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장애인 축제 한마당
김태우
장애인 지원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재가 장애인 한마당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행사장엔 장애 유형에 따라 좌석이 지정되어 있었다. 걷지를 못하는 사람들은 통로 바로 옆으로 의자가 놓여 있고, 조금이나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앞이나 가운데 자리로 배열되어 있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바깥이나 화장실을 편이 나들수 있도록 출입구 옆에 자리가 배치되어 있었다.
축제장에는 여성장애인 보컬그룹이 최종 리허설로, 베이스 기타, 드럼, 건반, 기타 연주로 화음을 맞추고 있다. “아름다운 구속”, “숨바꼭질”노래 연습이 끝이 나자 오늘의 주인공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을 분회 장애인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애인 한마당 축제이지만 노인들로 자리를 가득 메워 경로잔치로 착각할 정도였다.
개회식에 앞서 행사장은 어느새 자리가 가득 차 있어 식이 빨리 거행되기를 바라며 숨을 죽이고 있다. 봉사자들은 문 옆에 서 있다가 저명인사들이 들어 올 때마다 준비된 자리로 안내를 하고 있다. 오늘 행사를 축하 해주기 위해 외부에서 찾아온 귀빈 중에 낯익은 얼굴도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수많은 시선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낯이 익은 지인에게 안부를 묻기를 위해 자리로 다가갔다. 고향에서 온 사람들이라 이곳에서 얼굴을 뵙게 되니 반갑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에는 부친 친구이기도 하지만, 장애를 입기전 동네에서 마을 대향 체육대회를 치를 때면 선수 겸, 진행요원으로 활동을 하다 뜻밖의 오늘 축제 한마당에서 만나게 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오랜만에 보게 된다며 손을 붙잡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마을 대향 축구시합, 달리기, 줄다리기 등으로 5개 자연 부락단위로 동네의 명예를 걸고 경기를 함께 하던 분을 만나게 되니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식순에 앞서 공사다망에도 불구하고 찾아온 국회의원을 비롯해 각급 단체장들의 인사 소개로 개회식이 선언 되었다. 찬조 축하 행사로 ㅇㅇ어린이 집에서 생활하는 지적 장애인의 사물놀이 난타 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어린 아이들이 두들기는 타악기 소리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지휘자의 표정과 손끝을 보면서 북을 치는 모습이 천사가 필요한 이들이 천사의 음성으로 무대를 감미롭게 했다. 둥둥 울려 퍼지는 장단이 실내체육관의 공기의 흐름조차 머물 정도로 북소리가 예수님이 하늘에서 내려 올 때에 천사들이 불어주는 나팔소리처럼 온유했다. 천진난만하고 속세에 때 묻지 않은 얼굴이 천사들의 울림이다. 난타 공연을 끝으로 장애인 시상식과 봉사자에게 감사패 전달로 개회식이 마무리 되었다.
점심시간이 1시간가량 남아 있어, 자유 곡목으로 선곡하여 노래방 기계로 모든 참가자들의 라이브 공연이 이어졌다. 댄스, 트로트, 민요, 창부타령으로 노인들이 부르는 노래로 무르익기 시작했다. 한마당 축제에 참석한 어르신들의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순 없어도 흥을 돋우는 것이 세월의 무게만큼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언어 장애로 노래를 부르기엔 쉽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 분위기를 고조되게 했다. 우리의 가락에 장단을 맞추며 손과 발끝으로 그려내는 춤사위가 몸짓의 조율로 지난날을 회고 하는 듯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유희가 시간이 흐른 뒤에 예쁘게 핀 꽃이 씨앗을 남기고 사그라지듯이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잔치로 생각 되었다. 숙성이 잘된 장맛처럼 구수한 노래로 즐기는 한마당 축제가 우리 모두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로 보였다.
첫댓글 비록 하루였지만 많은 이들이 힘들고 지친 마음과 몸을 즐겁게 보냈으리라 생각됩니다.