞 의자에 앉아 빵을 뜯어먹고 있는데 프랑스 할아버지가 내 옆에 와서 앉았다. 그는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물어보았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가 흘러나오고, 고맙습니다 등등. 그는 한국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고, 인사치례처럼 내게 예쁘다고.. ^^;
공감양은 여기서 추근대는 할아버지 때문에 파리채의 연인을 찍을 뻔했다던데, 이 할아버지는 그닥 나이 들어보지도 않았고, 빠리의 명소들을 추천해주었다. 참참, 이 할아버지에게 배운 프랑스 어 하나. 비둘기는 ‘까나’ ^^ 한국어로 얘길 해주었는데, (지니언니, 맞나요? 오리인지 비둘기인지 헷갈려.. ㅋㅋ )
바게뜨 핫도그를 먹고있는 나와 그 옆에서 말동무를 해주며 관광 가이드를 해 주시는 이 할아버지.
나는 여행을 하면서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중 빠리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늘 웃는 얼굴과 활기찬 표정들. 관광객에겐 더 없는 친절을 베풀어주는 그들.
이 할아버지 역시 내가 루브르에 간다고 하자, 좋은 작품들 많이 보라며 격려를 해 주며 내 손을 잡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p.s 일단, 혹시나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있으셨나? ㅋㅋ)
이번 편엔 루브르에 갔던 것까지 넣으려고 했는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체력이 딸려서요.
1년 반동안 공부한단 핑계로 잘 놀았더니, 집에서 눈치가 보여 다시 돌아왔답니다.
일하느라 여러모로 요즘 좀 정신이 없네요. ^^;
다음 편에선 빠리를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되도록 빨리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ㅠㅠ
첫댓글 직접 여행을 다닐때는 날씨가 좋아야 여행할 맛도 나지만(저같이 비올때 돌아다니는것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은 더더욱;;) 사진으로 볼때는 흐린날도 비오는 날도 모두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어둡고 찌뿌둥한 하늘과도 너무나 잘어울리고 운치 있게 보이는것은 역시 다름 아닌 '파리'라서일까요 ^^;;
전 첫날 관광 외에는 모두 저렇게 하늘이 찌뿌리더라구요. 그래도 너무 좋았어요. 너무너무 행복했던 건, 폴리아나님 말대로 다름 아닌 '빠리'라서겠지요. ^^
^^ 새록새록이 기억나는 거리들이구나~ 참고로 "까나"는 오리여~~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비둘기는 "피종" 그리고 슈퍼마켓 챔피온은 아마도 "샹피온"아니면 "샹피뇽"이었을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들을때마다 좋네~~^^
꺄오~ 까나는 오리였군요! ㅋㅋ 영어식으로 챔피온이라고 읽었더니만 ㅋㅋㅋ 언니께 무한 감사~
그냥 다 좋아만 보인다.. 다시 가고 싶어~
요즘 다시 가고싶어져서.. 사진 볼 때마다 상사병 앓아요 ㅋㅋ
사과나무님의 빠리는 너무 고즈넉해 보여요~ 특히 이번편의 사진들은 더욱 그러하네요~ 저도 고즈넉하고 여유러운 빠리를 만나고 싶어요 ㅎㅎ
고즈넉이라.. ㅋㅋ 고맙습니다. 저도 다시 한 번 빠리를 만나게 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따는 ㅋㅋㅋ
날씨가 좀 흐렸네요. 여행하다보면 여행이 지치게 할때도 있죠. 이후로는 좋은 여행이 펼쳐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